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파들다 | |
|---|---|
|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9-10-20 조회수 : 9169 | |
|
123. 파들다
‘파들다’는 ‘파고 들어가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파고들다’에 대응한다. 이 두 어휘를 비교할 때 방언형 ‘파들다’는 어간끼리 바로 연결되어 있는 반면, 표준어는 어간과 어간 사이에 보조적 연결어미 ‘-고’가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어에서 동사와 동사를 연결하여 합성어를 만들 때 어간 사이에 보조적 연결어미를 이용하는 게 보통이다. ‘들다+가다’가 ‘들어가다’, ‘가지다+가다’가 ‘가져가다’, ‘안다+지다’가 ‘안고지다’, ‘오다+가다’가 ‘오고가다’, ‘달게굴다(정답게 대하다.)’(≪우리말큰사전≫) 등이 그 예들이다. 그러나 방언형 ‘파들다’는 바로 어간끼리 연결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데, ‘나다’와 ‘먹다’를 연결하여 ‘나먹다(객지로 돌아다니며 얻어먹으며 지내다.)’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①지 고망 파들어시믄 나오긴 어려와.(제 구멍 파고들었으면 나오기는 어려워.) ②돈 엇덴 난 파들어 눵 시 나오질 아념수다.(돈 없다고 하니 파고들어 눠서 도무지 나오지를 않습니다.) ③산방산 올라가는 듸 굴티[굴치] 파들어 간 산을 썻단 말이여.(산방산 올라가는 데 굴같이 파고들어 가서 묘를 썼다 말이야.) ④안자리로 파들어 오는디 어떵 나가 비켜사주.(아랫목으로 슬몃슬몃 파고들어 오는데 어째 내가 비켜야지.)
예문 ①은 고집이 센 사람에 대한 비유적인 이야기로, ‘제 구멍 파고들었으면 나오기는 어려워.’ 하는 뜻이다. 한번 고집을 부리면 그 고집을 꺾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여기서 ‘고망’은 표준어 ‘구멍’에 대응하는 어휘로, 달리 ‘고냥, 구녁, 구멍, 굼기, 궁기’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문 ②는 ‘파들다’의 의미를 확실하게 보여 주는 예로, ‘돈 없다고 하니 파고들어 눠서 도무지 나오지를 않습니다.’ 하는 뜻이다. 제 욕망을 채우지 못하니 이불을 뒤집어써서 방 밖으로 나오지를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서 ‘엇다’는 표준어 ‘없다’, ‘시’는 표준어 ‘도무지’에 대응하는 어휘다. 이 ‘시’는 문장에 따라 ‘끝내(“그 사진 시 지 못허엿저.”)’, ‘도저히(“이 우산 시 페우지 못허키여.”)’ 등으로 대역되기도 한다. 예문 ③은 ‘산방산’의 명당 설화에 나오는 이야기로, ‘산방산 올라가는 데 굴같이 파고들어 가서 묘를 썼다 말이야.’ 하는 뜻이다. 비가 오지 않아 산방산의 명당으로 알려진 곳에 가서 보니, ‘굴같이 파고들어 가서 무덤을 썼다.’는 말이다. 여기서 ‘산방산(山房山)’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위치한, 표고 396m의 오름을 말한다. ≪동국여지승람≫(1481, 대정현 산천)에 “세속에서 말하기를 한라산의 한 봉우리가 쓰러져서 여기에 서 있다.”라 기록하고 있는 것처럼 한라산 백록담의 돌과 산방산을 이루는 돌의 재질은 같다고 한다. 또 ‘산’은 ‘사람의 무덤’으로, 표준어 ‘묘’ 또는 ‘뫼’에 대응한다. 예문 ④는 겨울철 ‘큰구들(큰방)’에서 벌어지는 광경의 하나로, ‘아랫목으로 슬몃슬몃 파고들어 오는데 어째 내가 비켜야지.’ 하는 말이다. 추위에 떨며 들어온 사람이 알게 모르게 ‘’ 하며 아랫목으로 밀고 들어오기에, 먼저 와 몸을 녹인 내가 ‘안자리(아랫목)’를 양보해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은 표준어 ‘슬몃슬몃’, ‘안자리’는 ‘아랫목’, ‘어떵’은 ‘어째’에 대응한다. ‘나가’는 표준어 ‘내가’로 대역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