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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넘어사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2-11-20   조회수 : 8852

284. 넘어사다

 

‘넘어사다’는 ‘어떤 한계나 범위, 경계 따위를 넘어서 지나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넘어서다’에 해당한다. ‘넘어사다’는 ‘넘다[越(월)]’의 어간 ‘넘-’에 ‘사다[立(립)]’가 결합할 때 보조적 연결어미 ‘-어’로 연결되어 형성된 어형이다.

 

①저 밧 넘어사믄 일허는 사름 봐질 거우다.(저 밭 넘어서면 일하는 사람 봐질 겁니다.)

②서로가 이 믓 넘어사믄 지는 걸로 헌다 헤서.(서로가 이 금 넘어서면 지는 걸로 한다 했어.)

③예순 넘어사난 시간이 확확 가는 거 닮아.(예순 넘어서니 시간이 홱홱 가는 거 같아.)

④추석 넘어상 촐 허기 시작허믄 장꿩은 털이 미어.(추석 넘어서서 꼴 하기 시작하면 장끼는 털이 미어.)

 

예문 ①은 밭일 하는 사람을 찾는 이에게 하는 말로, ‘저 밭 넘어서면 일하는 사람 봐질 겁니다.’ 하는 뜻이다. 저 밭을 넘어서면 일하는 밭 가까이 가게 되니 일하는 사람이 보일 거라는 말이다. 여기서 ‘밧’은 표준어 ‘밭[田]’에 해당한다. 이 ‘밧’은 합성어를 이룰 때 ‘왓’ 또는 ‘팟’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모살왓(모래밭)⋅보리왓(보리밭)⋅새왓(띠밭)⋅산디왓(밭벼밭)’ 등에서는 ‘왓’, ‘돌팟(돌밭)⋅봄팟(봄밭)⋅우영팟(터앝, 텃밭)⋅조팟(조밭)’ 등에서는 ‘팟’으로 나타난 경우다.

예문 ②는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을 그어 놓은 금으로 한다고 인낙(認諾)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 ‘서로가 이 금 넘어서면 지는 걸로 한다 했어.’ 하는 뜻이다. 일정한 선을 지나면 지는 것으로 한다는 규정인 셈이다. 여기서 ‘믓’은 표준어 ‘금[線(선)]’에 해당하는데, 달리 ‘금, 그믓, ’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다’는 ‘내기나 시합, 싸움 따위에서 재주나 힘을 겨루어 상대에게 패하다.’는 뜻을 지닌 말로, 표준어와 같은 형태가 그대로 쓰인 경우다.

예문 ③은 늙으신네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로, ‘예순 넘어서니 시간이 홱홱 가는 거 같아.’ 하는 뜻이다. 나이가 드니 그만큼 시간이 속히 간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60대는 시속 60㎞로, 70대는 70㎞, 80대는 80㎞로 가는 것 같다고도 한다. 여기서 ‘확확’은 표준어 ‘홱홱’에 해당하며, ‘닮다’는 추측을 나타내는 말로 표준어 ‘같다’에 대응한다. ‘닮다’는 그 품사가 동사인가 형용사인가에 따라 다른데, ③처럼 쓰인 경우는 형용사 용법으로 ‘추측’을 나타내는 반면 “축엇이 아방 닮앗저.(틀림없이 아버지 닮았다.)”의 ‘닮다’는 동사로 쓰인 경우다. 곧 동사로 쓰인 경우는 표준어와 같은 형태가 쓰인 것이며, 형용사인 경우는 표준어 ‘같다’에 대응하는 어휘가 되는 셈이다.

예문 ④는 장끼의 털갈이에 대한 이야기로, ‘추석 넘어서서 꼴 하기 시작하면 장끼는 털이 미어.’ 하는 뜻이다. 곧 장끼가 털이 미기 시작하면 잘 날지 못하니 꿩 사냥하기가 좋다는 말과도 같다. 여기서 ‘추석’은 보통 ‘팔월멩질’로 나타나며, ‘촐’은 표준어 ‘꼴’에 해당하는데, 마소의 먹이가 되는 목초를 말한다. ‘꼴’의 옛말은 ‘’로 나타나는데, 표준어에서는 ‘ㅺ’이 된소리 ‘ㄲ’으로 변화한 반면 제주어에서는 거센소리 ‘ㅊ’로 바뀐다. ‘다[摘(적)]’가 표준어에서는 ‘따다’, 제주어에서는 ‘타다’, ‘다[慄(율)]’가 표준어에서는 ‘떨다’, 제주어에서는 ‘털다’로 바꿔는 것들에서 거센소리로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장꿩’은 표준어 ‘장끼’에 해당하며, ‘미다[禿(독)]’는 표준어와 동일한 형태로 쓰이는 어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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