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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천장만장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4-06-09   조회수 : 9139

365. 천장만장

 

‘천장만장’은 ‘매우 멀리’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멀리멀리’에 해당한다. 이 ‘천장만장’은 한자 ‘千丈萬丈’에서 온 말이다. ‘千丈萬丈’은 원래 ‘천 길 만 길’의 뜻이었으나 그 의미가 ‘아주 멀리’로 바뀐 것이다. ‘천장만장’이 ‘아주 멀리’의 뜻이기 때문에 대개는 ‘아나다(달아나다)’, ‘내다(내닫다)’, ‘내삐다’ 등의 어휘들과 어울려 쓰인다.

 

①어멍신디 욕 들어지카부덴 천장만장 아나.(어머니한테 욕 듣게 될까 봐 멀리멀리 달아나.)

②셍차 불에 군 거 쿡 낵인찍어지믄 천장만장 아나 불주.(생짜 불에 구운 거 쿡 낙인찍어지면 멀리멀리 달아나 버리지.)

③심엇당 놔주민 어디 십데강 허멍 천장만장 아나.(잡았다가 놔주면 어디 있습디까 하며 멀리멀리 달아나.)

④무신 수박밧디 들어갓당도 밧 임제가 다울리믄 기냥 천장만장 아나. 그때 수박이 팡팡 벌러져 부러게. 다울리는 게 아닌디.(무슨 수박밭에 들어갔다가도 밭 임자가 죄어치면 그냥 멀리멀리 달아나. 그때 수박이 팡팡 깨어져 버려. 죄어치는 게 아닌데.)

 

예문 ①은 꼬마가 무엇인가를 잘 못했을 때 하는 말로, ‘어머니한테 욕 듣게 될까 봐 멀리멀리 달아나.’ 하는 뜻이다. 어머니한테 욕을 듣지 않기 위해서 현장을 벗어나 멀리멀리 내뺀다는 것이다. 여기서 ‘어멍신디’는 ‘어머니한테’로 대역되기 때문에 ‘신디’는 표준어 ‘에게’ 또는 ‘한테’에 해당하는 조사(助詞)가 된다. ‘들어지카부덴’은 ‘들을까 봐’ 또는 ‘듣게 될까 봐’로 대역할 수 있다. ‘아나다’는 표준어 ‘달아나다’에 해당한다.

예문 ②는 말에 낙인찍는 과정을 이야기한 것으로, ‘생짜 불에 구운 거 쿡 낙인찍어지면 멀리멀리 달아나 버리지.’ 하는 뜻이다. 말의 입장에서 낙인찍히게 되면 멀리멀리 도망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셍차’는 ‘생짜’에 대응하는 말이며, ‘군’은 ‘구운’을 줄여 발음한 것이다. 실제로는 발음을 길게 해야 한다. ‘굽다’에서 온 형태다. ‘쿡’은 ‘낙인찍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며, ‘불주’는 ‘버리지’로 대역되는데, ‘버리다’는 보조동사 ‘불다’에 해당한다.

예문 ③은 잡혔다가 달아나는 광경을 이야기한 것으로, ‘잡았다가 놔주면 어디 있습디까 하며 멀리멀리 달아나.’ 하는 뜻이다. 놔주민 고맙다는 듯 멀리멀리 세차게 내닫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심다’는 표준어 ‘잡다[執(집)]’에 해당한다. ‘십데강’은 ‘있습디까’로 대역되는데, ‘시[有(유)]+-ㅂ데강’ 구성으로, 어미 ‘-ㅂ데강’은 ‘-습디까’ 또는 ‘-ㅂ디까’에 해당한다. ‘시다[有(유)]’에서 온 형태다. 표준어 ‘있다’의 방언형은 ‘잇다, 이시다, 싯다, 시다’ 등으로 나타난다.

예문 ④는 수박 서리했던 걸 회상하는 이야기로, ‘무슨 수박밭에 들어갔다가도 밭 임자가 죄어치면 그냥 멀리멀리 달아나. 그때 수박이 팡팡 깨져 버려. 죄어치는 게 아닌데.’ 하는 뜻이다. 곧 수박 서리하러 수박밭에 들었는데 임자가 나타나서 ‘다울리는’ 바람에 빨리 내닫다 보니 멀쩡한 수박까지도 깨뜨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박밭에 서리하러 오면 그냥 내버려 두면 두어 덩이쯤 없어질 텐데……. 그렇게 ‘다울리는’ 게 아니라는 아쉬움의 표현이다. 여기서 ‘수박밧’은 표준어 ‘수박밭’, ‘임제’는 ‘임자’에 해당한다. ‘다울리다’는 ‘바싹 죄어서 몰아치다’는 뜻으로, 표준어 ‘죄어치다’에 해당한다. ‘벌러지다’는 표준어 ‘깨지다’에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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