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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지레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1-12-05   조회수 : 8972

234. 지레

 

‘지레’는 ‘사람이 똑바로 섰을 때 발바닥에서 머리끝에 이르는 몸의 길이’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키[身長]’에 해당한다. 표준어 ‘키’가 ‘크다’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면 제주어 ‘지레’는 ‘질다(길다)[長]’에서 파생한 어휘이기 때문에 그 쓰임에 따라 ‘사물의 길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①그 사름 헌 살레처록 지레만 큰큰허여.(그 사람 헌 찬장처럼 키만 커다래.)

②지레 족은 사름 어욱밧디 들어가믄 못 아.(키 작은 사람 억새밭에 들어가면 못 찾아.)

③나 먹어가믄 등도 굽시근허여. 지레도 족아지곡게.(나이 들어가면 등도 구붓해. 키도 작아지고.)

④이 남술은 낭으로 멘든 거나 써 가닥지 다형 지레도 족아지곡게.(이 죽젓개는 나무로 만든 거니까 써 갈수록 닳아 길이도 짧아지고.)

 

예문 ①은 살집 없이 키만 큰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로, ‘그 사람 헌 찬장처럼 키만 커다래.’ 하는 뜻이다. 여기서 ‘살레’는 나무로 짜서 부엌에 한 켠에 세워 그릇 따위를 넣어 두는 장을 말한다. 대개 3단으로 되어 있고, 부엌 바닥에 놓기 때문에 발이 높은 편이다. ‘살레’가 전체적으로 길쭉한 편이니, 살집 없는 껑충이를 ‘헌 살레’에 비유한 것이다. ‘살레처록’의 ‘처록’은 표준어 대역 ‘찬장처럼’에서 알 수 있듯이 표준어 ‘처럼’에 해당한다. 조사 ‘처록’은 ‘처럼⋅추룩'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큰큰허다’는 표준어 ‘커다랗다’에 대응한다.

예문 ②는 가을철 드넓고 길찬 억새밭을 보라보면서 하는 말로, ‘키 작은 사람 억새밭에 들어가면 못 찾아.’ 하는 뜻이다. ‘휘찬(길찬)’ 억새밭에 대한 찬탄이지만 키 작은 사람 앞에서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여기서 ‘족다’는 표준어 ‘작다’에 해당하며, ‘사름’은 ‘사람’, ‘어욱밧’은 ‘억새밭’, ‘다’는 ‘찾다’에 대응한다.

예문 ③은 나이 많이 든 어른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로, ‘나이 들어가면 등도 구붓해. 키도 작아지고.’ 하는 뜻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등도 굽고, 키도 작아진다는 말이다. 여기서 ‘나’는 표준어 ‘나이’에 해당하는 말로, ‘나이’의 옛말인 ‘나ㅎ’에 끝소리 ‘ㅎ’이 탈락한 형태다. ‘나’ 대신에 표준어와 같은 형태의 ‘나이’를 쓰기도 하는데, 이 ‘나이’는 옛말 ‘나ㅎ’에 조사 ‘이’가 연결된 ‘나ㅎ+이’가 ‘나히>나이’로 변화한 형태다. ‘나 먹다’는 관용 표현으로 ‘나이 들다’를 뜻하며, ‘굽시근허다’는 표준어 ‘구붓하다’에 해당한다.

예문 ④는 ‘지레’가 ‘사물의 길이’의 뜻으로 쓰인 경우다. 곧 ‘이 죽젓개는 나무로 만든 거니까 써 갈수록 닳아 길이도 짧아지고.’ 하는 뜻이다. 나무로 만든 죽젓개니 써 갈수록 길이가 짧아진다는 말이다. 여기서 ‘남술’은 ‘나무로 만든 술’ 곧 ‘나무 숟가락’의 뜻으로, 표준어 ‘죽젓개’에 해당한다. ‘죽젓개’는 달리 ‘남죽⋅베수기⋅베술기⋅저수게⋅저수에’ 등으로 말하기도 한다. ‘낭’은 ‘나무’, ‘가닥지’는 ‘갈수록’으로 대역되는데, ‘-닥지’는 ‘-ㄹ수록’에 해당한다. ‘다히다’는 표준어 ‘닳다’에 대응하는데, 달리 ‘다이다’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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