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하고 친절한 답변 고맙습니다. 덕분에 내 머릿속에서 잊혀져 있던 '베옥이다'라는 말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번에 질문드렸던 '뵈우겨산다'가 나오는 제주어시 제목의 "틈"은 문틈, 창틈 등의 '틈'이 아니라 제주어 "틈 재우다"의 '틈', 즉 표준어의 '뜸'입니다. 시의 관련된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틈" [솥 강알에서/밥 솜당/부끄민/호썰(호는 아래아)/뵈우겨산다// 꼰다분이/틈/재와사느녜] 답변자는 제주어시 제목의 '틈'을 표준어의 뜸이 아니라 틈(문틈 등의 틈)으로 이해하여 제가 질문한 '뵈우겨산다'의 의미를 '베옥이다'와 연관시켜 설명하셨습니다. <개정증보 제주어사전>에는 '베옥이다'를, "닫히거나 덮힌 것을 약간 틈나게 열다"(441쪽)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답변자가 시 제목의 틈을 뜸이 아니라 틈으로 이해했다고 해도 본문의 '되우겨산다'는 문맥상 "약간 열다"의 의미로 해석해야 하므로 "베옥여산다"로 고쳐야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시인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본문의 '되우겨산다'는 '베옥여산다'로 바로잡아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합니다. 두 단어가 발음도 비슷해서 시인이 착각하거나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인의 연락처도 모르니 여쭤볼 수도 없어서 혼자 건방진 생각을 해봤습니다.

<답변>

시 구절 '뵈우겨산다'는 밥을 짓다가 끓어오르면 밥물이 넘쳐 흐르지 않게 소댕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열어야 한다"라 해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뵈우기다'와 '베옥이다'는 발음의 차이로 이해한다면 소위 "시적 자유"로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제주어 '틈'은 '틈1'과 '틈2'가 있습니다. 곧 이 두 어휘는 동음 관계를 이루고 있는 다른 어휘입니다. "[눈]에 [눈:]이 들어가면 [눈물]인가 [눈:물]인가?"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겁니다.

틈1: 표준어 '뜸(한동안 뚜껑을 열지 아니하고 그대로 두어 속속들이 잘 익도록 하        는 일.

틈2: 표준어 '틈[隙(극)]'(겨를. 사이)

다만 제주어연구소 입장에서는 <답변>이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데 안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