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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박박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2-12-11   조회수 : 9074

287. 박박

 

여기서 ‘박박’은 ‘추위, 두려움, 흥분 따위로 몸이나 몸의 일부분을 자꾸 떠는 모양’을 뜻하는 어휘로, 표준어 ‘발발’에 해당한다. ‘박박’이 ‘몸이나 몸의 일부분이 자꾸 떠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는 ‘털다’ 동사와 연결되어 쓰인다. 곧 ‘박박 털다’가 한 꾸러미가 되는 셈이다. 이 ‘박박’은 ‘’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①곱은 디 간 보난 완덜 박박 털엄서.(숨은 데 가서 보니 무서워서들 발발 떨고 있어.)

②아이덜 설피영헤둠서 박박 털멍도 물에서 안 나와.(아이들 ‘설피영해서’ 발발 떨면서도 물에서 안 나와.)

③미 허레 가젠 허믄 섣 동새벡의 가근에 옷 벗엉 박박 털멍 들어강 줏엉근에 오랑 레 가곡.(해삼 하러 가려고 하면 섣달 꼭두새벽에 가서 옷 벗어서 발발 떨며 들어가서 주워 와서 팔러 가고.)

④박박 털멍 막 얼덴 허믄 솟 소곱에 들어가라 경 아.(발발 떨며 아주 춥다고 하면 솥 속에 들어가라 그렇게 말해.)

 

예문 ①은 제주 4⋅3사건과 관련하여 많이 듣는 이야기로, ‘숨은 데 가서 보니 무서워서들 발발 떨고 있어.’ 하는 뜻이다. 숨은 데 가서 보니 공포에 질려 있더라는 말과 같다. 여기서 ‘곱다’는 표준어 ‘숨다[隱(은)]’에 해당하며, ‘다’는 달리 ‘섭다, 습다’ 등으로도 나타나는데 표준어 ‘무섭다’에 대응한다. ‘털다’는 옛말 ‘다[振(진)]’의 어두음(語頭音) ‘ㅳ’이 거센소리 ‘ㅌ’으로 바뀌어 ‘털다’가 것으로, ‘ㅳ’이 된소리 ‘ㄸ’으로 변화하는 표준어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예문 ②는 아이들이 물놀이에 흠뻑 빠져 뭍으로 나오지 않을 때 하는 말로, ‘아이들 ‘설피영해서’ 발발 떨면서도 물에서 안 나와.’ 하는 뜻이다. 입술이 까맣게 되어 위아래 이를 부딪치며 몸을 떨고 있으면서도 뭍으로 나올 생각을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설피영허다’는 ‘몹시 추워서 얼굴이 파리하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마뜩하게 대응하는 표준어는 없는 듯하다.

예문 ③은 해삼을 땄던 기억을 떠올리면 하는 말로, ‘해삼 하러 가려고 하면 섣달 꼭두새벽에 가서 옷 벗어서 발발 떨며 들어가서 주워 와서 팔러 가고.’ 하는 뜻이다. 추위를 무릅쓰고 섣다 꼭두새벽에 해삼 따러 간다는 말이다. 여기서 ‘미’는 ‘해삼(海蔘)’을 말하며, ‘섣’은 ‘섣달’, ‘동새벡’은 ‘꼭두새벽’, ‘줏다’는 ‘줍다[拾(습)]’에 해당한다. 이 ‘줏다’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연결되어도 ‘줏이난, 줏언’처럼 어간 말음 ‘ㅅ’을 유지한다. 또 ‘다’는 ‘팔다’에 해당한다.

예문 ④는 ‘아주 춥다’는 말에 되받아치는 우스개로, ‘발발 떨며 아주 춥다고 하면 솥 속에 들어가라 그렇게 말해.’ 하는 뜻이다. 솥 속에 들어가면 춥지 않을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다. 여기서 ‘얼다’는 달리 ‘을다’라 하는데 표준어 ‘춥다’에 해당하며, ‘솟’은 ‘솥’, ‘소곱’은 ‘속, 솝, 쏘곱’ 등으로도 나타나는데 표준어 ‘속[裏(리)]’에 대응한다. ‘다’는 ‘말하다’에 해당하는 방언형이다.

 

이 ‘박박’은 ‘’으로도 나타나기 때문에 예문의 ‘박박’은 ‘으로 바꿔도 된다. 곧  “곱은 디 간 보난 완덜  털엄서.”처럼 ‘박박’을 ‘’으로 바꿔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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