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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 줏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5-09-21   조회수 : 1221

432. 줏다

 

‘줏다’는 ‘떨어지거나 흩어져 있는 것을 집어서 들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줍다’에 해당한다. 방언형 ‘줏다’는 옛말 ‘줏다’(≪능엄경언해≫ 1461, 1:19)가 그대로 쓰인 경우다. ≪조선말대사전≫에는 ‘줏다’가 표제어로 올라 있는 반면 ‘줍다’는 없다. ‘줍다’는 18세기 ≪역어유해보≫(1775, 26)의 “拾起(습기) 줍다”가 처음이 아닌가 한다. ‘줏다’를 표제어로 올릴 때 ‘주섬주섬’이라는 어휘가 ‘줏다’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1895년 ≪국한회어≫의 “주섬주섬 줏다 箇箇盡拾(개개진습)” 참고).

 

①뻿데기 밧디 넌 건 열이믄 열 개 다 줏지 아녀믄 안 되니가 막 숨ᄇᆞ르와.(절간고구마 밭에 넌 건 열이면 열 개 다 줍지 않으면 안 되니까 막 ‘숨ᄇᆞ르와’.)

②주로 ᄀᆞ스락이나 ᄆᆞᆯ똥 ᄆᆞᆯ른 거 줏어당 헷주게. ᄆᆞᆯ똥은 넴세도 아니 나. ᄆᆞᆯ똥이나 쉐똥으로는 밥은 아이헤 먹엇주.(주로 까끄라기나 말똥 마른 거 주워다가 했지, 말똥은 냄새도 아니 나. 말똥이나 소똥으로는 밥은 아니해 먹었지.)

③우린 ᄌᆞᆷ수 아이난, 물싸민 강 돌 일르멍 보말 나민 줏어 놓곡, 물들어 가민 오라 불곡 경 헷주게.(우리는 잠수 아니니 물써면 가서 돌 뒤엎으며 고둥 나면 주워 놓고 물밀어 가민 와 버리고 그렇게 했지.)

④바당에 가근에 패 헤당 먹곡 밧디 강 뭇 줏어당 뭇 구웡 먹곡 경.(바다에 가서 패 해다가 먹고 밭에 가서 무릇 주워다가 무릇 구워서 먹고 그렇게.)

 

예문 ①은 절간고구마에 대한 이야기로, ‘절간고구마 밭에 넌 건 열이면 열 개 다 줍지 않으면 안 되니까 ‘숨ᄇᆞ르와’.’ 하는 뜻이다. 밭에서 마른 절간고구마를 걷어 들이기 위해서는 하나하나 주워야 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테역밧(잔디밭)’에 넌 경우는 ‘글겡이’라는 갈퀴로 손쉽게 거두어들일 수 있어 대비가 된다. 여기서 ‘뻿데기’는 ‘절간고구마’에 해당하는데 달리 ‘감저뻿데기, 감제뻿데기, ᄆᆞ른감저’ 등으로 나타난다. ‘숨ᄇᆞ릅다’는 ‘숨바랍다’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어 매우 지루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인데 이에 대응하는 표준어는 없는 듯하다.

예문 ②는 ‘굴묵’의 연료로서의 말똥과 소똥에 대한 이야기로, ‘주로 까끄라기나 말똥 마른 거 주워다가 했지, 말똥은 냄새도 아니 나. 말똥이나 소똥으로는 밥은 아니해 먹었지.’ 하는 뜻이다. 말똥 소똥을 ‘굴묵’의 땔감으로는 쓰지만 부엌에서 밥할 때는 쓰지 아니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ᄀᆞ시락’은 표준어 ‘까끄라기’에 해당하는데, 달리 ‘ᄀᆞ스락, ᄁᆞ스락, ᄁᆞ시레기’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ᄆᆞᆯ똥’은 ‘말똥’, ‘쉐똥’은 ‘소똥’, ‘아이허다’는 ‘아니하다’에 대응한다.

예문 ③은 썰물 때 고둥 잡는 이야기로, ‘우리는 잠수 아니니 물써면 가서 돌 뒤엎으며 고둥 나면 주워 놓고 물밀어 가민 와 버리고 그렇게 했지.’ 하는 뜻이다. ‘물싸서’ 바닷물이 밀려 내려가면 바닷가에 가 돌을 뒤엎으며 고둥이 나오면 잡다가 ‘물들어’ 오면 돌아와 버린다는 의미다. 여기서 ‘ᄌᆞᆷ수’는 ‘해녀(海女)’의 뜻으로 쓰인 어휘인데 한자로 ‘潛嫂(잠수)’라고 쓴다. ‘물속에 잠김’이라는 뜻의 ‘潛水(잠수)’와는 다르다. ‘물싸다’는 바닷물이 바다 쪽으로 내려가는 것, ‘물들다’는 뭍으로 밀려오는 것을 말한다. ‘일르다’는 표준어 ‘뒤엎다’에 해당하고, ‘보말’은 표준어 ‘고둥’에 대응하는데 달리 ‘ᄀᆞ메기, 보멀’ 등으로 나타난다.

예문 ④는 춘궁기(春窮期) 때 이야기로, ‘바다에 가서 패 해다가 먹고 밭에 가서 무릇 주워다가 무릇 구워서 먹고 그렇게.’ 하면서 봄을 났다는 말이다. 여기서 ‘패’는 갈조류 패과에 딸린 바닷말로, 춘궁기 때는 쌀을 아끼려고 패를 섞어서 밥을 지어 먹기도 했는데 이런 밥을 ‘패밥’이라 하였다. ‘밧’은 ‘밭[田(전)]’에 해당하고, ‘뭇’은 백합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을 말한다. 구황식물(救荒植物)로 둥그런 비늘줄기는 삶아서 먹는데, 여러 번 삶아야 독성이 없어진다고 한다. 이 ‘뭇’은 달리 ‘물롯, 물룻, 물릇, 뭇’ 또는 비유적으로 ‘뭇ᄊᆞᆯ’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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