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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허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3-11-26   조회수 : 18131

337. 허다

 

‘허다’는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푼푼하다’에 대응한다.

 

①이디서 서너 참은 허게 걸어사 헐 거우다.(여기서 서너 참은 푼푼하게 걸어야 할 겁니다.)

②요 정도민 서 말 턱은 허여.(요 정도면 서 말 템은 푼푼해.)

③지럭시만 우리 발로발은 허주.(길이만 우리 발로 한 발은 푼푼하지.)

 

예문 ①은 길은 묻는 사람에게 대답하는 말로, ‘여기서 서너 참은 푼푼하게 걸어야 할 겁니다.’ 하는 뜻이다. 곧 어디를 가려면 얼마쯤 더 가야 하느냐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인 셈이다. 여기서 ‘이디’는 표준어 ‘여기’에 해당하며, ‘참’은 한자어 ‘참(站)’으로, 거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25리가 한 참이 되는데 약 2㎞ 정도가 되는 거리다. ‘걸어서’는 ‘걷다’ 또는 ‘걸다’에서 온 어휘다. ‘걷다’는 ‘ㄷ 불규칙 동사’로 모음 어미 앞에서 어간 끝소리 ‘ㄷ’이 ‘ㄹ’로 변화한다. 그러나 “재기 걸지 말라게, 못 미치키여게(재우 걷지 말아, 못 미치겠어)”, “이제 잘잘 걸고말고.(이제 ‘잘잘’ 걷고말고. ‘잘잘’은 재기 걷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임)” 등에서는 ‘걸다’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우다’의 ‘-우다’는 표준어 ‘-ㅂ니다’에 해당하는 종결어미다.

예문 ②는 수확한 곡물의 양을 짐작으로 말할 때 들을 수 있는 말로, ‘요 정도면 서 말 템은 푼푼해.’ 하는 뜻이다. 여기서 ‘서’는 대개 ‘돈, 말, 푼’ 등 단위를 나타내는 말 앞에 쓰여서 그 수량이 셋임을 나타내는 관형사이며, ‘턱’은 ‘생각보다 많은 정도’의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템’에 해당한다.

예문 ③은 어떤 사물의 길이를 말한 것으로, ‘길이만 우리 발로 한 발은 푼푼하지.’ 하는 뜻이다. 길이가 양팔을 편 길이보다는 길다는 말이다. 여기서 ‘지럭시’는 표준어 ‘길이’에 해당하는데, 달리 ‘지러기, 지럭지’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발’은 ‘두 팔을 펴서 벌린 길이를 재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로 표준어 형태와 같다.

 

이 ‘허다’는 ‘모양이 쉽게 변하거나 부서지지 않을 만큼 강도가 세다.’는 뜻의 ‘허다’와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 관계를 이룬다. 곧 형태는 같은데 그 의미는 서로 다른 말이라는 뜻이다.

 

④울담 허게 허젠 송악 올리는 집도 잇어.(울담 단단하게 하려고 송악 올리는 집도 있어.)

 

예문 ④는 ‘울담 단단하게 하려고 송악 올리는 집도 있어.’ 하는 뜻이다. 송악은 덩굴성 식물로, 울담 곁에 심으면 송악은 울담을 타고 올라가 울담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러면 조무래기들이 울담에 올라가 ‘발아[발다-좁고 높은 데를 조심스레 걸어 다니거나 기어 다니다.]’ 다녀도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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