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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 뭄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6-07-19   조회수 : 478

475. ᄀᆞ뭄

 

‘ᄀᆞ뭄’은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메마른 날씨’를 뜻하는 어휘로, 대응 표준어는 ‘가뭄’ 또는 ‘가물’에 해당한다. 방언형 ‘ᄀᆞ뭄’은 옛말 ‘ᄀᆞ믐’(≪어제제주대정정의등읍부노민인서(御製濟州大靜旌義等邑父老民人書)≫ 1781:3)에서 온 형태다. 곧 ‘ᄀᆞ믐’이 ‘ᄀᆞ믐>ᄀᆞ뭄>’으로의 변화과정을 거친다.

한편 ‘ᄀᆞ뭄’의 대응 표준어 ‘가물’은 ≪용비어천가≫(2장)의 ‘ᄀᆞᄆᆞᆯ’[ᄉᆡ미 기픈 므른 ᄀᆞᄆᆞ래 아니 그츨ᄊᆡ 내히 이러 바ᄅᆞ래 가ᄂᆞ니(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치므로 내가 일어 바다로 가느니)]에 연원을 두고 있다. 이 ‘ᄀᆞᄆᆞᆯ’이 ‘ᄀᆞᄆᆞᆯ>ᄀᆞ믈>ᄀᆞ물>가물’의 변천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어형이다.

 

①곡석 중에도 ᄀᆞ뭄 타는 게 싯곡 ᄀᆞ뭄 안 타는 게 싯곡 ᄒᆞ주.(곡식 중에도 가뭄 타는 게 있고 가뭄 안 타는 게 있고 하지.)

②산디 ᄀᆞ물민 안되어. 칠월 ᄀᆞ물엇다 허민 산딘 먹을 거 엇어. ᄀᆞ뭄 타. 조는 칠월 ᄀᆞ물아도 좋고. 게난 제주사름덜은 조로 살앗주게. 조팝으로 살아서.(밭벼 가물면 안되어. 칠월 가물었다 하면 밭벼는 먹을 거 없어. 가뭄 타. 조는 칠월 가물어도 좋고. 그러니 제주사람들은 조로 살았지. 조밥으로 살았어.)

③뜬땅은 크게 풀이 엇는디. 그런 디 가민 ᄀᆞ뭄도 잘 안 타지. 이디는 ᄀᆞ뭄이 잘 타. 땅이 쎄 부니까. ᄎᆞᆯ흑이니까게.(‘뜬땅’은 크게 풀이 없는데. 그런 데 가면 가뭄도 잘 안 타지. 여기는 가뭄이 잘 타. 땅이 세 버리니까. 찰흙이니까.)

④이 물은 ᄀᆞ뭄에도 뿔지 안허여. 겨난 가파도 물이 저 한라산 영주물 ᄒᆞ끔 ᄃᆞᆼ겻젠 ᄒᆞ여.(이 물은 가뭄에도 삐지 않아. 그러니 가파도 물이 저 한라산 영주물 조금 당겼다고 해.)

 

예문 ①은 곡식에 대한 이야기로, ‘곡식 중에도 가뭄 타는 게 있고 가뭄 안 타는 게 있고 하지.’ 하는 뜻이다. 곡식 종류에 따라 가뭄을 타기도 하고 타지 않기도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곡석’은 표준어 ‘곡식’에 해당하는데 달리 표준어 형태인 ‘곡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싯다’는 ‘있다[有(유)]’에 대응하는 어휘로, 달리 ‘시다, 이시다, 잇다’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예문 ②는 여름 농사인 밭벼와 조에 대한 이야기로, ‘밭벼 가물면 안되어. 칠월 가물었다 하면 밭벼는 먹을 거 없어. 가뭄 타. 조는 칠월 가물어도 좋고. 그러니 제주사람들은 조로 살았지. 조밥으로 살았어.’ 하는 뜻이다. 곧 제주사람들은 주로 ‘조팝’으로 살았다는 말과 같다. 여기서 ‘산디’는 표준어 ‘밭벼’ 또는 한자어 ‘산도(山稻)’에 해당하며, ‘ᄀᆞ물다’는 ‘가물다’, ‘엇다’는 ‘없다’에 대응한다. ‘조팝’은 ‘조ㅎ+밥’ 구성으로, 표준어 ‘조밥’에 해당한다. ‘조’는 음절 끄트머리에 ‘ㅎ’음 지니고 있어서 그다음에 연결되는 자음을 거센소리로 만들기도 하는데 ‘조축(조죽)’, ‘조코고리(조이삭)’, ‘조팟(조밭)’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문 ③은 토질에 대한 이야기로, ‘‘뜬땅’은 크게 풀이 없는데. 그런 데 가면 가뭄도 잘 안 타지. 여기는 가뭄이 잘 타. 땅이 세 버리니까. 찰흙이니까.’ 하는 말이다. ‘뜬땅’은 가뭄을 잘 타지 않지만 ‘된땅’은 가뭄을 탄다는 뜻이다. 여기서 ‘뜬땅’은 ‘땅의 성질이 차지거나 끈끈한 성질이 조금도 없어 부석부석한 흙으로 이루어진 땅’을 말한다. ‘뜬땅’은 달리 ‘식은땅’이라고도 한다. ‘엇다’는 ‘없다’에 해당하는데 달리 ‘없다, 읎다, 읏다’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이디’는 ‘여기’에 해당하며, ‘쎄다’는 ‘세다[强(강)]’, ‘불다’는 ‘버리다’에 대응한다. ‘ᄎᆞᆯ흑’은 ‘찰흙’에 해당하는데 달리 ‘ᄎᆞᆫ역, ᄎᆞᆫ학, ᄎᆞᆫ헉, ᄎᆞᆫ흑, ᄎᆞᆫᄒᆞᆨ, ᄎᆞᆯ헉’ 등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런 땅을 ‘된땅’이라 한다. ‘뜬땅’과 ‘된땅’은 서로 상반되는 성질의 땅이다.

예문 ④는 가파도 물에 대한 이야기로, ‘이 물은 가뭄에도 삐지 않아. 그러니 가파도 물이 저 한라산 영주물 조금 당겼다고 해.’ 하는 말이다. 가파도 물은 한라산 물로 이어졌기 때문에 가뭄에도 물이 잘 ‘뿔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뿔다’는 ‘괸 물이 빠지거나 잦아져서 줄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삐다’에 해당한다. ‘ᄒᆞ끔’은 ‘조금’에 대응하는데 달리 ‘조곰, 헤끔, ᄒᆞ꼼, ᄒᆞᄊᆞᆯ’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ᄃᆞᆼ기다’는 ‘당기다’에 해당하는데 달리 ‘ᄃᆞᆼ이다’로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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