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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밥직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1-11-28   조회수 : 8999

233. 밥직

 

‘밥직’은 ‘밥숟가락으로 뜨는 밥의 분량’을 말하는데, 표준어 ‘밥술’에 해당한다. ‘밥직’은 ‘밥적’이라고도 하는데, ‘살아 나갈 방도나 살아가고 있는 형편’을 비유적으로 뜻하기도 한다. ‘밥직’은 ‘밥+직’, ‘밥적’은 ‘밥+적’ 구성이다. 이때 ‘직’과 ‘적’은 ‘숟가락으로 헤아릴 만한 적은 분량을 세는 단위’로 표준어 ‘술’에 대응한다.

 

①입 넙은 물로다 밥직을 무룩이 싼 입에 담안 우막우막 먹어.(잎 넓은 나물에다 밥술을 그득히 싸서 한입에 담아서 움쑥움쑥 먹어.)

②누게 먹어 불카부덴 저 거리는 밥직 보라.(누구 먹어 버릴까봐 저 뜨는 밥술 보라.)

③밥직이나 먹엉 살암신디사 잘은 모르쿠다.(밥술이나 먹어서 살고 있는지야 잘은 모르겠습니다.)

④밥직이나 먹는 집이난 좋수다게.(밥술깨나 먹는 집이니 좋습니다.)

 

예문 ①은 나물 쌈에 관한 이야기로, ‘잎 넓은 나물에다 밥술을 그득히 싸서 한입에 담아서 움쑥움쑥 먹어.’ 하는 뜻이다. 이때 나물은 속이 차지 않은 배추인 ‘퍼데기물’, 그것도 눈 맞은 ‘퍼데기물’이면 제격이다. 눈을 맞으며 추위를 이긴 나물이기 때문에 씹는 맛도 싱그럽다. 여기서 ‘입’은 ‘잎[葉]’에 해당하며, ‘넙다’는 표준어 ‘넓다’, ‘물’은 표준어 ‘나물’에 대응한다. ‘무룩이’는 ‘분량이 아주 많은 모양’의 뜻으로, 표준어 ‘그득히’에 해당하다. ‘입’은 ‘한입’, ‘우막우막’은 ‘많은 분량을 입안 가득 넣고 맛있게 자꾸 씹는 모양’을 뜻하는 말로, 표준어 ‘움쑥움쑥’에 대응한다. ‘우막우막’은 ‘움막움막’이라고도 한다.

예문 ②는 양푼에 밥을 떠서 여럿이 먹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예문으로, ‘누구 먹어 버릴까봐 저 뜨는 밥술 보라.’ 하는 말이다. 다른 식구보다 많이 먹기 위해서는 숟갈 가득 밥을 떠야 하고, 숟가락질을 빨리 해야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하는 말이다. 여기서 ‘누게’는 표준어 ‘누구’, ‘거리다’는 ‘뜨다(어떤 곳에 담겨 있는 물건을 퍼내거나 덜어 내다.)’에 해당한다.

예문 ③과 ④는 ‘살아 나갈 방도나 살아가고 있는 형편’을 비유적으로 쓰인 경우다. 곧 ‘밥직’이 ‘생계(生計)’의 의미로 사용된 경우다.

예문 ③은 집을 떠나 따로 살고 있는 식구의 안부를 묻는 말에 대한 대답으로, ‘밥술이나 먹어서 살고 있는지야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는 뜻이다.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 / 그곳이 고향이란다”는 시구처럼 고향을 떠나면 생계가 걱정이다. 그래서 “밥직이나 먹엉 살암신디사 잘은 모르쿠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살암신디사’는 ‘살고 있는지야’, ‘모르쿠다’는 ‘모르겠습니다’로 대역하면 된다.

예문 ④는 혼사(婚事)가 오갈 때 들을 수 있는 말로, ‘밥술깨나 먹는 집이니 좋습니다.’ 하는 뜻이다.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는 집안이니 괜찮다는 말이다. 여기서 ‘밥직이나 먹다’는 ‘사는 형편이 먹는 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넉넉하다.’는 뜻의 관용 표현이다. 그러니 ‘밥직이나 먹다’는 곧 ‘밥술깨나 먹다’에 해당하는 표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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