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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발라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0-11-22   조회수 : 9345

180. 발라

 

‘발라'는 '일정한 방향이나 곳. 또는 부근을 이르는 말'로, 표준어 '바로'에 대응한다. 품사는 명사(의존명사)로, 그 앞에는 관형어 구실을 하는 말이 있어야 한다.

 

①그 발라 가당 보믄 큰큰헌 폭낭 나올 거우다.(그 바로 가다 보면 크디큰 팽나무 나올 겁니다.)

②문전 발라에 앚는 거 아니여.(문전 바로에 앉는 거 아니야.)

③부젯집은 마리 우녁 펜의 뒷문 발라 큰 두지는 놔. 고팡이 좁으민 경 영 놓고.(부잣집은 마루 윗녘 편에 뒷문 바로 큰 뒤주는 놔. 고방이 좁으면 그렇게 해서 놓고.)

④서툰 사름 헐 땐 대강만 영 허게 시꺼근에, 크게 시꺼근에 줘 낭은에 요 발라 영 헹 주우렌 허주게.(서툰 사람 할 땐 대강만 이렇게 하게 시쳐서, 크게 시쳐서 깁고 나서 요 바로 이렇게 해서 기우라고 하지.)

 

예문 ①은 길을 물을 때 자주 듣는 말로, '그 바로 가다 보면 크디큰 팽나무 나올 겁니다.' 하는 뜻이다. 바로 앞으로 가다 보면 팽나무가 나올 것이니 그 나무를 중심으로 해서 어느 방향으로 가면 목적지가 나온다는 말이 이어진다. 여기서 '큰큰허다'는 표준어 '크디크다'에 대응하며, '폭낭'은 '팽나무'를 말한다. '폭낭'이 '폭'이라는 열매가 열리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는 팽나무라는 이름이 '팽'이란 열매에서 온 것과 마찬가지다.

예문 ②는 제삿집에서 듣는 말로, '문전 바로에 앉는 거 아니야.' 하는 뜻이다. 여기서 '문전(門前)'은 '마루문 앞'을 말한다. 마루문 앞은 집의 정문인 마루문을 통하여 집안으로 드나드는 출입구에 해당하고, 또 '문전신'을 모시는 곳이기에 그 앞에 앉아서는 안 된다. 나아가 제사나 명절 때 '문전제'를 지내는 장소이니 더 더욱 거기에 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문전본풀이>에서 연유하는 것 같다.

예문 ③은 '뒤주'는 어디에 놓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부잣집은 마루 윗녘 편에 뒷문 바로 큰 뒤주는 놔. 고방이 좁으면 그렇게 해서 놓고.' 하는 뜻이다. 뒤주는 고방이 너르면 고방에 넣는데, 공간이 좁으면 마루 뒷문 바로에 놓는다 하는 말이다. 여기서 '부젯집'은 표준어 '부잣집'에 해당하며, '마리'는 '마루', '우녁 편'은 '윗녘 편', '두지'는 '뒤주', '고팡'은 '고방(庫房)'에 대응한다.

예문 ④는 바느질에 대한 이야기로, '서툰 사람 할 땐 대강만 이렇게 하게 시쳐서, 크게 시쳐서 깁고 나서 요 바로 이렇게 해서 기우라고 하지.' 하는 뜻이다. '시끄다'는 바느질의 한 방법으로, 바느질감은 맞대어 이들이 잘 붙어 있게 듬성듬성 호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서툰바치니 바느질감이 떨어지지 못하게 일단은 대강 '시꺼고' 난 뒤 잘 기워라 하는 의미다. 여기서 '시끄다'는 표준어 '시치다' 또는 '징그다'에 대응하고, '줘'는 '기워'의 뜻으로 표준어 '깁다'에 해당한다. 곧 '깁다'의 방언형이 '줍다'이다.

이 '발라'는 '시간적 간격을 두지 아니하고 곧'이란 뜻으로 쓰이는 '발라'와 동음 관계를 이룬다. 이때 품사는 부사이며, 대응 표준어 또한 '바로'이다. 아래 예문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⑤강 말만 헤둰에 그 발라 돌아산 와불어서.(가서 말만 해두고는 그 바로 돌아서서 와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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