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2. 겁비 | |
|---|---|
|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4-07-28 조회수 : 8759 | |
|
372. 겁비
‘겁비’는 ‘겁날 정도로 갑작스럽고 세차게 쏟아지는 큰비’를 말한다. ‘겁비’는 한자어 ‘겁(怯)’과 고유어 ‘비’가 연결되어 이루어진 어휘다. 한자어 ‘겁(怯)’이 연결된 어휘로 ‘겁똥(怯-)’, ‘겁술(怯-)’ 등이 있다. ‘겁똥’은 ‘겁나서 자신도 모르게 깔기는 똥’을 말하고, ‘겁술’은 ‘겁날 정도로 빠르게 거푸 들이키는 술’을 뜻한다. ‘겁비’는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곧 그치는 비’인 ‘소나기’와는 구분이 되는데, ‘곧 그치다’에 방점이 놓이는 것 같다. ‘곧 그치면 ‘소나기’ 그렇지 않아 오래 지속된다면 ‘겁비’라는 말이다.
①우장 엇이난 겁비 맞는 거. 안 맞일 순 엇이난게.(우장 없으니 겁비 맞는 거. 안 맞을 수는 없으니까.) ②오단 겁비 맞안 옷은 젖어수다만은 몸은 산득산득 시원헌 게 막 좋수다.(오다가 겁비 맞아서 옷은 젖었습니다마는 몸은 산득산득 시원한 게 아주 좋습니다.) ③겁비나 더럭비나 거 튼 거 아닌가마씸?(겁비나 더럭비나 거 같은 거 아닌가요?)
예문 ①은 옷이 흠뻑 적을 정도로 비를 맞고 온 사람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 하고 경위를 물었을 때 하는 대답으로, ‘우장 없으니 겁비 맞는 거. 안 맞을 수는 없으니까.’ 하는 뜻이다. 비 오지 않을 때 길을 나섰는데 갑자기 ‘겁비’가 내려 비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장’은 한자어 ‘우장(雨裝)’으로, ‘비를 맞지 않기 위해서 쓰거나 걸치거나 입음. 또는 그런 복장’을 뜻한다. 한편 “비 오는 날 쉐 보레 목장 갈 땐 우장 걸치곡 페렝이 썽 가.(비 오는 날 소 보러 목장 갈 때는 도롱이 걸치고 패랭이 써서 가.)”처럼 ‘도롱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엇다’는 표준어 ‘없다’에 대응하는 어휘인데, ‘읏다, 읎다, 없다’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예문 ②는 ‘겁비’ 맞았을 때의 기분을 말하는 것으로, ‘오다가 겁비 맞아서 옷은 젖었습니다마는 몸은 산득산득 시원한 게 아주 좋습니다.’ 하는 뜻이다. 겁비에 옷은 젖었지만 몸은 산득산득하더라는 말이다. ‘산득산득’은 ‘갑자기 사느란 느낌이 자주 드는 모양’을 나타내는 어휘로, 표준어와 같은 형태로 쓰인다. 시조 “천한(天寒)코 설심(雪深) 날에 님 즈러 천상(天上)으로 갈 제 신 버서 손에 쥐고 보선 버서 품에 품고 곰뷔님뷔 님뷔곰뷔 천방지방(天方地方) 지방천방(地方天方) 번도 쉬지 말고 허위허위 올나가니 각별이 버슨 발이 아니 스리되 념의온 가이 산득산득여라(날은 춥고 눈 쌓인 날에 님 찾으러 천상으로 갈 때 신 벗어 손에 쥐고 버선 벗어 품에 품고 엎치락뒤치락 뒤치락엎치락 천방지축 지축천방 한 번도 쉬지 않고 허위허위 올라가니 각별히 벗은 발이 아니 시린데 여민 가슴이 산득산득하여라)”에서 ‘산득산득’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예문 ③은 ‘겁비’와 함께 ‘더럭비’에 대해서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으로, ‘겁비나 더럭비 거 같은 거 아닌가요?’ 하는 뜻이다. ‘겁비’와 ‘더럭비’는 같은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다. 대체로 ‘더럭비’는 ‘소나기’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어휘다. 이렇게 볼 때 ‘겁비’와 ‘더럭비’는 ‘잠간 동안’ 내리느냐 그렇지 않으냐와 관련 있어 보인다. ‘잠간 동안’ 내리면 ‘더럭비’로, 표준어는 ‘소나기’에 해당한다. 여기서 ‘트다’는 표준어 ‘같다’에 해당하는 어휘로, 달리 ‘뜨다’로 나타나기도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