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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헤지근허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0-05-03   조회수 : 9430

151. 헤지근허다

 

‘헤지근허다’는 ‘빛깔이 썩 맑지는 못하나 조금 하얗다.’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해읍스름하다’에 대응한다. 이 ‘헤지근허다’는 달리 ‘비지근허다’, ‘베지근허다’라 한다. 쉽게 말하면 막 동틀 무렵이나 비 온 다음에 갠 하늘 빛깔이다.

 

①일을 허젠 허민 헤지근헐 때 집 나사사 허여.(‘일’을 하려고 하면 해읍스름할 때 집 나서야 해.)

②이젠 헤지근헤영 비 아니 오키여.(이제는 해읍스름해서 비 아니 오겠어.)

③창곰을 내여도 거기 또 낭 박아근엥에 더 촘촘허게 헤불어. 거 저 요셋말로 허민  비지근헐 정도뱃긔. 그자 그 집의 어멍이나 할머니나 그 고팡에 다니는 분 아니믄 어듸 무신거 놓은 거 몰라.(봉창을 내어도 거기 또 나무 박아서 더 촘촘하게 해버려. 거 저 요샛말로 하면 조금 해읍스름할 정도밖에. 그저 그 집의 어머니나 할머니나 그 고방에 다니는 분 아니면 어디 무엇 놓은 거 몰라.)

 

예문 ①은 예전 어른들이 생활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는 말로, ‘‘일’을 하려고 하면 해읍스름할 때 집 나서야 해.’ 하는 뜻이다. 해껏 일을 하려면 동틀 무렵에 집을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해껏 일을 하려면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는 말과 같다. 이럴 때는 보통 거미줄이 얼굴에 걸리기도 하는데, 얼굴에 거미줄이 걸리면 무척 기분이 좋다고들 한다. 자기보다 앞에 간 사람이 없으니 내가 최고로 부지런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일’은 달리 ‘일’이라 하는데, ‘하루 종일 걸리는 일. 또는 그런 일감’을 말한다.

예문 ②는 비 온 다음에 들을 수 있는 말로, ‘이제는 해읍스름해서 비 아니 오겠어.’ 하는 뜻이다. 비가 오려면 비를 몰고 오는 구름이 몰려들고, 한바탕 비를 뿌리고 나면 이 비구름은 사라져 버린다. 그러면 쨍 하고 맑은 하늘이 펼쳐지는데, 이때 하늘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이 바로 예문 ②이다.

예문 ③은 ‘비지근허다’가 쓰인 경우다. 이 예문은 고방의 조명에 대한 설명으로, ‘봉창을 내어도 거기 또 나무 박아서 더 촘촘하게 해버려. 거 저 요샛말로 하면 조금 해읍스름할 정도밖에. 그저 그 집의 어머니나 할머니나 그 고방에 다니는 분 아니면 어디 무엇 놓은 거 몰라.’ 하는 뜻이다. 고방의 조명 시설로 ‘창곰’이라는 게 있는데, 나무를 길이로 해서 박기 때문에 고방 안이 해읍스름해서 늘 다니던 어머니나 할머니가 아니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여기서 ‘창곰’은 ‘창 구멍’하는 뜻으로, ‘부엌이나 고방에 빛을 들이고 바람이 드나들게 하기 위하여 벽을 뚫어서 만든 작은 구멍’을 말한다. 가는 나무기둥을 길이로 박기도 하고, 비나 눈이 올 때는 넝마나 신문지 따위로 막기도 한다. 쥐가 드나들지 못하게 솔가지를 밖에서 안으로 박아 놓기도 하는데, 종이를 바르는 ‘봉창’에 가깝다.

 

‘헤지근허다’ 대신에 ‘베지근허다’를 쓰기도 한다.

 

①-1. 일을 허젠 허민 베지근헐 때 집 나사사 허여.

②-1. 이젠 베지근헤영 비 아니 오키여.

 

이때 ‘베지근허다’는 ‘고기 따위를 끓인 국물이 맛이 돌아 구미가 있다.’는 ‘베지근허다’와는 다른 어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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