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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고단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3-04-09   조회수 : 8594

304. 고단

 

‘고단’은 ‘일정한 자리나 지역’ 또는 ‘어떤 물건이 많이 나거나 있는 곳’이란 뜻으로 쓰이는 말로, 표준어 ‘곳’ 또는 ‘고장’에 해당한다. 이 ‘고단’은 ‘곧[處(처)]+-안’ 구성의 어휘로, ‘곧’은 15세기부터 나타나는 어형이다. 물론 ‘-안’은 접미사다.

 

①그 고단에 가믄 고사리가 한한허여.(그 곳에 가면 고사리가 하고하.)

②지픈 디 오난 정신엇언 이 고단이 어느 고단인 중 모르키여게.(깊은 데 오니 정신없어서 이 곳이 어느 곳인 줄 모르겠어.)

③이딘 보리 고단이난 밧 간 사름은 하영 주고 경 아녀믄 보리  말 정도 주고.(여기는 보리 고장이니까 밭 간 사람은 많이 주고 그렇지 않으면 보리 한 말 정도 주고.)

④게난 어느 고단서 온 사름이우꽈?(그러니까 어느 고장서 온 사람입니까?)

 

예문 ①은 봄철 고사리 꺾을 때 많이 듣는 말로, ‘그 곳에 가면 고사리가 하고하.’ 하는 뜻이다. 그 곳이 ‘고사리밧’이라 거기 가면 고사리를 많이 꺾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정말이지 고사리 철이 되면 제주도 들판은 고사리 꺾는 사람으로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봄 나믄 고사리 꺼끄는 사름으로 뭐 닮아.(봄 나면 고사리 꺾는 사람으로 뭐 같아.)” 할 정도다. 또 사람들은 고사리에 대한 욕심이 대단한 편이다. “고사리밧은 잘 안 아줘.(고사리 밭은 잘 안 말해줘.)”처럼 가까운 사람에게도 고사리가 많이 나는 ‘고단’을 잘 안 가리켜 준다고들 한다. 여기서 ‘한한허다’는 ‘많고 많다’는 뜻으로 표준어 ‘하고하다’에 해당한다.

예문 ② 또한 고사리 철에 들을 수 있는 말로, ‘깊은 데 오니 정신없어서 이 곳이 어느 곳인 줄 모르겠어.’ 하는 뜻이다. 고사리를 꺾다 보면 고사리 따라 밭을 넘고 또 넘고 하게 된다. 담을 넘어 가다 보면 ‘뭉갈뭉갈헌’ 고사리가 보이면 누가 올세라 부지런히 꺾게 되고 또 담을 넘어가게 된다. 한참을 꺾다 보면 깊은 데까지 들어와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어렵게 된다. 혼자 갔으면 마음의 여유라도 생기는데 여럿이 간 경우 몇 시에 나오기로 했기 때문에 마음이 바쁘고 끝내 정신없게도 된다. 그런 경우에 하는 말이 바로 예문 ②이다. 여기서 ‘지프다’는 표준어 ‘깊다’, ‘정신엇다’는 ‘정신없다’, ‘중’은 의존명사 ‘줄(어떤 방법, 셈속 따위를 나타내는 말)’에 해당한다.

예문 ③과 ④의 ‘고단’은 ‘고장’의 뜻으로 쓰인 경우다.

예문 ③은 보리농사의 품삯 이야기로, ‘여기는 보리 고장이니까 밭 간 사람은 많이 주고 그렇지 않으면 보리 한 말 정도 주고.’ 하는 뜻이다. 집집마다 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소가 없는 사람은 소를 부리는 장남을 빌려 밭을 갈아야 하기 때문에 음식도 ‘바당괴기’를 굽고 가서 잘 먹이고 품삯도 많이 주어야 한다. 만일 ‘수눌게라도(품앗이하게라도)’ 되면 이틀을 해야 그 품삯을 에낄 수 있다. 여기서 ‘이디’는 ‘여기’, ‘밧’은 ‘밭’에 해당하고, ‘하영’은 ‘많이’, ‘아녀다’는 ‘않다’에 해당한다.

예문 ④는 가끔 현지 조사 갔을 때 들을 수 있는 말로, ‘그러니까 어느 고장서 온 사람입니까?’ 하는 뜻이다. 고장이 가까이 있는가? 먼가? 또는 제주 사람인가? 아닌가?에 따라 마음의 문을 열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게난’은 ‘그러니까’에 해당하며, ‘사름이우꽈?’는 ‘사람입니까?’로 대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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