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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허천글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3-10-08   조회수 : 144

330. 허천글

 

‘허천글’은 ‘어린아이가 글을 모를 때, 책을 보면서 제 마음대로 지어서 읽는 글’이란 뜻을 지닌 어휘로, 이에 대응하는 표준어는 없는 듯하다. 이 ‘허천글’은 달리 ‘천상글’이라고도 하는데, 어린아이는 듣는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허공을 향해 읽는 것처럼 말을 지어내면서 읽는 글을 말한다.

‘허천글’이나 ‘찬상글’은 ‘어린아이’를 주어로 하고, ‘익다[讀(독)]’나 ‘다[曰(왈)]를 서술어로 하는 특징도 지닌다.

 

①아이덜사 초담은 다 허천글로 익어.(아이들이야 처음은 다 ‘허천글’로 읽어.)

②허천글 익어도 좋다게. 첵 려 불지만 아녀믄 된다.(‘허천글’ 읽어도 좋다. 책 찢어 버리지만 않으면 된다.)

③허천글은 허천바레멍 보는 거나 메가지라.(‘허천글은 한눈팔며 보는 거나 매한가지야.)

④천상글이 허천글게. 첵광은 나게 익는 게 천상글.(‘천상글’이 ‘허천글’. 책과는 다르게 읽는 게 ‘천상글’.)

 

예문 ①은 어린아이들이 글 읽는 습성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아이들이야 처음은 다 ‘허천글’로 읽어.’ 하는 뜻이다. 글자를 모르니까 그림이나 글을 보면서 제 상상대로 읽거나 말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아이덜사’의 ‘덜’은 여러 사람임을 더하는 말로, 표준어 ‘들[복수화 접미사]’에 해당하며, ‘사’는 옛말 ‘’에서 온 것으로 강조의 뜻을 지니는 보조사 ‘야’이다. ‘초담’은 표준어 ‘처음’에 해당하는데 달리 ‘처엄, 체얌’ 또는 표준어와 같은 ‘처음’이 쓰이기도 한다. ‘익다’는 ‘읽다[讀(독)]’에 대응한다.

예문 ②는 어린아이가 책을 가지고 노는 장면을 이야기한 것으로, ‘‘허천글’ 읽어도 좋다. 책 찢어 버리지만 않으면 된다.’ 하는 뜻이다. 책을 중하게 여기는 습성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첵’은 표준어 ‘책’에 해당하는데 ‘첵’으로 적은 것은 한자어 ‘冊(책)’을 ≪동국정운≫(1448) 등 옛 문헌에서는 []으로 읽고 있기 때문이다. ‘리다’는 표준어 ‘찢다’에 해당하는데 달리 ‘찌지다, 치지다, 칮다’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불다’는 보조동사로, ‘버리다’에 대응하며, ‘아녀다’는 ‘아니하다’ 또는 ‘않다’에 해당한다.

예문 ③은 ‘허천글’에 대한 설명으로, ‘‘허천글’은 한눈팔며 보는 거난 매한가지야.’ 하는 뜻이다. 책을 보고 있지만 책 내용과는 무관하게 읽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허천바레다’는 ‘마땅히 보아야 할 데를 보지 않고 다른 데를 보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한눈팔다’에 해당한다. ‘허천바레다’는 달리 ‘세경바레다’ 또는 ‘눈다’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문 ④는 ‘허천글’ 대신에 ‘천상글’이 쓰인 경우로, ‘‘천상글’이 ‘허천글’. 책과는 다르게 읽는 게 ‘천상글’.’ 하는 뜻이다. 곧 ‘천상글’이나 ‘허천글’이나 그게 그거라는 뜻이다. 여기서 ‘나다’는 표준어 ‘다르다[異(이)]’에 해당하는데, 달리 ‘다르다, 달르다, 뜰리다, 나다, 나다’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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