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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25.] “제주어 딱 지켜내게양!”(제주어를 모두 지켜냅시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0-05-26   조회수 : 325
“제주어 딱 지켜내게양!”(제주어를 모두 지켜냅시다)
●섬, 몽골 침략 등 독특한 환경 반영한 제주어
●‘(馬)’ ‘(風)’ 등 ‘중세 국어’가 살아 있는 말
●유네스코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
●사전 편찬, 구술집 제작…‘제주어 살리기’ 대작전
2020년 5월 25일 신동아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어떵 슬은 잘 뎅겨옵데가?”는 어떤 뜻일까. 

여기서 ‘마을’은 ‘여러 집이 한데 모여 사는 곳’이 아니라 이웃에 놀러가는 걸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이웃에 잘 놀러갔다가 오셨냐”는 의미가 된다. 이처럼 제주어(방언)는 섬이라는 특수한 언어 환경에 맞춰 발전하면서 아래아(·) 등 중세 국어가 남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매스미디어의 발달과 표준어 보급 등으로 아름다운 제주어는 2010년 유네스코(UNESCO)로부터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됐다. 

앞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사라져가는 제주어 보전을 위해 2007년 ‘제주어 보전·육성 조례’를 만들어 구술자료집을 편찬하는 등 본격적인 제주어 보전 작업에 돌입했다. 이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이가 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장이다. 제민일보 문화부장 출신인 김 센터장은 센터 전문연구위원으로서 제주어 대사전 편찬에 나서는 등 제주어 보존에 발 벗고 나섰고, 지난 1월 제3대 제주학연구센터장으로 임용됐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다른 지역 방언과 달리 제주말은 전혀 알아듣기 어렵네요. 

“언제부터 제주 방언이 쓰였다는 기록은 없지만 옛 문헌에는 ‘주호(州胡·제주도)의 말이 한 나라와 다르다’는 표현이 있어요. 언어 변화는 사람들의 접촉에서 이뤄지는데, 아무래도 접촉 자체가 적으니 변화도 적었던 거죠. 강원도 말이 영서, 영동 방언으로 분화했듯이 제주 방언도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또 달라요.”
 

옥돔과 솔라니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어 보전·육성조례’에 따라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을 세우고 구술자료집을 편찬하는 등 다양한 보전 활동을 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어 보전·육성조례’에 따라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을 세우고 구술자료집을 편찬하는 등 다양한 보전 활동을 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 제주도에서도 지역마다 말이 다르군요. 

“예를 들어 ‘옥돔’을 제주시에서는 ‘생성(생선)’이라고 해요. 갈치나 고등어 등 다른 어종은 다 고유의 이름이 있는데 옥돔은 제주의 대표적 생선이어서 그렇게 부르는 거 같아요. 그런데 서귀포에서는 이 생선을 ‘솔라니’라고 해요.” 

- 이유가 뭐죠? 

“고려 말에는 제주도를 동도현 서도현으로 나누고 조선시대에는 제주목·정의현·대정현 삼읍(三邑) 체제로 나누었는데, 이는 제주도 언어를 가르는 큰 요소로 작용했어요. 고려 말의 동·서도현 체제는 제주를 동쪽과 서쪽으로, 조선의 삼읍 체제는 제주를 북쪽(제주목)과 남쪽(동부는 정의현, 서부는 대정현)으로 나눔으로써 서로 방언 차를 보입니다. 당시에는 지역 간 교류도 적었고, 결혼도 같은 마을 사람들과 했기 때문에 지역별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언어는 환경의 지배를 받으니까요.” 

- 지금도 ‘아래아( · )’ 모음이 제주어에 살아 있는데요. 

“그럼요. 아래아뿐 아니라 제주어에는 중세 국어가 많이 살아 있어요. 1930년대 이후 조선어학회가 표준어 규정을 만들면서 아래아는 ‘오’나 ‘아’로 바뀌었지만, 제주도에서는 일반 사람들이 아래아를 많이 사용해요. 지금도 제주어에는 '(馬)’, ‘(風)’ 등에 살아있어요.” 

- 외부와 교류가 적어서 그런가요. 

“그렇죠. 섬이다 보니 과거에는 일부 지식인들만 왕래를 했지, 외부와 언어 접촉은 거의 없었죠.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할 당시의 중세 국어가 살아 있는 거죠. 예를 들어 김치는 ‘채소를 소금에 담근다’는 의미의 ‘침채(浸菜)’에서 딤채, 짐채, 김치로 바뀌었는데, 제주에서는 지금도 김치를 ‘짐치’라고 해요. 마늘장아찌도 ‘마농지히’라고 해서 옛 어형을 보존하고 있죠.” 

