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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제우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8-12-02   조회수 : 13

77. 제우다

 

‘제우다’는 ‘정도나 양이 지나쳐 참거나 견디기 어렵다.’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겹다’에 대응한다. 방언형 ‘제우다’는 문헌 어휘 ‘계우다’가 ‘계우다>졔우다>제우다’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어휘다. ‘계우다’가 ‘졔우다’로 변하는 것은 ‘ㄱ’이 ‘ㅣ’모음 앞에서 ‘ㅈ’으로 바뀐 것으로, ‘기쁘다>지쁘다’, ‘길들이다>질들이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구개음화한 ‘졔우다’는 다시 단모음화를 거처 ‘제우다’가 된다. 이 ‘제우다’는 ‘젭다’로도 나타난다.

 

①검질 졸바로 메지 아니허믄 씨 제왕 더 심들어.(김 똑바로 매지 아니하면 씨 겨워서 더 힘들어.)

②장갑이 어디 시멍, 신발이 어디 시멍, 양말이 어디 셔. 이젠 양말 제왕.(장갑이 어디 있으며, 신발이 어디 있으며, 양말이 어디 있어. 이제는 양말 겨워서.)

③밧 한 일 버치덴 죽어가는소리허는 사름은 호강 제운 소리.(밭 많아서 일 부치다고 죽는소리하는 사람은 호강 겨운 소리.)

④4.3이렌 소리만 들어도 눈물젭곡, 선떡 먹어진 듯 막 가심이 막 답답허여.(4.3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눈물겹고, 선떡 먹은 듯 막 가슴이 답답해.)

 

예문 ①은 김매기 할 때 들을 수 있는 말로, ‘김 똑바로 매지 아니하면 씨 겨워서 더 힘들어.’ 하는 뜻이다. 김매기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면 씨져서 ‘검질’이 더 많이 나 결국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김매기를 제대로 하라는 경계의 말이다. 여기서 ‘검질’은 ‘김[雜草]’, ‘졸바로’는 ‘똑바로’, ‘메도’는 ‘매지도’, ‘제왕’은 ‘겨워서’, ‘심들어’는 ‘힘들어’ 하는 뜻이다. 특히 ‘졸바로’는 표준어 ‘똑바로’에 대응하지만 ‘제대로’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예문 ②는 예전에 김맬 때 장갑 끼고 매었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으로, ‘장갑이 어디 있으며, 신발이 어디 있으며, 양말이 어디 있어. 이제는 양말 겨워서.’ 하는 뜻이다. 그때는 신발도 ‘초신(짚신)’이었기 때문에 밭에 가고 올 때만 신고, ‘검질멜’ 때는 벗어서 맨발로 김매기를 했던 시절이다. 짚신을 신고 하루만 김매기를 해도 해지기 때문에 밭에 갈 때나 올 때만 신었다고 한다. 그런 시절에 비하면 요새는 장갑은 물론 신발도 넉넉하고, 양말은 남아돌아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여기서 ‘시멍’은 ‘있으며’의 뜻으로, 표준어 ‘있다’에 대응하는 제주어는 ‘시다, 싯다, 이시다, 잇다’ 등으로 나타난다.

예문 ③은 ‘밭이 많아서 일이 부치다’고 엄살 부리는 사람에게 하는 말로, ‘밭 많아서 일 부치다고 죽는소리하는 사람은 호강 겨운 소리.’ 하는 뜻이다. 말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밭이 많다’는 자랑으로 들린 것이다. 여기서 ‘버치다’는 표준어 ‘부치다’에 대응하는 어휘로, ‘힘이 모자라거나 미치지 못하다.’는 뜻을 지닌다. 또 ‘죽어가는소리’는 달리 ‘죽어지는소리’라 하는데, 표준어 ‘죽는소리(엄살을 부리는 말)’에 대응한다. 그러니 ‘죽어가는소리허다’는 ‘죽는소리하다’에 해당한다.

예문 ④는 합성어 ‘눈물젭다’가 쓰인 경우다. 이 예문은 현장조사에서 들을 수 있는데, ‘4.3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눈물겹고 선떡 먹은 듯 막 가슴이 답답해.’ 하는 뜻이다. 4.3이라는 말만 들으면 눈물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도 슬프다는 것이다. 4.3은 70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선떡 먹어서 체한 듯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눈물젭다’는 ‘눈물제우다’로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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