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5. 재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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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3-02-05 조회수 : 887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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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재기
‘재기’는 ‘매우 재게’의 뜻을 지닌 말로, 표준어 ‘재우’에 해당한다. 제주어 ‘재기’는 ‘재다[速(속)]’의 어간 ‘재-’와 부사를 만드는 접미사 ‘-기’가 결합하어 이루어진 말이다. 이는 표준어 ‘재우’가 ‘재다’의 어간 ‘재-’에 부사화 접미사 ‘-우’가 연결되어 형성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방언형 ‘재기’에 대응하는 표준어 ‘재우’가 제주어 ‘제우(아주 어렵게 힘들여)’와 발음이 비슷한 데서 오해를 낳기도 한다. 방언형 ‘제우[“제우 왓저.(겨우 왔어.)”]’와 표준어 ‘재우[담배를 물고 재우/재게 빨았다.]’는 다른 어휘다.
①교 풀민 재기 으멍 밧드레 오렌 허민 으멍 가곡게.(학교 풀면 재우 달으며 밭으로 오라고 하면 달으며 가고.) ②재기 먹을 고사린 손차 아도 좋아.(재우 먹을 고사리는 고사리밥째 삶아도 좋아.) ③부름씨 시길 땐게 가걸랑 천추허지 말앙 재기 오라 경 곡.(심부름 시킬 때는 가걸랑 천추하지 말고 재우 오라 그렇게 말하고.) ④느 손콥은 재기도 질엄쩌이.(네 손톱을 재우도 긴다.)
예문 ①은 예전 밭일이 바쁠 때 들었던 말로, ‘학교 풀면 재우 달으며 밭으로 오라고 하면 달으며 가고.’ 하는 뜻이다. 일손이 부족하니까 자그마한 일손이라도 필요하니 아이를 밭으로 부른 것이다. 특히 보리 수확할 때는 “가시아방 봐도 조롬으로 절허고(장인 봐도 꽁무니로 절하고)”, “눈썹에 불부떠도 끌 저를 엇다(눈썹에 불붙어도 끌 겨를 없다.)” 할 정도로 바쁘니 ‘보리방학’이라는 특유 방학이 생겼겠는가. 여기서 ‘다’는 표준어 ‘닫다[走(주)]’에 대응하고, ‘밧드레’의 ‘드레’는 조사 ‘으로’에 해당한다. ‘오렌’는 ‘오라고’ 하는 뜻이다. 예문 ②는 고사리 철인 봄에 들을 수 있는 말로, ‘재우 먹을 고사리는 고사리밥째 삶아도 좋아.’ 하는 뜻이다. 봄철 고사리를 꺾을 때 보관할 것은 고사리밥인 ‘손’을 비벼 버리고, 예문 ②처럼 곧 먹을 건 ‘손’을 비비지 않는다. 오래 보관할 고사리를 ‘손차’ 삶아서 말리면 ‘손’에 곰팡이가 생겨 못 먹기 때문이다. 여기서 ‘손’은 표준어 ‘고사리밥(고리가 솟아오를 때 어린아이 주먹 모양으로 말려서 뭉쳐 있는 잎)’에 해당하며, ‘손차’의 ‘-차’는 접미사로, 표준어 ‘-째’에 해당한다. ‘다’는 ‘삶다’에 대응한다. 예문 ③은 아이한테 심부름 시킬 때의 상황을 이야기한 것으로, ‘심부름 시킬 때는 가걸랑 천추하지 말고 재우 오라 그렇게 말하고.’ 하는 뜻이다. ‘심부름 가거든 오래 머무르지 말고 곧 돌아오너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부름씨’는 표준어 ‘심부름’에 해당하는데, ‘부릅씨, 심바람, 심부름’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천추허다’는 한자어 ‘천추(遷推)’에 접미사 ‘-허다’가 연결된 어휘로, 표준어 ‘천추하다’에 대응한다. 예문 ④는 ‘재기’라는 부사어에 보조사 ‘도’가 연결된 경우다. 예문 ④는 아이들 손톱에 관한 이야기로, ‘네 손톱은 재우도 긴다.’ 하는 말이다. 곧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말과도 같다. 여기서 ‘느’는 표준어 ‘네’에 해당하며, ‘손콥’은 ‘손톱’, ‘질다’는 ‘길다’에 대응한다. 특히 ‘질엄쩌’인 경우는 ‘질-+-엄ㅅ-+-저’로 분석되기 때문에 ‘질다’라는 형용사 어간에 진행의 뜻을 지닌 ‘-엄ㅅ-’이 연결된다는 점이다. ‘질엄쩌이’의 ‘이’는 ‘동의’나 ‘확인’을 뜻하는 보조사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