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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 척허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4-12-22   조회수 : 8423

393. 척허다

 

‘척허다’는 ‘원한을 품고 앙갚음을 하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척지다’에 해당한다. 이 ‘척허다’는 한자 ‘隻(척)’에 접미사 ‘-허다’가 연결되어 이루어진 어휘다. 한자 ‘隻’은 자전에 따라 ‘홑 [척]’, ‘별난 [척]’, ‘상대방 [척]’ 등의 뜻을 지닌다. ‘남녀 사이에 한쪽은 사랑하지 않는데 다른 한쪽에서만 하는 사랑’을 ‘척애(隻愛-짝사랑)’라 하고, ‘애꾸눈’을 ‘척안(隻眼)’이라고 한다. 이 ‘척안’은 ‘남다른 식견’을 뜻하기도 한다. ≪한국한자어사전≫(4권:766)에서는 ‘척(隻)’을 ‘소송의 제기를 당한 피고를 이르는 말’. ‘원한을 품고 반목하는 사람들 사이에 서로 상대편을 가리켜 이르는 말’ 등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척허다’에서 ‘척’은 후자인 ‘원한을 품고 반목하는 사람들 사이에 서로 상대편’의 의미로 쓰였다.

 

①고넹이도 척헌덴덜 ᄀᆞᆯ아.(고양이도 척진다고들 말해.)

②ᄒᆞᆫ 올래 살멍 척헐 필요 엇인디, 싸와난 후부텀은 경 잘 안 되어.(한 오래 살면서 척질 필요 없는데, 싸웠던 후부터는 그렇게 잘 안 되어.)

③저 동이 새각시 허여 오민 막 무섭게 셍각헤여. 잘못허민이 오꼿 척허여 불곡.(저 ‘동이’ 새색시 해서 오면 막 무섭게 생각해. 잘못하면 그만 척지어 버리고.)

 

예문 ①은 고양이 습성에 대한 이야기로, ‘고양이도 척진다고들 말해.’ 하는 뜻이다. 고양이도 귀찮게 한다거나 못살게 굴면 앙갚음을 한다는 의미다. 죽은 쥐를 물어다 마당 한가운데 버린다거나 뱀을 물어다 놓기도 한다. 여기서 ‘고넹이’는 표준어 ‘고양이’에 해당하는데 달리 ‘괴’라고도 한다. 이 ‘괴’는 옛말 ‘괴’가 그대로 쓰인 것이다. ‘척헌덴덜’에서 ‘-덜’은 복수를 뜻하는 접미사로, 표준어의 ‘-들’에 해당한다. ‘ᄀᆞᆮ다’는 표준어 ‘말하다’에 해당한다.

예문 ②는 같은 오래에 살면서 사이가 틀어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한 오래 살면서 척질 필요 없는데, 싸웠던 후부터는 그렇게 잘 안 되어.’ 하는 뜻이다. 싸우고 난 후부터는 불가근하게 지내게 된다는 의미다. 여기서 ‘올래’는 ‘큰길에서 집안으로 통하는 좁은 길인 골목’을 뜻하는 말로, 표준어 ‘오래’에 해당한다. 이 ‘오래’는 옛말 ‘오래’(≪여씨향약언해≫(9) 등)가 그대로 쓰인 경우인데 제주에서는 옛말에 ‘ㄹ’이 첨가되어 ‘올래’로 쓰인 것이다. ‘엇다’는 표준어 ‘없다’에 대응하는 어휘로, ‘읏다, 없다, 읎다’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싸와난’는 ‘싸웠던’으로 대역되는데, 표준어 ‘싸우다’에 해당한다. ‘싸우다’의 방언형은 ‘싸우다’ 또는 ‘쌉다’로 나타나는데, “쌉젠 허믄 쌉는 거, 말젠 허민 마는 거 아니우꽈?(싸우려고 하면 싸는 거, 말려고 하면 마는 거 아닙니까?)”, “야이덜은 쌉당도 곧 좋아진다.(얘들은 싸우다가도 곧 좋아진다.)” 등에서 ‘쌉다’를 확인할 수 있다.

예문 ③은 동촌(東村)에서 시집온 ‘새각시’에 대한 이야기로, ‘저 ‘동이’ 새색시 해서 오면 막 무섭게 생각해. 잘못하면 그만 척지어 버리고.’ 하는 뜻이다. 동촌 새색시를 며느리로 맞이하고 난 뒤 잘못하면 척지게 된다는 의미다. 여기서 ‘동이’는 제주시를 중심으로 그 동쪽에 위치한 마을을 이른다. ‘새각시’는 표준어 ‘새색시’이고, ‘생각하다’를 ‘셍각허다’로 표기한 것은 ‘생각’이 옛말 ‘ᄉᆡᆼ각’(≪능엄경언해≫ 9:51)에서 온 어휘로, 아래아가 있기 때문이다. ‘오꼿’은 ‘오끗’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표준어 ‘그만’에 해당한다. ‘불다’는 보조동사로 표준어 ‘버리다’에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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