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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 걸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6-02-15   조회수 : 865

453. 걸다

 

‘걸다’는 ‘물체의 두 끝이 서로 멀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길다’에 해당한다. 이 어휘는 주로 제주도 동남부 지역인 남원 일대에서 쓰는 말이다. 이 ‘걸다’는 ‘걸다1’[步(보), 걸어가다], ‘걸다2’[掛(괘)-현수막을 걸다], ‘걸다3’[肥(비)-밭이 걸다] 등과는 동음 관계(同音關係)에 있다.

 

①잇언 보난 너미 걸언 이젠 ᄌᆞᆯ라 내야 헐 판이라.(이어 보니 너무 길어서 이제는 잘라 내야 할 판이야.)

②뿔 건 쉐 멩심헤사 헌다.(뿔 긴 소 명심해야 한다.)

③풍첸 장중허게 건 낭 허영 고망 ᄄᆞᆯ랑은에 쌀 박으멍 멘들아.(차양은 장중하게 긴 나무 해서 구멍 뚫어서 살 박으며 만들어.)

④집줄은 건줄 ᄍᆞ른줄 잇주.(‘집줄’은 ‘긴줄’ ‘짧은줄’이 있지.)

 

예문 ①은 짧은 것을 이은 결과 너무 긴 상황을 이야기한 것으로, ‘이어 보니 너무 길어서 이제는 잘라 내야 할 판이야.’ 하는 뜻이다. 길이가 짧아서 잇고 보니 이제는 너무 길어서 잘라 내야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잇다’는 ‘끝을 맞대어 하나로 만들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제주어에서는 활용할 때 어간 끝자음 ‘ㅅ’을 유지하는 것이 표준어와 다르다. 곧 표준어에서는 ‘이어, 이으니, 잇고, 잇지’처럼 모음 어미 앞에서는 ‘ㅅ’이 탈락하여 활용되지만 제주어에서는 ‘잇어, 잇으난, 잇고, 잇지’처럼 활용하여 ‘ㅅ’음을 유지한다. ‘ᄌᆞ르다’는 표준어 ‘자르다’[斷(단)]에 해당한다.

예문 ②는 소 형태에 대한 이야기로, ‘뿔 긴 소 명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는 ‘찔레질(뿔질)’을 잘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긴 뿔을 가진 소 가까이에 가지 말라는 경계(警戒)의 말이다. 가까이 갔다가 뿔질하는 소에 받히기 십상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쉐’는 ‘소’[牛(우)]에 해당하고, ‘멩심허다’는 ‘명심하다’에 대응한다.

예문 ③은 ‘풍체’에 대한 이야기로, ‘차양은 장중하게 긴 나무 해서 구멍 뚫어서 살 박으며 만들어.’ 하는 뜻이다. 여기서 ‘풍체’는 ‘볕을 가리고 들이치는 눈비를 막기 위하여 나무로 짜고 띠나 양철로 덮어서 처마 끝에 덧대는 물건’을 말한다. 처마 끝에 붙박은 ‘ᄃᆞᆫ풍체’ 또는 ‘ᄃᆞᆯ풍체’라는 눈썹차양이 있고, 준비해 두었다가 눈비가 올 때만 치는 ‘발풍체’, ‘선풍체’가 있다. ‘낭’은 ‘나무’, ‘고망’은 ‘구멍’에 해당하는데 달리 ‘고냥, 공기, 구녁, 구녕, 굼기, 궁기’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ᄄᆞᆯ르다’는 ‘뚫다’, ‘쌀’은 ‘살’(뼈대)에 해당한다.

예문 ④는 ‘집줄’에 대한 이야기로, ‘‘집줄’은 ‘긴줄’ ‘짧은줄’ 있지.’ 하는 뜻이다. 여기서 ‘집줄’은 ‘초가지붕이 바람에 불리지 아니하게 ‘각단’으로 만들어 지붕을 바둑판 모양으로 얽어매는 줄’을 말한다. ‘각단’은 밭에 들인 띠가 오래다 보면 길이가 짧아지는데, 짧아진 띠가 곧 ‘각단’이다. 이 ‘각단’은 주로 ‘집줄’을 만드는 데 쓴다. 또 ‘건줄’은 ‘진줄’의 뜻으로, 지붕을 가로로 매는 데 쓰는 기다란 줄을 말한다. ‘ᄍᆞ른줄’은 ‘짧은줄’의 뜻으로, 지붕을 세로로 매는 짧은 줄이다. ‘건줄’은 둥그렇게 사리고, ‘ᄍᆞ른줄’은 꽈배기 모양으로 만들어 보관한다. ‘집줄’은 육지부의 ‘고삿’ 기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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