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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 연치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5-12-15   조회수 : 987

444. 연치다

 

‘연치다’는 ‘먹은 음식이 잘 삭아 내리지 아니하여 뱃속에 답답하게 걸리다.’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얹히다’에 해당한다. ‘얹히다’는 옛 어휘 ‘연치다’로 나타나기 때문에 방언형 ‘연치다’는 중세 어휘 ‘연치다’가 그대로 쓰인 경우다. 옛말 ‘연치다’는 15세기 초간본 ≪두시언해≫(22:16)에 나타난다.

 

①버르 먹언게 연쳔 알로 훌트는디 볼침엇어렌.(욕심껏 먹더니 얹혀서 아래로 훑는데 볼품없더라고.)

②애기 ᄃᆞᆯ아근에 저 잔치밧디 가면은 애기가 가죽을 먹엉 연치카부덴 아방이 그 아덜 반에 고기를 먹어 불어.(아기 데려서 저 잔치판에 가면은 아기가 가죽을 먹어서 얹힐까 봐 아버지가 그 아들 반기에 고기를 먹어 버려.)

③연치카부덴 거죽허고 곱은 떼어 불어.(얹힐까 봐 가죽하고 곱은 떼어 버려.)

 

예문 ①은 음식을 욕심껏 먹어 체했을 때 하는 말로, ‘욕심껏 먹더니 얹혀서 아래로 훑는데 볼품없더라고.’ 하는 뜻이다. 많이 먹은 게 탈나서 나중에 변소 출입이 잦더니 얼굴이 핼쑥해져서 볼품없더라는 뜻이다. 여기서 ‘버르’는 ‘더 욕심을 부리어’ 또는 ‘마음 하고 싶은 대로 한껏’ 하는 뜻으로, 표준어 ‘욕심껏’ 또는 ‘실컷’에 해당한다. ‘알’은 표준어 ‘아래[下(하)]’에 해당하고, ‘훌트다’는 ‘훑다’에 대응한다. 즉 ‘알로 훌트다’는 ‘아래로 훑다’로 대역되는데 ‘설사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관용 표현이다. 먹은 게 얹혀서 설사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볼침엇다’는 달리 ‘볼침읏다’로 나타나는데,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이 초라하다.’는 뜻을 지니는데 표준어 ‘볼품없다’에 해당한다.

예문 ②는 잔칫집에서 일어나는 광경을 이야기한 것으로, ‘아기 데려서 저 잔치판에 가면은 아기가 가죽을 먹어서 얹힐까 봐 아버지가 그 아들 반기에 고기를 먹어 버려.’ 하는 뜻이다. 아이가 돼지고기를 잘못 먹어서 얹힐까 봐서 아이 몫의 돼지고기를 아버지가 대신 먹어 버렸다는 뜻이다. 여기서 ‘ᄃᆞᆯ다’는 표준어 ‘데리다’에 해당하는 어휘다. 이 ‘ᄃᆞᆯ다’는 달리 표준어 같은 형태의 ‘데리다’를 비롯하여 ‘ᄃᆞ리다’로 말하기도 한다. 방언형 ‘ᄃᆞ리다’는 옛말 ‘ᄃᆞ리다’(≪석보상절≫ 6:41)가 그대로 쓰인 경우다. ‘잔치밧’은 ‘잔치 밭’으로 대역되지만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표준어 ‘잔치판’에 해당한다. ‘반’은 ‘잔치나 제사 때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주려고 작은 그릇 등에 담은 음식’을 말하는 것으로, 표준어 ‘반기’에 해당한다. ‘불다’는 보조동사로 표준어 ‘버리다’에 대응한다.

예문 ③은 앞의 용례와 같이 돼지고기에 대한 이야기로, ‘얹힐까 봐 가죽하고 곱은 떼어 버려.’ 하는 뜻이다. 돼지고기를 잘못 먹어서 얹힐까 봐 ‘거죽’과 ‘곱’인 기름을 떼어 내어서 먹는다는 말이다. ‘거죽’은 ‘동물의 몸을 감싸고 있는 질긴 껍질’이기 때문에 ‘돼지가죽’을 말하는데, 이를 방언으로는 ‘돗가죽’이라고 한다. 이 ‘돗가죽’은 ‘성질이 다랍고 질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돈 하도 손 안 폐완에 돗가죽이엔덜 ᄀᆞᆯ아.(돈 많아도 손 안 펴서 ‘돗가죽이라고들’ 말해.)”가 그런 예이다. ‘곱’은 ‘지방 또는 그것이 엉겨 굳어진 것’으로, 대응 표준어 또한 ‘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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