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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다사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9-11-03   조회수 : 9836

125. 다사다

 

‘다사다’는 ‘곁에 바싹 지켜 서다.’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이에 대응하는 마뜩한 표준어는 없는 것 같다. '다사다’가 ‘지켜 서다.’의 뜻이라며 ‘비켜 서다.’는 의미로는 ‘비사다’라 한다. ‘비사다’의 대응 표준어는 ‘빗서다’이다. ‘다사다’나 ‘비사다’에서 ‘사다’는 ‘서다’[立]의 뜻이다.

 

①추렴허는 디 다삿당 간이나 얻어먹어지믄 좋주.(추렴하는 데 ‘다삿당’ 간이나 얻어먹어지면 좋지.)

②콩국 끌릴 땐 다사사. 경 아녕 넘어불민 맛이 엇어.(콩국 끓일 때는 ‘다사야’. 그렇지 않아서 넘쳐 버리면 맛이 없어.)

③콩죽 쑬 땐 눌지 아녀게 다상 베수기질을 잘헤사.(콩죽 쑬 때는 눋지 않게 ‘다상’ 죽젓개질을 잘해야.)

④살당 보믄게 비사는 것도 좋을 때가 셔.(살다 보면 빗서는 것도 좋을 때가 있어.)

 

예문 ①은 돼지를 추렴하는 장소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말로, ‘추렴하는 데 ‘다삿당’ 간이나 얻어먹어지면 좋지.’ 하는 뜻이다. 돼지를 추렴하는 장소에서 생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은 간, 멍울 정도다. 술과 함께 먹으니 이들은 어른들 차지다. 조무래기들은 ‘오좀부게’라는 돼지 오줌통을 얻게 되면 제삿집 아이마냥 신난다. 아주 질긴 축구공이 생겼으니 신난 것이다. 이렇게 생간을 얻어먹거나 오줌통을 얻기 위해서는 그 곁은 떠나서는 어림없는 일이니 곁을 지켜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예문 ②는 ‘콩국’을 끓일 때 하는 말로, ‘콩국 끓일 때는 ‘다사야’. 그렇지 않아서 넘쳐 버리면 맛이 없어.’ 하는 뜻이다. 진국이 넘쳐 버리면 콩죽은 맛이 없다. 그러니 넘치지 않도록 곁을 지켜 서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콩국’은 ‘콩가루에 배추 또는 무를 썰어 넣어서 함께 끓인 국’으로, 주로 겨울철에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젓지 않고 한 편으로 톡톡 떠서 먹는다. 그러니 예문의 ‘콩국’은 여름철 국수 따위를 말아 먹기 위해서 ‘콩을 삶아서 맷돌에 갈아 짜낸 물’인 ‘콩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향토음식이다. 여기서 ‘끌리다’는 표준어 ‘끓이다’, ‘아녕’은 ‘않아서’, ‘넘어불민’은 ‘넘쳐 버리면’, ‘엇어’는 ‘없어’의 뜻이다.

예문 ③은 ‘콩죽’에 대한 이야기로, ‘콩죽 쑬 때는 눋지 않게 ‘다상’ 죽젓개질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예문 ②와 마찬가지로, 넘쳐버리면 맛이 없기 때문에 지켜 서서 죽이 눋지 않게 잘 저어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눌지’의 기본형은 ‘눌다’로, 표준어 ‘눋다(누런빛이 나도록 조금 타다.)’에 대응하는 어휘다. ‘베수기’는 ‘베술기, 저수게, 저수에, 저수의’ 등으로 나타나는데, 표준어 ‘죽젓개’에 해당하므로, ‘베수기질’은 ‘죽젓개질’이 된다.

예문 ④는 ‘다사다’의 상대가 되는 ‘비사다’가 쓰인 경우로, ‘살다 보면 빗서는 것도 좋을 때가 있어.’ 하는 뜻이다. 곧 자리를 피하는 게 좋을 때도 있다는 말이다. 지켜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비사는’ 것도 한 방편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비사다’는 표준어 ‘빗서다’, ‘셔’는 ‘있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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