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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천지만지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4-09-01   조회수 : 8533

377. 천지만지

 

‘천지만지’는 ‘천지(天地)’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이다. ‘천지’가 ‘대단히 많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니 ‘천지만지’는 ‘처리하지 못할 만큼 하고많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하면 된다. ‘천지만지’는 ‘천지가 만지’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①어디 가나 베체긴 천지만지.(어디 가나 질경이는 천지.)

②ᄒᆞ꼼 나강 보믄 천지만지가 다 칙이라.(조금 나가서 보면 천지가 다 칡이야.)

③돈 엇덴 허믄 은행에 가믄 돈이 천지만지여, 경 ᄀᆞᆯ아져.(돈 없다고 하면 은행에 가면 돈이 천지야, 그렇게 말해져.)

④이젠 회 못허는 거 엇어. 갈치로도 허곡 고등에로도 허곡, 뭐 천지가 만지라.(이제는 회 못하는 거 없어. 갈치로도 하고 고등어로도 하고, 뭐 천지가 만지야.)

 

예문 ①은 질경이에 대한 이야기로, ‘어디 가나 질경이는 천지.’ 하는 뜻이다. 질경이는 흔하디흔한 식물이기 때문에 어딜 가나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베체기’는 달리 ‘베차기’라고도 하는데 표준어 ‘질경이’에 해당한다. 표준어 ‘질경이’가 옛말 ‘길경’ 또는 ‘길경이’에서 온 어휘라고 한다면 방언형 ‘베체기’는 ≪향약집성방≫ 등에 나오는 ‘布伊作只(포이작지)’에서 온 말이다. 한자 ‘布伊(포이)’를 [베]로 읽을 수 있고, ‘지(只)’를 [기]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체기’는 한자어로는 ‘차전초(車前草)’라고 한다.

예문 ②는 시골 길가에 무성하게 벋어나간 칡에 대한 이야기로, ‘조금 나가서 보면 천지가 다 칡이야.’ 하는 뜻이다. 마을을 조금 벗어나 들로 나가다 보면 온통 칡이라는 의미다. 어른들은 예전 집집마다 소나 말을 키울 때는 칡이 이렇게 무성하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칡이 마소의 먹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ᄒᆞ꼼’은 표준어 ‘조금’에 해당하며, ‘칙’은 콩과에 딸린 덩굴성 식물인 ‘칡’에 해당한다. ‘칙’은 달리 ‘끅’으로도 나타난다. 그래서 칡꽃’을 ‘칙고장, 끅고장’, ‘칡넝쿨’이나 ‘칡덩굴’을 ‘칙줄, 끅줄’로 말하는 것이다.

예문 ③은 우스개를 잘하는 사람이 한 말로, ‘돈 없다고 하면 은행에 가면 돈이 천지야 그렇게 말해져.’ 하는 뜻이다. 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은행에 가면 돈이 많다고 농을 건다는 의미다. 여기서 ‘엇다’는 표준어 ‘없다’에 대응하는데, 달리 ‘읏다, 없다, 읎다’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ᄀᆞᆮ다[曰(왈)]’는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ᄀᆞᆮ곡, ᄀᆞᆮ지’ 등 어간 말음 ‘ㄷ’을 유지하는데 반해 모음 어미가 연결될 때는 ‘ᄀᆞᆯ안, ᄀᆞᆯ으난’처럼 어간 말음 ‘ㄷ’이 ‘ㄹ’로 변한다. ‘ᄀᆞᆮ다’는 활용할 때는 어미에 따라 ‘ㄷ’이 변하기 때문에 ‘ㄷ불규칙동사’에 해당한다. 활용형을 적을 때 어간 말음이 변한 ‘ㄹ’은 ‘ㄷ’ 자리에 표기해야 한다.

예문 ④는 ‘천지만지’가 ‘천지가 만지’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다. ‘이제는 회 못하는 거 없어. 갈치로도 하고 고등어로도 하고, 뭐 천지가 만지야.’ 하는 말이다. 이제는 아무 물고기로라도 회를 뜰 수 있기 때문에 횟감이 풍부해졌다는 의미다. 갈치로 하면 ‘갈치회’, 고등어로 하면 ‘고등에회’, 멸치로 하면 ‘멜회’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등에’는 표준어 ‘고등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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