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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어이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8-08-19   조회수 : 176

62. 어이

 

‘어이’는 ‘어떤 일이나 동작이 진행되어 가는 바람이나 겨를’을 뜻하는 어휘로, 표준어 ‘사품’에 대응한다. 달리 ‘어의’라고도 한다.

 

①촐 헐 땐 놀 어이가 시멍, 눵 잘 어이가 셔?(꼴 할 때 놀 사품이 있으며, 누워 잘 사품이 있어?)

②노린 막 잰 거난 이듸 잇당도 어이 허민 저레 가불곡 허여.(노루는 아주 잰 것이니 여기 있다가도 사품 하면 저리 가버리고 해.)

③조가 요만이 노파 가믄 어이에 커불어마씀.(조가 요만큼 높아 가면 사품에 커버리지요.)

엇이 받젠 난 는 겁주. 싸게 믄  어의에 다 앙 와마씀.(턱없이 받으려 하니 못 파는 거지요. 조금 싸게 팔면 한 사품에 다 팔아서 와요.)

 

예문 ①은 가을이 되어 ‘촐’(꼴) 벨 때 듣는 말로, ‘꼴 할 때 놀 사품이 있으며, 누워 잘 사품이 있어?’ 하는 뜻이다. 곧 보리를 할 때만큼이나 바쁘다는 말이다. 8월 명절을 지내고 나면 온통 ‘촐’ 할 걱정이다. 일기를 잘 택해야 하고, 놉을 빌려야 하고, 놉에게 먹일 반찬거리도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 놀 겨를이 있으며, 편하게 누워 잘 틈이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촐’은 표준어 ‘꼴’에 대응하며, ‘시멍’은 ‘있으며’의 뜻이다.

예문 ②는 노루의 잰 걸음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노루는 아주 잰 것이니 여기 있다가도 사품 하면 저리 가버리고 해.’ 하는 뜻이다. 노루는 앞다리와 뒷다리 길이에 차이가 난다. 앞다리가 짧고 뒷다리가 길다. 높은 곳으로 오를 때는 뒷다리 힘으로 잘 오르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올 때는 짧은 앞다리 때문에 조그만 잘못해도 앞으로 구르기 십상이다. 이 때를 이용하여 노루 사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루는 예문 ②처럼 ‘여기 있다가도 사품 하면 저리 가버리고’ 하는 잽싼 동물임에는 틀림없다.

예문 ③은 조 농사와 관련한 이야기로, ‘조가 요만큼 높아 가면 사품에 커버리지요.’ 하는 뜻이다. 조는 어느 정도 자라면 어느새 그 키가 훌쩍하게 커버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의 속성을 이야기한 것이 바로 예문 ③이다. 이렇게 빨리 자란 조는 그 ‘조코고리(조이삭)’도 탐스럽게 달린다. 추수 때는 씨앗으로 쓸 것으로 해서 따로 준비하여 난간 기둥에 매달리기도 한다.

예문 ④는 예전 수박이나 참외를 마차로 싣고 성안으로 가서 팔고 할 때의 이야기다. 예문 ④는 ‘빨리 팔고 돌아왔다.’는 말에 대한 대답으로, ‘턱없이 받으려 하니 못 파는 거지요. 조금 싸게 팔면 한 사품에 다 팔아서 와요.’ 하는 뜻이다. 조금 싸게 팔면 빨리 팔고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엇이’는 표준어 ‘턱없이’에 대응하는 어휘로, ‘없이, 읎이, 읏이’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 지루하던 불더위도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걸 보면 어느 ‘어이’에 가을이 온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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