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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부작허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0-09-06   조회수 : 48

169. 부작허다

 

‘부작허다’는 ‘필요한 양이나 기준에 못 미치어 넉넉하지 아니하여 남음이 없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부족하다’에 대응한다. ‘부작허다’는 한자어 ‘부족(不足)’을 ‘부작’으로 읽은 것이다. ‘부족하다’의 반의어는 ‘족하다(足--)’로, 이에 해당하는 제주어는 ‘족허다’이다.

 

①게난 이 우영팟듸만 이제 보리도 좋고 조도 좋지 저 난전 헤먹는 사름덜은 이 부작허여. 보리도 아이 뒈곡 조도 아이 뒈곡.(그러니 이 텃밭에만 이제 보리도 좋고 조도 좋지 저 ‘난전’ 해먹는 사람들은 쌀이 부족해. 보리도 아니 되고 조도 아니 되고.)

②보리 갈앙이네 수량 얼마 바찌라 허민 그거 바찌당 남아야 먹지게. 경허난 다른 지경 사름 보리가 수량이 얼마 부작허민 그 사름 먹는 양석지 다 허는 따문 못살안에.(보리 갈아서 수량 얼마 바쳐라 하면 그거 바치다가 남아야 먹지. 그러니까 다른 지경 사람 보리가 수량이 얼마 부족하면 그 사람 먹는 양식까지 다 하는 때문 못살았어.)

③흰 밥이옌 헌 거는 제 때나 먹고, 멩질 때나 먹엇주. 멩질 때, 팔월멩질, 정월멩질 그레나 먹엇주. 엿날에 가난헌 집은 곤밥도 멩질에도, 첨 서속 서껑 헤낫젠 허여게. 보리이나 좁이나 서껑, 이 부작허영. 우린 어린 때 그런 거 몰랏는디.(흰 쌀밥이라고 한 거는 제사 때나 먹고 명질 때나 먹었지. 명질 때, 추석, 설 그때나 먹었지. 옛날에 가난한 집은 흰밥도 명질에도, 참 서속 섞어서 했었다고 해. 보리쌀이나 좁쌀이나 섞어서, 쌀이 부족해서. 우린 어릴 때 그런 거 몰랐는데.)

 

예문 ①은 밭의 위치에 따라 수확량을 이야기한 것으로, ‘그러니까 이 텃밭에만 이제 보리도 좋고 조도 좋지 저 ‘난전’ 해먹는 사람들은 쌀이 부족해. 보리도 아니 되고 조도 아니 되고.’ 하는 뜻이다. 곧 ‘우영팟’은 집 가까이 있는 밭이라 토질이 좋기 때문에 농사가 잘되어 수확량이 많은데 반하여 집에서 멀리 떨어진 ‘난전’은 토질이 좋지 않아 수확량이 적어서 식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 잘되는 듼 든전, 안되는 듼 난전.”이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영팟’은 ‘㉠ 집 울타리 안에 있는 작은 밭, ㉡집 울타리 안에 있거나 집 가까이에 있는 밭’이란 뜻을 지닌다. ㉠의 의미일 때 그 대응하는 표준어는 ‘터앝’이며, ㉡의 의미라고 한다면 표준어 ‘텃밭’에 대응한다. 여기서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난전’에 짝이 되기 때문에 ㉡의 의미로 쓰여 표준어 ‘텃밭’에 해당됨에 주의해야 한다. ‘헤먹다’는 표준어 ‘해먹다’에 해당하는데, 붙여서 써야 하며, ‘업으로 삼다.’는 뜻을 지닌다.

예문 ②는 공출에 대한 이야기로, ‘보리 갈아서 수량 얼마 바쳐라 하면 그거 바치다가 남아야 먹지. 그러니까 다른 지경 사람 보리가 수량이 얼마 부족하면 그 사람 먹는 양식까지 다 하는 때문 못살았어.’ 하는 뜻이다. 공출량이 부족해서 양식으로 채우다 보면 양식이 부족해서 못살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바찌다’는 표준어 ‘바치다’에 해당하며, ‘양석’은 ‘양식’이다. 또 ‘못살다’는 ‘가난하게 살다.’의 뜻이기 때문에 붙여쓰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예문 ③은 제사나 명질 때의 흰밥에 대한 이야기로, ‘흰 쌀밥이라고 한 거는 제사 때나 먹고 명질 때나 먹었지. 명질 때, 추석, 설 그때나 먹었지. 옛날에 가난한 집은 흰밥도 명질에도, 참 서속 섞어서 했었다고 해. 보리쌀이나 좁쌀이나 섞어서, 쌀이 부족해서. 우린 어릴 때 그런 거 몰랐는데.’ 하는 말이다. 곧 쌀이 부족하니까 서속을 섞어서 메를 지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멩질’은 표준어 ‘명질’에 해당한다. ‘명질’과 비슷한 어휘로 ‘명절’이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방언형은 ‘멩절’이다. ‘멩절’이 한자어 ‘명절(名節)’에서 온 것이라며, ‘명질’은 한자어 ‘명일(名日)’에 해당한다. 제주에서는 ‘멩일’이라고도 하는데, 고어 ‘명’이 ‘명>멩일’ 또는 ‘명>멩질’ 변화 과정을 거친 어휘가 남아 있는 경우다. 그러니까 ‘멩질’은 표준어 ‘명질’, ‘멩절’은 표준어 ‘명절’에 대응한다고 기억해 두면 된다. ‘팔월멩질’은 ‘추석’, ‘정월멩질’은 ‘설’에 해당한다. ‘그레나’는 ‘그리나’에 해당되나 여기서는 ‘그때나’ 하는 의미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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