그의 말처럼, 옛 문헌에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제주어가 한반도 언어와 다르다고 언급돼 있다. ‘삼국지’ ‘위서’ 등에서도 “‘주호(제주도)’의 언어도 한(韓)나라와 같지 않다”고 돼 있고, 제주 목사를 지낸 이원진의 ‘탐라지’(1653)에는 “제주 사투리로 서울을 서나라 하고, 숲을 고지, 메뿌리를 오름, 손톱을 손콥, 입을 굴레, 굴레를 녹대, 재갈을 가달이라 한다”고 기록했다.

 

“곤밥 먹은 소리 하니”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 몽골어도 남아 있나요? 원은 삼별초 항쟁을 진압(1273)한 뒤 1374년 최영 장군에 의해 토벌될 때까지 100여 년간 제주를 지배했는데요, 

“지금도 말의 털 색깔에 따라 ‘가라’(검은색), ‘적다’(붉은색), ‘월라’(얼룩)로 부르는데, 이는 모두 몽골 차용어예요. 원은 탐라총관부를 설치해 말을 키웠으니 목축과 관련한 몽골어가 많이 남아 있죠.” 

- 과거 표준어 쓰기 운동 탓인지 제주 사람들도 표준어를 많이 쓰던데요. 

“사실 표준어는 ‘이렇게 쓰자’고 해서 다듬어낸, 일종의 인공어(人工語)잖아요? 우리가 흔히 국어라고 하면 표준어를 떠올리지만 국어는 서울말, 경상도말, 전라도말 등 전국 방언의 합(合)이거든요. 우리도 어릴 적 방언을 쓰면 혼나기도 했고, 제주어를 쓰면 세련되지 못하다고 느꼈죠. 그렇다 보니 제주어를 쓰지 않게 됐고…. 사실 저희가 대학에 다닐 때 서울의 대학에 진학한 친구가 제주에 내려와 서울말을 하면 ‘너 언제부터 곤밥 먹은 소리 하니’ 하고 입을 실룩거리기도 했어요(웃음).” 

- 곤밥은 뭔가요. 

“제주도에서는 쌀밥을 곤밥, 쌀떡을 곤떡이라고 해요. 예전 제주에서는 쌀이 귀해 잡곡 위주로 식사를 했고, 곤밥은 제삿날과 결혼식 날에나 먹었죠. 제주 결혼 풍습에는 혼례 중 새각시(새색시)가 먹던 곤밥을 대반(전통 혼례에서 신랑 신부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아이들에게 한 숟갈씩 떠줬어요. 그러니 곤밥은 육지, 곧 서울에서나 먹는 곡식이라고 생각해 그런 말이 나온 거죠.” 

- 그렇군요. 제주에서 떡 하면 토속음식인 ‘빙떡’(메밀전병처럼 메밀 반죽을 기름을 두른 번철에 얇게 펴 무채 소를 넣고 말아서 지진 떡)이 유명한데요. 

“맞아요. 오랜 시간 제주 사람들과 함께해 온 음식이어서 빙떡에 대한 속설도 많아요. 한자로 떡 ‘병(餠)’이 ‘빙’으로 변했다고 보는데, 반죽을 국자로 빙빙 돌리면서 부치거나 빙빙 말아서 먹는 모양에서 유래했다는 설은 잘못된 해석입니다. 빙떡도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라요. 제주목에선 빙떡, 정의현에선 전(젠)기떡, 대정현에선 빈떡으로 부르죠.”
 

“우리 스스로가 보전해야죠”

지난해 6월 5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어 보전과 대중화 방안을 위한 대토론회’. 제주도가 펴낸 ‘제주어사전’(왼쪽부터). [홍중식 기자]
지난해 6월 5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어 보전과 대중화 방안을 위한 대토론회’. 제주도가 펴낸 ‘제주어사전’(왼쪽부터). [홍중식 기자]

 

- 유네스코는 2010년 12월 제주 방언을 ‘소멸위기의 언어’ 5단계 중 4단계(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했습니다. 

“제주어가 사라진다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어요. 과거와 달리 매스미디어가 발달하고 외지인들과의 접촉이 빈번해지고, 표준어 교육도 강화되는 등 언어 환경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제주도와 의회는 2007년 ‘제주어 보전·육성 조례’를 만들어 5년에 한 번씩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제주어 표기법도 개정하고, 대사전과 구술자료집도 편찬하고, 제주어종합상담실과 ‘들어봅서’ 전화도 운영하죠.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제주어교육 활성화 조례도 만들었고요. 이제는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제주어를 접하고, 제주어 구사 능력이 자부심이 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도 만들어야죠. 삶의 지혜와 정체성이 담긴 제주어를 우리 스스로가 보전해야죠.” 

- ‘들어봅서’ 전화는 뭔가요? 

“‘물어보세요’와 ‘들어보세요’ 의미의 제주어인데, 제주어 상담전용 전화의 이름입니다. 이 전화는 도민이나 관광객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세종대왕의 탄생일인 5월 15일을 전화번호 뒷자리로 정했죠. 누구나 쉽고 친숙하게 제주어를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최근에는 젊은 세대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제주어의 뜻을 묻는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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