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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굴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1-08-08   조회수 : 82

217. 굴다

 

‘굴다’는 ‘수효나 분량이 본래보다 적어지거나 작아지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줄다’에 해당한다. ‘굴다’ 대신에 ‘줄다’가 쓰이기도 한다.

 

①식구가 엇이난 이 원 굴지 아녀.(식구가 없으니 쌀이 원 줄지 않아.)

이 확확 굴어갈 때가 좋은 때. 할망 하르방만 살아봐, 이 구느냐?(쌀이 확확 줄어갈 때가 좋은 때. 할머니 할아버지만 살아봐, 쌀이 주느냐?)

③항에 물질어 놩 오래 가믄 물이 굴어가.(항아리에 물길어 놔서 오래 가면 물이 줄어가.)

앙 옷을 멘들민 옷이 줄지 아녀.(빨아서 옷을 만들면 옷이 줄지 않아.)

 

예문 ①은 식구가 줄어든 결과를 이야기한 것으로, ‘식구가 없으니 쌀이 원 굴지 않아.’ 하는 뜻이다. 식구가 많을 때는 쌀이 줄어드는 것이 한눈에 보이는데, 식구가 줄고 보니 식구가 준 만큼 쌀이 ‘굴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엇다’는 표준어 ‘없다’에 대응하는 어휘로, 달리 ‘읏다, 없다, 읎다’라 한다.

예문 ②도 예문 ①과 같이 식구가 준 것에 대한 이야기로, ‘쌀이 확확 줄어갈 때가 좋은 때, 할머니 할아버지만 살아봐, 쌀이 주느냐?’ 하는 뜻이다. 대가족일 때는 집안이 식솔만큼 복잡하다. 일도 많고 다양하다. 기쁜 일, 슬픈 일, 좋은 일, 나쁜 일 등등. 일이 다양하고 많은 만큼 쌀도 확확 줄어든다. 그러다가 시집가고, 장가가고 하면서 하나둘 집을 떠나고 나면 늙은 부부만 남게 된다. 적적함도 적적함이지만 쌀이 줄어들지도 않기 마련. 웃을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푸념 섞인 말이 ‘쌀이 확확 줄어갈 때가 좋은 때’라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할망’ ‘하르방’은 각각 ‘할머니’, ‘할아버지’를 뜻하나‘ 부부’의 의미로 쓰였다.

예문 ③은 항아리 특성에 대한 설명으로, ‘항아리에 물길어 놔서 오래 가면 물이 줄어가’ 하는 말이다. 항아리가 숨쉬는 항아리, 곧 살아있는 항아리라 물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여기서 ‘항’은 한자어 ‘缸(항)’으로, 표준어 ‘항아리’에 해당하고, ‘물질다’는 ‘물긷다’에 대응한다. ‘ㄱ’이 ‘ㅣ’ 모음 앞에서 구개음화한 것이다. ‘길’이 ‘질’, ‘참기름’이 ‘지름’ 됨과 같다.

예문 ④는 ‘줄다’가 쓰인 경우다. 이 예문은 옷감에 대한 이야기로, 옷감을 ‘빨아서 옷을 만들면 옷이 줄지 않아.’ 하는 뜻이다. 옷감은 주로 광목이나 ‘미녕(무명)’이다. ‘짓쳇광목’이나 ‘짓쳇미녕’으로 만들면 줄어들기도 한다. ‘짓쳇광목’은 달리 ‘짓광목, 짓찻광목’이라 하는데, ‘짠 후 한번도 바래지 아니한 원래 그대로의 광목’을 말한다. ‘짓쳇미녕’도 ‘짠 후 한번도 바래지 않은 원래 그대로의 무명’으로, ‘짓찻미녕’이라 한다. ‘짓쳇광목’이나 ‘짓쳇미녕’으로 옷을 만들면 줄어드는데 반해 빨아서 만들면 옷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서 ‘다’는 ‘빨다’, ‘멘들다’는 ‘만들다’에 대응한다. ‘멘들다’는 ‘멘글다, 멩글다, 글다’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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