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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 벌거지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6-04-26   조회수 : 912

463. 벌거지

 

‘벌거지’는 ‘곤충을 비롯하여 하등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표준어 ‘버러지’에 해당한다. 15세기에는 ‘蟲[(충)]’의 뜻을 지닌 어휘로, ‘벌에’(≪석보상절≫ 3:15)와 ‘벌어지’(≪두시언해≫ 초간본 6:28) 두 어휘가 쓰였다. 이들은 각각 현대국어의 ‘벌레’와 ‘버러지’에 해당한다. 옛말 ‘벌어지’는 ‘벌거지’에서 온 어휘로 보인다. 옛 문헌에서 ‘벌거지’ 형태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벌거지’가 유성음인 ‘ㄹ’가 ‘ㅓ’ 사이에서 ‘ㄱ’이 탈락하여 ‘벌어지’가 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몰개[砂(사)]’가 유성음 사이에서 ‘ㄱ’이 탈락하여 ‘몰개>몰애>모래’의 변천 과정과 같아서다. ≪조선어대사전≫에는 ‘벌레’의 구어체 형태로 ‘벌거지’가 표제어로 제시되어 있다.

 

①저 영등 들어온 때 서답허민 우잣에 막 벌거지 괸덴 ᄀᆞᆯ아.(저 영등할머니 들어온 때 세답하면 울안에 막 버러지 꾄다고 말해.)

②장 돗날에 ᄃᆞᆷ으민 벌거지 인덴 ᄒᆞ여.(장 돼지날에 담그면 버러지 꾄다고 해.)

③옛날은 굼벵이가 이서도 그걸 대수롭게 셍각을 안헷단 말이우다. 견디 세상이 뭐헤 갈수록 벌거지도 더 일엄수다.(옛날은 굼벵이가 있어도 그걸 대수롭게 생각을 안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세상이 뭐해 갈수록 버러지도 더 꾑니다.)

④된장 싱거우민 맛이 엇엉 벌거지가 더 생겨.(된장 싱거우면 맛이 없어서 버러지가 더 생겨.)

 

예문 ①은 영등달에 대한 이야기로, ‘저 영등할머니 들어온 때 세답하면 울안에 막 버러지 꾄다고 말해.’ 하는 뜻이다. 이는 영등할머니가 들어온 음력 2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서답허지’ 말라는 것이다. 만일 ‘서답허게’ 되면 ‘구레기(노래기)’가 꾄다고 한다. 여기서 ‘영등’은 ‘영등할머니’ 곧 ‘영등할망’을 말하고, ‘서답허다’는 한자어 ‘세답(洗踏)하다’에서 온 말이다. 더러운 옷 따위를 물에 빨아서 깨끗하게 한다는 뜻이다. ‘우잣’은 표준어 ‘울안’에 해당하는데, 달리 ‘우잣안, 울안, 울왓’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괴다’는 ‘벌레 따위가 한곳에 많이 모여들어 뒤끓다.’는 뜻으로, 표준어 ‘꾀다’에 해당한다. ‘괴다’는 달리 ‘일다’라 말하기도 한다. ‘ᄀᆞᆮ다’는 ‘말하다’에 대응한다.

예문 ②는 된장 담그기에 대한 이야기로, ‘장 돼지날에 담그면 버러지 꾄다고 해.’하는 뜻이다. 된장은 일 년을 나야 하는 중요한 조미료로 콩 삶는 날, 장 담그는 날 등등은 좋은 날을 잡아서 했다. 해일(亥日) 곧 돼지날에 장을 담그면 버러지가 꾄다는 것이다. 이때 ‘벌거지’는 된장에 생기는, ‘꼬리가 없는 구더기’인 ‘가시’를 말한다. ‘꼬리가 있다면 그때는 ‘구더기’가 된다. ‘일다’도 ‘벌레 따위가 한곳에 많이 모여들어 뒤끓다.’는 것이기 때문에 표준어 ‘꾀다’에 해당한다.

예문 ③은 달라진 농법에 따른 풍경으로, ‘옛날은 굼벵이가 있어도 그걸 대수롭게 생각을 안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세상이 뭐해 갈수록 버러지도 더 꾑니다.’ 하는 뜻이다. 제초제를 뿌리고, 해충에 따른 살충제를 치다 보니 내성이 생긴 별의별 벌레가 뒤끓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시다’는 표준어 ‘있다’에 해당하는데, 달리 ‘잇다, 시다’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다’는 ‘벌레가 뒤끓다’는 것이니 표준어 ‘꾀다’에 대응한다.

예문 ④는 된장 담그기에 대한 이야기로, ‘된장 싱거우면 맛이 없어서 버러지가 더 생겨.’ 하는 뜻이다. 장맛이 싱거우면 가시가 꾄다는 말이다. 여기서 ‘엇다’는 표준어 ‘없다’에 해당하는데, 달리 ‘읏다, 없다’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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