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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질칼르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9-09-15   조회수 : 9483

118. 질칼르다

 

‘질칼르다’는 ‘길 가르다’라는 뜻으로, ‘길을 가로질러 가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 ‘질칼르다’는 ‘질ㅎ[路]+갈르다[分]’ 구성으로, ‘질ㅎ’(< 길ㅎ)의 말음 ‘ㅎ’이 ‘갈르다’의 첫음절의 ‘ㄱ’과 만나 거센소리 ‘ㅋ’으로 바뀐 경우다. ‘질칼르다’는 달리 ‘질가르다, 질갈르다, 질카르다’ 등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표준어 ‘가로타다(길을 가로질러 가다.)’에 대응한다.

 

①빈 허벅 졍 질칼르지 말라.(빈 ‘허벅’ 지어서 가로타지 마라.)

②여가 싹 질칼르민 기분이 안 좁디다게, 나가 여라도양.(여자가 싹 가로타면 기분이 안 좋습디다. 내가 여자라도요.)

③새철드는날 여 질카르지 아녀.(입춘 날 여자 가로타지 않아.)

④잔칫날 새서방 들어올 때, 새각시 나갈 때 질카르지 아년다.(잔칫날 새신랑 들어올 때, 새색시 나갈 때 가로타지 않는다.)

 

예문 ①은 아침에 물 길러 가는 딸에게 부탁하는 말로, ‘빈 ‘허벅’ 지고 가로타지 마라.’ 하는 뜻이다. 아침이기 때문에 길에서 만나는 사람은 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집을 나선다. 목표를 이루려고 하면 ‘망(좋은 운수)’도 있어야겠지만 주변에서의 도움도 무시할 수가 없다. 만일 ‘빈 허벅’을 지고 앞을 가로질러 갔다면 혹시 운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정말로 일을 그르치게 하기도 한다. ‘빈 허벅’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만일 물이 가득 찬 ‘허벅’을 진 사람이 ‘질칼르면’ 오늘 운수가 좋다고 여긴다. 여기서 ‘허벅’은 ‘물 등 액체 따위를 운반하거나 보관할 때 쓰는 동이’를 말하는데, 그 모양은 배가 불룩하고 위의 아가리는 아주 좁게 생겼다. 만일 곡식을 보관하는 ‘허벅’이라고 하면 그 아가리는 물 긷는 ‘허벅’에 비해 좀 넓은 편이다.

예문 ②는 가로타기를 당했을 때 기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여자가 싹 가로타면 기분이 안 좋습디다. 내가 여자라도요.’ 하는 뜻이다. 같은 여자 입장이어도 여자가 싹 하게 앞을 가로질러 가니 기분이 좋지 않더라는 말이다.

예문 ③은 입춘에 따른 금기 사항으로, ‘입춘 날 여자가 가로타지 않아.’ 하는 뜻이다. 그러기 때문에 ‘여덜은 새철드는날 다른 사름광 마주치지 아녀젠 막 멩심허여(여자들은 입춘 날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막 명심해.)’, ‘새철드는날 여 뎅겨나믄 쉐 들럭퀸덴 아.(입춘 날 여자 다녀가면 소 날뛴다고 해.)’, ‘여 새철드는날 놈의 집의 아니 간다.(여자는 입춘 날 남의 집에 아니 간다.)’, ‘새철드는날 여 뎅겨나믄 밧듸 검질 짓넨 아.(입춘 날 여자 다녀가면 밭에 김 깃는다고 해.)’ 등등 입춘과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전한다. 여기서 ‘새철드는날’은 ‘입춘’ 또는 ‘입춘 날’을 뜻한다.

예문 ④는 잔칫날 새신랑과 새색시의 들고 남에 대한 이야기로, ‘잔칫날 새신랑 들어올 때, 새색시 나갈 때 가로타지 않는다.’는 말이다. 새신랑은 새색시 집으로 들어올 때, 새색시는 친정을 나설 때 그 앞을 가로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새신랑이나 새색시 앞을 ‘질칼르는’ 것은 곧 인생의 앞길을 방해하는 것이니 그렇게 하지 마라는 경계의 말이다. 여기서 ‘새서방’은 ‘새신랑’을, ‘새각시’는 ‘새색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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