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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서먹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3-04-30   조회수 : 8579

307. 서먹다

 

‘서먹다’는 ‘덜 익은 곡식 따위를 미리 식량으로 만들어 먹다.’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이에 대응하는 마뜩한 표준어는 없는 듯하다. ‘서먹다’는 ‘서-+먹다’ 구성으로, ‘서-’는 ‘이른’, ‘덜 익은’이라는 뜻을 덧붙이는 접두사이다. 이 ‘서-’는 ‘섯-’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섯보리(풋보리)’ 등을 들 수 있다.

 

①서먹는 건떨어지믄 그거 익지 안헌 때 보리 미릇 비어당 장만헹 먹는 거주게.(‘서먹는’ 건 쌀 떨어지면 그거 익지 않은 때 보리 미리 베어다가 장만해서 먹는 거지.)

②고리에 놩 리는 건 엿날은 이 엇엉 막 무시거 허민 보리도 익지 안헌 때 조꼼 노리롱헤 가민 그 리 밥헹 먹젠 그거 헤당 서먹는 거라.(고리에 놔서 말리는 건 옛날은 쌀이 없어서 막 무엇 하면 보리도 익지 않은 때 조금 노르무레해 가면 그 빨리 밥해서 먹으려고 그거 해다가 ‘서먹는’ 거야.)

③감저도 놔근에 파멍 서먹당 보믄 감저 논 거 다 먹어 빗젠 허여.(고구마도 놔서 파며 ‘서먹다’ 보면 고구마 놓은 거 다 다 먹어 버렸다고 해.)

 

예문 ①은 ‘서먹다’에 대한 물음의 대답으로, ‘‘서먹는’ 건 쌀 떨어지면 그거 익지 않은 때 보리 미리 베어다가 장만해서 먹는 거지.’ 하는 뜻이다. 여물만 들었지 덜 익은 보리를 베어다가 장만해서 쌀 대용으로 밥을 지어서 먹었다는 말이다. 어릴 때 보리 이삭을 뽑아다가 불에 구워 손바닥에 놓고 비벼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면 그게 바로 ‘서먹었던’ 추억이다. 입술이 까맨 것으로 보리 구워 먹은 게 들통이 나지만 그래도 재미와 허기를 달랠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서 ‘’은 표준어 ‘쌀’에 해당하며, ‘미릇’은 ‘미리’, ‘비다’는 ‘베다[乂(예)]’에 대응하는 어휘다.

예문 ②도 ‘서먹었던’ 기억을 이야기한 것으로, ‘고리에 놔서 말리는 건 옛날은 쌀이 없어서 막 무엇 하면 보리도 익지 않은 때 조금 노르무레해 가면 그 빨리 밥해서 먹으려고 그거 해다가 ‘서먹는’ 거야.’ 하는 뜻이다. 배고팠던 춘궁기(春窮期) 상황을 말한 것이다. 여기서 ‘고리’는 버들로 만든 도구를 말하며, ‘리다’는 ‘말리다[乾(건)]’, ‘엇다’는 달리 ‘읏다, 없다’ 등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표준어 ‘없다’에 해당한다. ‘노리롱허다’는 표준어 ‘노르무레하다’에 해당한다. 물론 ‘리’는 ‘빨리’에 대응한다.

예문 ③도 덜 익은 고구마를 파서 먹었던 이야기로, ‘고구마도 놔서 파면서 ‘서먹다’ 보면 고구마 놓았던 거 다 먹어 버렸다고 해.’ 하는 말이다. 곧 식량이 없어 대신 고구마를 파서 먹다 보면 고구마를 수확하기도 전에 모두 파서 먹어 버리게 되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감저’는 ‘고구마’, ‘비다’는 제주도 동북쪽 구좌읍 지역에서 말해지는 어휘로, 표준어 ‘버리다’라는 보조동사에 해당한다.

 

이 ‘서먹다’는 ‘같은 장소에서 궂기는 일이 반복해서 생기다.’는 뜻을 지닌 ‘서먹다’와 동음관계를 이룬다.

 

④거 말 이상허여이, 서먹어난 딘 똑 서먹어.(거 참말 이상해. ‘서먹었던’ 데는 꼭 ‘서먹어.’)

 

예문 ④의 ‘서먹다’는 예문 ①, ②, ③의 ‘서먹다’와는 다른 어휘로, ‘같은 장소에서 궂기는 일이 반복해서 생기다,’는 뜻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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