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 바랑

‘바랑’은 의존명사로, ‘몸에 으레 차려야 할 것을 차리지 아니하고 나서는 차림새’를 뜻한다. 차림새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옷을 나타내는 명사나 ‘입다’ 동사 뒤에 쓰이며, 대응 표준어는 ‘바람’이다.

①속옷 바랑에 어듸 나감시니?(속옷 바람에 어디 나가니?)

②속곳 입엉 무슨 옷이나 이거 영 입엉 가고, 속곳 바랑에. 이듸 물적삼도 엇어. 그냥 강 멧 시간씩 싸왕 아이고, 번 얼엉 얼룩얼룩친 것추룩 헷당 두 번 얼언 싀 번차는 딱 죽어빌믄 언 줄 몰라.(속곳 입어서 무슨 옷이나 이거 이렇게 입어서 가고, 속곳 바람에. 여기 ‘물적삼’도 없어. 그냥 가서 몇 시간씩 싸워서 아이고, 한번 얼어서 얼룩진 것처럼 했다가 두 번 얼고 세 번째는 몽땅 죽어버리면 추운 줄 몰라.)

③물질 갈 때 소중의 바랑에 가주, 뭐  거 입엉 가서게.(물질 갈 때 ‘소중의’ 바람에 가지, 뭐 딴 거 입어서 갔어.)

④제주도 올 때에는 우리가 이젠 아기 둘 고 그자 입은 바랑에 대판까지 이젠 차로 왓주게.(제주도 올 때에는 우리가 이제는 아기 둘 데리고 그저 입은 바람에 대판까지 이젠 차로 왔지.)

예문 ①은 여름철 짧은 바지 차림으로 집을 나서는 아이들에게 하는 말로, ‘속옷 바람에 어디 나가니?’ 하는 뜻이다. 짧은 바지가 어른들 눈에는 속옷으로 보이는 것이니, ‘그런 속옷 차림으로 어디 가느냐?’ 하고 힐난하는 것이다. 여기서 ‘속옷’은 ‘속살이나 땀이 겉옷에 바로 닿지 아니하게 속에 받쳐 입는 옷’을 말한다.

예문 ②는 예전의 물질에 관한 이야기로, ‘속곳 입어서 무슨 옷이나 이거 이렇게 입어서 가고, 속곳 바람에. 여기 ‘물적삼’도 없어. 그냥 가서 몇 시간씩 싸워서 아이고, 한번 얼어서 얼룩진 것처럼 했다가 두 번 얼고 세 번째는 몽땅 죽어버리면 추운 줄 몰라.’ 하는 뜻이다. 처음 바닷물 속에 들어갔을 때는 몸이 어는 느낌이 있으나 나중에는 몸이 얼어서 마미가 되면 추운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여기서 ‘속곳’은 ‘예전에 맨 속에 입던 속옷’을 말하며, ‘물적삼’은 ‘잠녀들이 물질할 때 입는 적삼’이다. ‘얼엉’과 ‘얼언’의 ‘얼다’는 ‘얼다’[氷]의 의미로 쓰인 경우이고, ‘언 줄 몰라’의 ‘얼다’는 ‘추운 줄 몰라’이기 때문에 ‘춥다’[寒]의 뜻으로 사용되어 구분이 필요하다. 결국 방언형 ‘얼다’는 표준어 ‘얼다’와 ‘춥다’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문장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해야 한다. 또 ‘얼룩얼룩치다’는 표준어 ‘얼룩지다’에 대응한다.

예문 ③은 물질 갈 때 복장을 이야기한 것으로, ‘물질 갈 때 ‘소중의’ 바람에 가지, 뭐 딴 거 입어서 갔어.’ 하는 뜻이다. 아예 집에서부터 물옷을 입고 갔다는 말이다. 여기서 ‘소중의’는 달리 ‘소중기, 속중의’라 하는데, ‘여자들이 속곳으로 입는, 오른쪽 옆의 뜨인 중의’를 말한다.

예문 ④는 ‘입다’와 함께 쓰인 경우다. 일본에서 제주도로 들어올 때를 추억하며 이야기한 말로, ‘제주도 올 때에는 우리가 이제는 아기 둘 데리고 그저 입은 바람에 대판까지 이제는 차로 왔지.’ 하는 뜻이다. 경황이 없어 입은 채로 아이 둘을 데리고 차로 해서 대판으로 왔다는 말이다. 여기서 ‘다’는 표준어 ‘데리다’에 해당하는 어휘로, 달리 ‘리다’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