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 가기

서브페이지 콘텐츠

제주어 한마당

아름다운 제주어

HOME > 제주어 한마당 > 아름다운 제주어

266. 치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2-07-17   조회수 : 8776

266. 치

 

‘치’는 ‘애초에’, ‘처음부터’, ‘생각할 것도 없이’ 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아예’에 해당한다. 이 ‘치’는 달리 ‘아시에, 끠’라고도 한다.

또 ‘치’는 ‘한꺼번에 같이’, ‘서로 더불어’라는 뜻을 지닌 ‘치’와 동음(同音) 관계를 이루기도 한다. 이때 대응 표준어는 ‘함께’다.

동음 관계를 이루는 ‘치’는 말하는 내용 따라 표준어 ‘아예’나 ‘함께’ 어느 쪽으로 대역 가능한 경우도 있다.

 

①걸궁, 아랫사름덜은 치 그런 거 알도 못허여.(걸립, 아랫사람들은 아예 그런 거 알지도 못해.)

②옛날 자릿도세기 사 갈 땐 치 두 갤 사 가.(옛날 ‘자릿도세기’ 사 갈 때는 아예 두 개를 사 가.)

③산담헐 때 치 섬석도 장만헤.(‘산담’할 때 아예 섬돌도 장만해.)

④안팟거리 치 일젠 허민 버쳐.(안팎채 함께 이려고 하면 부쳐.)

 

예문 ①은 ‘걸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듣게 되는 말로, ‘걸립, 아랫사람들은 아예 그런 거 알지도 못해.’ 하는 뜻이다. ‘걸궁’이란 ‘연초에 동네에서 쓸 경비를 모으려고 여러 사람이 패를 짜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풍물을 치고 안녕을 기원하며 돈이나 곡식을 구하는 일’로 표준어 ‘걸립(乞粒)’에 해당한다. ‘꿩바치’라는 꿩잡이를 앞세워 집집마다 돌아다니면 온 동네는 잔치 분위기가 된다. 이제는 기억 속의 행사로만 남아 있으니 아랫사람 즉 젊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알도’의 ‘-도’는 용언 어간에 연결되는 어미로, 부정의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다음에는 ‘말다, 못허다, 아녀다’ 등 부정어가 온다.

예문 ②는 ‘자릿도세기’라는 아주 어린 새끼 돼지에 대한 이야기로, ‘옛날 ’자릿도세기’ 사 갈 때는 아예 두 개를 사 가.’ 하는 뜻이다. 곧 새끼 돼지 두 마리를 한꺼번에 사서 간다는 말이다. 여기서 ‘자릿도세기’는 ‘돼지우리에 두 마리를 같이 넣고 길러야 할 정도의 어린 새끼 돼지’를 말한다. 새기 돼지 한 마리만으로는 외로움을 타서 키울 수가 없을 정도의 어리다는 말이다. 이에 대응 표준어는 없는 셈이다.

예문 ③은 ‘산담’과 관련한 이야기로, ‘‘산담할’ 때 아예 섬돌도 장만해.’ 하는 말이다. ‘산담’을 두를 때 ‘섬석(섬돌)’만은 ‘처음부터’ 설치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자손들이 절할 수 있는 ‘제절[祭砌(제체)-무덤 앞에 평평하고 널찍하게 마련해 놓은 땅.]’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치’는 “‘산담할’ 때 함께 섬돌도 장만해.”라고 ‘아예’ 대신에 ‘함께’로 대역할 수도 있다. 여기서 ‘산담허다’는 ‘돌로 무덤 주위를 타원형이나 장방형으로 에워 두르다.’는 뜻을 지닌다. ‘섬석’은 ‘상돌 앞 계절(階節)에 양옆 산담까지 가로로 박은 돌’로, 달리 ‘제절돌, 제절석’이라 하기도 한다. 죽은 자의 영역과 산 자의 영역을 가르는 기능을 한다.

예문 ④의 ‘치’는 ‘한꺼번에 같이’라는 의미로 쓰인 경우로, ‘안팎채 함께 이려고 하면 부쳐.’ 하는 말이다. 안채와 바깥채의 지붕을 한꺼번에 덮기에는 부친다는 뜻이다. 여기서 ‘안팟거리’는 ‘안팎채’, ‘일다’는 ‘이다(새 따위로 초가지붕을 덮다)’, ‘버치다’는 ‘부치다(모자라거나 미치지 못하다)’에 해당한다.

목록

이전글
267. 막은창
다음글
265. 자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