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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오묵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0-10-04   조회수 : 56

173. 오묵다

 

‘오묵다’는 달리 ‘우묵다’라 하는데, ‘오래 묵다’라는 뜻을 지니며, 표준어 ‘고묵다(古--)’에 대응한다. ‘고묵다’가 표제어로 오른 것은 ≪표준국어대사전≫(1999)이 처음으로 보인다.

 

①어듸 강 아주 오묵은 조록낭 아니믄 막 쎈 낭으로 헤사 벌러지지 아녀.(어디 가서 아주 고묵은 조록나무 아니면 아주 센 나무로 해야 깨어지지 않아.)

②집이 오묵어 가민 줄이 더 들어.(집이 고묵어 가민 집줄이 더 들어)

③우묵은 집이 여름엔 씨원허곡, 저실엔 아.(고묵은 집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다스워.)

④대낭 봐지믄 우묵은 집터라.(대나무 보이면 고묵은 집터야.)

 

예문 ①은 마루 귀틀 따위로 무슨 나무가 좋은가?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어디 가서 아주 고묵은 조록나무 아니면 아주 센 나무로 해야 깨어지지 않아.’ 하는 뜻이다. 여기서 ‘조록낭’은 ‘조록나뭇과에 딸린 늘푸른큰키나무’로, ‘조록나무’를 말한다. 정태현(1957)의 ≪한국식물도감≫(상권 목본부)에 따르면, 조록나무라는 이름은 제주어 ‘조록낭’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제주시 영평동(가시나물)의 조록나무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21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이 ‘조록낭’은 달리 ‘조레기낭, 조로기낭’이라 하는데, 나무속살이 아주 단단하다.

예문 ②는 집줄에 대한 이야기로, ‘집이 고묵어 가면 집줄이 더 들어.’ 하는 뜻이다. 초가지붕은 ‘새(띠)’로 이어야 하기 때문에 해가 갈수록 그 두께가 두툼하게 마련. 지붕의 두께가 두툼해진 그만큼 집줄은 더 길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줄’은 ‘집줄’을 말하는데, ‘거센 바람에 초가지붕이 날리지 아니하게 지붕을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매는 줄’이다.

예문 ③은 초가에 대한 평가로, ‘고묵은 집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다스워.’ 하는 뜻이다. 오래된 초가이기 때문에 지붕 두께가 두툼하고, 두툼해진 만큼 더위와 추위에 강하다. 그래서 ‘여름엔 씨원허곡, 저실엔 아’라고 말한 것이다. 지붕이 두껍다 보면 참새가 집을 지어 살기도 하고, 가끔 그 참새를 잡아먹으려는 뱀이 들어있기도 해서 사람을 놀래게 한다. 여기서 ‘저실’은 ‘겨울’에 대응하는 어휘로, 달리 ‘저슬, 저을’이라 하며, ‘다’는 표준어 ‘다습다’에 해당한다. 만일 ‘다’라면 ‘따습다’에 대응하는 어휘가 된다.

예문 ④는 조사하는 동네를 돌아보다가 대나무가 보였을 때 하는 말로, ‘대나무 보이면 고묵은 집터야.’ 하는 뜻이다. 대나무가 있는 것으로 봐 예전에 집터였다는 것이다. 대나무는 집에서 소용되는 여러 가지 도구의 재료가 된다. 대나무로 ‘구덕(바구니)’를 겯기도 하고, 제사나 명절 때 ‘적고지(적꼬치)’를 만들기도 한다.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재료이기 때문에 집 주위에 대나무를 심어 자급자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대나무가 있는 것으로 보면 ‘우묵은’ 집터였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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