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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죽금살금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2-11-27   조회수 : 8595

285. 죽금살금

 

‘죽금살금’은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죽기살기’에 해당한다. 방언형 ‘죽금살금’의 대응하는 표준어로 제시된 ‘죽기살기’는 한글학회의 ≪우리말큰사전≫(1992)에 표제어로 올라 있다. ‘죽금살금’은 굳이 한자로 표현한다면 ‘사생결단(死生決斷)’에 해당하는 말로 보면 좋을 듯하다.

가끔 ‘죽금살금’과 비슷한 형태로 ‘죽자살자’나 ‘죽저살저’를 쓰기도 하는데, 이때의 ‘죽자살자, 죽저살저’는 표준어 ‘죽자사자’에 대응하는 어휘다. ‘죽을힘을 다하여’ 하는 뜻을 지닌다.

이 두 방언형에 뜻에 차이가 있고, 품사도 각각 명사와 부사로 차이가 있다.

 

①멀쩡헌 사름 죽금살금 일허믄 굶엉 죽진 아년다.(멀쩡한 사람 죽기살기 일하면 굶어서 죽지는 않는다.)

②땅파멍 죽금살금 일헤도 이 모냥 이 꼴 아니우꽈게?(땅파며 죽기살기 일해도 이 모양 이 꼴 아닙니까?)

③죽금살금 일허당 쉴 때양 공부헐걸 허는 셍각이 날 때도 잇어마씀. 농사허는 게 경 심들어마씀.(죽기살기 일하다가 쉴 때요 공부할걸 하는 생각이 날 때도 있어요. 농사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④죽금 아니믄 살금이주 허멍 살암수다.(죽기 아니면 살기지 하며 살고 있습니다.)

 

예문 ①은 살기 힘들다는 사람에게 하는 격려의 말로, ‘멀쩡한 사람 죽기살기 일하면 굶어서 죽지는 않는다.’ 하는 뜻이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은 일해야지 하는 의지로 조금만 일하면 먹고 살 수 있다는 위로의 말이다. 여기서 ‘멀쩡허다’ 또는 ‘멀쩡다’는 표준어 ‘멀쩡하다’에 해당하며 ‘아녀다’는 표준어 ‘아니하다’에 대응하는 방언형이다.

예문 ②는 농사꾼이 가뭄이 심한 날씨를 한탄하는 말로, ‘땅파며 죽기살기 일해도 이 모양 이 꼴 아닙니까?’ 하는 뜻이다. 비가 많이 내리면 수해(水害)로 농사를 망치고, 가물면 한해(旱害)로 농사를 망치니 이 모양 이 꼴 아니냐는 한탄인 셈이다. ‘땅파다’는 ‘농사짓다’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말큰사전≫에는 ‘농사짓다의 속된 말’로 풀이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관용구 ‘땅을 파다’로 제시하고 ‘농사를 짓다’로 풀이하고 있다.

예문 ③은 농사짓는 게 무척 힘든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죽기살기 일하다가 쉴 때요 공부할걸 하는 생각이 날 때도 있어요. 농사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하는 뜻이다. 곧 일하는 게 힘들어 쉴 때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때양’의 ‘양’은 ‘자신을 낮추고 듣는 이를 높이는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표준어 ‘요’에 해당하며, ‘생각’을 ‘셍각’으로 표기한 것은 ‘생각’의 옛말이 아래아가 들어 있는 ‘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잇다’는 표준어 ‘있다[有]‘, 심들다’는 ‘힘들다’에 해당한다.

예문 ④는 “요즘 생활이 어떠냐?”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죽금살금’이 분리되어 쓰는 경우다. ‘죽기 아니면 살기지 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는 뜻이다. 곧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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