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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발락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8-04-01   조회수 : 117

42. 발락

 

‘발락’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흠뻑 젖은 모양, ㉡땀이 한꺼번에 나는 모양, ㉢갑자기 한꺼번에 주저앉는 모양 등이 그것이다.

 

①습기 차 가민 산듸찝도 발락 젖을 거 아니우꽈?(습기 차 가면 밭볏짚도 발락 젖을 거 아닙니까?)

②메운 것사 들어사신듸 이 발락 나라.(매운 것이야 들었는지 땀이 발락 나더라.)

③곤죽 먹언 이 발락 난게 몸이 허끈헤라.(흰죽 먹어서 땀이 발락 나던데 몸이 가뿐하더라.)

④통화헨게 무신 말사 들어사신디 발락 드러앚아불어라.(통화하던데 무슨 말이야 들었는지 발락 주저앉아버리더라.)

 

예문 ①은 ‘흠뻑 젖은 모양’, 예문 ②와 ③은 ‘땀이 한꺼번에 나는 모양’, 예문 ④는 ‘갑자기 한꺼번에 주저앉는 모양’의 뜻으로 쓰인 경우다.

예문 ①은 밭볏짚 가리를 잘 간수하지 않았을 때 하는 이야기로, ‘습기 차 가면 밭볏짚도 발락 젖을 거 아닙니까?’ 하는 뜻이다. 가리에 빗물이 스며들어 밭볏짚을 습기 차게 만들고 나중에는 빗물이 밸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밭볏짚은 농가에서는 긴요한 재료로, 새끼 꼬고 멍석 겯는데 소용된다. 그러니 잘 간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썩게 생겼다는 아쉬움의 표현이다. 이 예문에서 ‘발락’은 ‘흠빡(흠뻑)’이라는 어휘로 바꿔도 뜻에는 변함이 없다. ‘산듸찝’은 표준어 ‘밭볏짚’에 대응하는 어휘로, ‘산듸찍, 산뒤찍, 산뒤찝’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문 ②와 ③은 ‘땀이 한꺼번에 나는 모양’으로 쓰인 경우다.

예문 ②는 음식에 매운 맛이 나는 청양고추가 들어간 줄도 모르고 냉큼 먹었다가 입안이 얼얼했던 경험을 이야기한 것으로, ‘매운 것이야 들었는지 땀이 발락 나더라.’ 하는 뜻이다. 여기서 ‘메운 것’은 청양고추 따위의 아주 매운 재료를 말한다. 매운 것이 땀샘을 자극하여 땀이 한꺼번에 나더라는 것이다. 이런 때는 “끗이 와싹헤라.(땀끝이 와싹하더라)” 하기도 한다.

예문 ③은 고뿔이 들어 파를 썰어 넣은 흰죽을 먹고 나서 하는 말로, ‘흰죽 먹어서 땀이 발락 나던데 몸이 가뿐하더라.’ 하는 뜻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병하고 친해서 웬만한 고뿔은 자가 치료를 한다. 그것 가운데 하나가 ‘곤죽(흰죽)’을 쒀 먹는 일이다. 약이 되게 파를 썰어 넣기도 하는데, 이를 먹고 땀을 내면 고뿔이 낫는다고 믿는다. 여기서 ‘허끈허다’는 몸의 상태가 가볍고 상쾌하다는 뜻으로, 표준어 ‘가뿐하다’에 대응한다.

예문 ④는 통화하다말고 풀썩 주저앉는, 정말 안타까운 모양을 전하는 말이다. ‘통화하던데 무슨 말이야 들었는지 발락 주저앉아버리더라.’ 하는 뜻이다. 통화 내용은 알 길이 없지만 ‘발락 드러앚는’ 것으로 봐 충격적인 내용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서 ‘발락’ 대신에 ‘벌락(풀썩)’이나 ‘멜락(털썩)’을 써서 “벌락 드러앚아불어라.”, “멜락 드러앚아불어라.” 해도 뜻은 같다. ‘벌락’은 ‘맥없이 주저앉거나 내려앉는 모양’, ‘멜락’ 또한 ‘갑자기 힘없이 주저앉거나 쓰러지는 모양’을 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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