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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3-07-30   조회수 : 8515

320. 다

 

이 '다’는 ‘일정한 공간에 들어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가 차지하는 사이가 비좁거나 촘촘하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배다’에 해당한다.

 

①조가 이믄 소까삽주.(조가 배면 솎아야지요.)

② 줌 줴엉 삐당 보믄 씨가 하영 간 딘 곡 헤여.(한 줌 쥐어 뿌리다 보면 씨가 많이 간 데는 배고 해.)

③삼은 막 게 가는 거. 그거 좋은 베 허젠, 진베 허젠 그건 로 허여.(삼은 아주 배게 가는 거. 그거 좋은 베 하려고, 가는베 하려고 그건 따로 해.)

④멘네는 나믄 소까사. 두물이 나사 좋지 이믄 낭만 막 우터레 나 불곡 ᄋᆢ물이 엇어.(목화는 나면 솎아야. 드물게 나야 좋지 배면 줄기만 막 위로 나 버리고 여물이 없어.)

 

예문 ①은 조농사에 대한 이야기로, ‘조가 배면 솎아야지요.’ 하는 뜻이다. 조농사에서 애벌매기는 조끼리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기 위하여 빽빽하면 뽑고 빈 공간이 넓으면 다른 데서 조를 뽑아다가 옮겨심기도 한다. 너무 빽빽하게 나면 적당하게 솎아야 되기 때문에 예문 ①처럼 “이믄 소까삽주게” 하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소끄다’는 표준어 ‘솎다’에 해당한다.

예문 ②는 씨뿌리기에 관한 것으로, ‘한 줌 쥐어서 뿌리다 보면 씨가 많이 간 데는 배고 해.’ 하는 뜻이다. ‘서툰바치(풋내기)’가 씨를 뿌리다 보면 많이 가는 데는 많이 가고, 적게 가는 데는 적게 가고 해서 일정하지가 않다. 씨 뿌리는 것이 서툰 것이다. 그러나 씨뿌리기를 전문으로 하거가 익숙한 사람은 씨앗의 종류에 따라서 뿌리는 각도를 달리하면 일정하게 뿌리고 그 결과 ‘소끄는’ 일을 덜게 된다. 여기서 ‘줴다’는 ‘줌’과 연결되는 어휘이기 때문에 표준어 ‘쥐다’에 해당하며, ‘삐다’는 ‘뿌리다’에 대응한다. ‘하영’은 ‘많이’, ‘디’는 ‘데’에 해당한다.

예문 ③은 삼농사에 관한 이야기로, ‘삼은 아주 배게 가는 거. 그거 좋은 베 하려고, 가는베 하려고 그건 따로 해.’ 하는 뜻이다. 삼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삼씨를 아주 ‘게’ 뿌려야 한다는 말이다. 만일 드물게 뿌리면 줄기만 웃자라서 삼농사를 그르치게 된다. 여기서 ‘진베’는 가는 삼올로 쫀쫀하게 짠 베로, 표준어 ‘가는베’에 해당한다.

예문 ④는 목화농사에 관한 것으로, ‘삼농사’와는 달리 목화씨를 드물게 뿌려야 한다는 뜻이다. 곧 ‘목화는 나면 솎아야. 드물게 나야 좋지 배면 줄기만 위로 막 나 버리고 여물이 없어.’ 하는 뜻이다.

 

시간적으로 그 사이가 짧은 경우도 ‘다’라고 표현한다.

 

⑤삼줄 르민 오좀 넨 아.(탯줄 짧으면 오줌 잦다고 해.)

 

예문 ⑤는 탯줄의 길이에 관한 이야기로, ‘탯줄이 짧으면 오줌 잦다고 해.’하는 뜻으로, 탯줄이 짧으면 변소 출입이 잦다는 말이다. 이때 ‘다’는 표준어 ‘잦다’에 해당된다.

결국 ‘다’는 시간이냐 공간이냐 하는 문제로 해서 대응 표준어는 달라지는 셈이다. ‘다’가 공간의 문제라면 표준어 ‘배다’, 시간의 문제면 표준어 ‘잦다’에 대응한다. 물론 두 어휘의 품사는 모두 형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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