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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뿔루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3-02-12   조회수 : 8743

296. 뿔루다

 

‘뿔루다’는 ‘짓는 밥이 끓은 뒤 불을 물렸다가 다시 불을 때어서 물기를 없애다.’는 뜻은 지닌 어휘로, 표준어 ‘잦히다’에 대응한다. ‘고인 물이 빠지거나 잦아져서 줄어들다’를 ‘뿔다(삐다)’라고 하는데, ‘뿔루다’는 이 ‘뿔다’와 관련이 깊다.

‘뿔루다’가 ‘불을 껐다가 다시 불을 때는 것’이라고 하면 엿을 만들 때처럼 ‘불기운이 약한 불을 오래도록 때어서 잦아지게 하는 것’을 ‘구다, 고다’라 한다. 이 ‘구다. 고다’에 대응하는 표준어 또한 ‘잦히다’이다.

 

①밥 부끄믄 불 껑 놧당십오 분 틈재왓당 또 그걸 젓이멍 뿔롸. 그 창에 물이 다 뜨도록.(밥 끓어오르면 불 꺼 놨다가 한 십오 분 뜸들였다가 또 그걸 저으며 잦혀. 그 바닥에 물이 다 밭도록.)

②보리밥은 뿔롸서 먹어.(보리밥은 잦혀야 먹어.)

③엿은 허젠 허민 막 딸려사. 를 헤  역령 엿은 과사 허는 거.(엿은 하려고 하면 막 달여야. 하루 해껏 ‘역버려서’ 엿은 잦혀야 하는 거.)

④구는 건 뜬불이라사.(잦히는 건 뜬불이어야.)

 

예문 ①은 예전 보리밥을 지을 때 했던 말로, ‘밥 끓어오르면 불 꺼 놨다가 한 십오 분 뜸들였다가 또 그걸 저으며 잦혀. 그 바닥에 물이 다 밭도록.’ 하는 뜻이다. 보리밥을 하려고 하면 우선 보리쌀을 한번 삶아 두어야 한다. 그래야 밥이 빨리 되고, 조반을 일찍 차려 먹어야 꼭두새벽에 일을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끄다’는 표준어 ‘끓어오르다’에 해당하며, ‘틈재우다’는 달리 ‘틈잽다’라 하는데 표준어 ‘뜸들이다’에 대응한다. ‘젓이멍’은 표준어로 ‘저으며’로 대역할 수 있는데, 표준어와는 달리 어간 말음 ‘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곧 표준어 ‘젓다’는 ‘ㅅ불규칙’인데 반하여 제주어 ‘젓다’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도 ‘ㅅ’을 유지한다. ‘창’은 ‘바닥’의 뜻을 지닌 어휘로, 이 ‘창’은 ‘솟창’ 곧 ‘솥바닥’을 말한다. ‘뜨다’는 ‘액체가 바싹 졸아서 말라붙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밭다’에 해당한다.

예문 ② 또한 예전 보리밥을 지을 때 하던 말로, ‘보리밥은 잦혀야 먹어.’ 하는 뜻이다. 한번 끓어오른 보리밥은 풀기가 없어 ‘갈갈’ 해서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한번 더 ‘뿔롸서’ 밥을 해야 풀기가 돌아 먹을 수가 있다. 보리밥을 짓기 위해서는 보리쌀을 미리 삶아두는 것도 밥을 빨리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풀기를 어느 정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었던 셈이다.

예문 ③과 ④는 ‘고다, 구다’가 쓰인 경우다.

예문 ③은 엿을 고을 때 들었던 말로, ‘엿은 하려고 하면 막 달여야. 하루 해껏 ‘역 버려서’ 잦혀야 하는 거.’ 하는 뜻이다. 하루 역을 버려야 엿을 고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딸리다’는 ‘액체 따위를 끓여서 진하게 만들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달이다’에 해당한다. ‘를’은 ‘하루’, ‘헤’은 ‘해껏(해가 질 때까지)’, ‘역리다’는 ‘얼마 동안 노동력을 들이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예문 ④는 ‘구다’의 뜻을 짐작할 수 있는 말로, ‘잦히는 건 뜬불이어야.’ 하는 뜻이다. 무엇을 ‘구기’ 위해서는 뜬불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뜬불’은 불기운이 약한 불을 말한다. 불기운이 센 불은 ‘쎈불’ 또는 ‘단불’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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