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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베리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1-09-12   조회수 : 75

222. 베리다

 

‘베리다’는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들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벼리다’에 해당한다.

 

①벌초 갈 땐 앙 가는 거고, 베리진 못헤여. 언제랑 베릴 거라게.(벌초 갈 땐 갈아서 가는 거고, 벼리진 못해. 언제는 벼릴 거야.)

②호미 베리멍 쓰는 사름 엇어. 불미칩도 엇주마는 사는 게 싸고 쉬와.(낫 벼리며 쓰는 사람 없어. 대장간도 없지마는 사는 게 싸고 쉬워.)

③거 베리는 일은 쎈일이난 장남덜이나 허지 아무나 못허여.(거 벼리는 일은 ‘쎈일’이니까 장정들이나 하지 아무나 못해.)

④베리젠 허믄게 모리나 모람돌 들어사 허고, 쒜마께도 셔사.(벼리려고 하면 모루나 모룻돌 들어야 하고, 모루채도 있어야.)

 

예문 ①은 벌초할 ‘호미(낫)’를 준비할 때 들을 수 있는 말로, ‘벌초 갈 땐 갈아서 가는 거고, 벼리진 못해. 언제랑 벼릴 거야.’ 하는 뜻이다. 낫을 갈면서 “암만 아도 이 잘 안 남쩌.(아무리 갈아도 날이 잘 안 난다.)” 하면, 곁에 있던 사람이 “확 베리믄 뒐 건디……(얼른 벼리면 될 건데……)”에 대한 반응이 예문 ①이다. 여기서 ‘벌초’는 한자 ‘伐草’로, ‘소분(掃墳)’과는 다르다. ‘벌초’가 풀을 베는 것이라고 한다면 ‘소분’은 ‘경사로운 일이 있을 때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돌보고 난 뒤 경사로운 일을 고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소분’도 이제는 ‘벌초’의 뜻으로까지 확대되어 쓰이고 있다.

예문 ② 또한 ‘호미’에 대한 이야기로, ‘낫 벼리며 쓰는 사람 없어. 대장간도 없지마는 사는 게 싸고 쉬워.’ 하는 말이다. ‘호미’를 벼리려고 하면 대장간이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베리는’ 값까지 계산한다면 사는 게 훨씬 싸고 쉽다는 것이다. 여기서 ‘호미’는 ‘풀 따위를 벨 때 쓰는 ‘ㄱ’ 자 모양의 도구’로, 표준어 ‘낫’에 해당한다. ‘김매는 도구’인 ‘호미’와 동음(同音) 관계에 있기 때문에 가끔 혼동하기도 한다. 표준어 ‘호미’와 제주어 ‘호미’는 다른 것이다. ‘불미칩’은 ‘대장간’에 대응하는 말로, 달리 ‘불밋간, 불미왕(<불미+방)’이라고도 한다.

예문 ③은 ‘베리는’ 일이 힘든 일임을 말하는 것으로, ‘거 벼리는 일은 ‘쎈일’이니까 장정들이나 하지 아무나 못해.’ 하는 뜻이다. 대장간에서 하는 일은 힘든 일이니 아무나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쎈일’은 ‘처리해 나가는데 힘에 겨운 일’로, 달리 ‘벤일’이라고도 한다. ‘쎈일’, ‘벤일’에 대응하는 표준어는 없는 듯하다. 굳이 한다면 한자어 ‘가역(苛役)’ 정도가 될 것이다. ‘장남’은 ‘장정(壯丁)’ 또는 ‘정남(丁男)’에 해당하는데, ‘기운이 센 남자’를 뜻한다.

예문 ④는 대장간에서 소용되는 도구를 이야기한 것으로, ‘벼리려고 하면 모루나 모룻돌 들어야 하고, 모루채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모리’는 표준어 ‘모루(대장간에서 불린 쇠를 올려놓고 두드릴 때 받침으로 쓰는 쇳덩이)’에 해당한다. ‘모람돌’은 ‘모루를 대신해서 쓰는 돌덩이’를 뜻하는데, 달리 ‘모릿돌’이라 한다. 곧 ‘모람돌’은 표준어 ‘모룻돌’에 대응한다. ‘쒜마께’는 ‘달구어진 쇠를 모루 위에 얹어서 두드리는 쇠메’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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