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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감삭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9-07-14   조회수 : 9714

109. 감삭다

 

‘감삭다’는 ‘곡식이나 나뭇가지 따위가 오래되거나 썩어서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되다.’ 또는 '젓갈 따위가 푹 삭다.'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곰삭다’에 대응한다. ‘감삭다’는 ‘감+삭다’로 분석할 수 있는데, 이때 ‘삭다’는 ‘오래되어 본바탕이 변하여 썩은 것처럼 되다.’는 의미다. ‘감’의 뜻은 명확하지 않다. 표준어 ‘곰삭다’도 ‘곰+삭다’로 분석되나 ‘곰’의 뜻이 확실하지 않은 것은 ‘감’과 마찬가지다.

 

①보린 망종 넘으민 감삭안 못 써.(보리는 망종 넘으면 곰삭아서 못 써.)

②감삭은 보리 복삭헤불엉 비지도 어려와.(곰삭은 보리 ‘복삭해서’ 베기도 어려워.)

③자리젓 먹기 좋게 감삭앗져.(자리젓 먹기 좋게 곰삭았다.)

④감삭은 낭가진 멀리서 봐도 알아져.(곰삭은 나뭇가지는 멀리도 보아도 알 수 있어.)

 

예문 ①은 보리농사와 관련한 이야기로, ‘보리는 망종 넘으면 곰삭아서 못 써.’ 하는 뜻이다. 여기서 망종(芒種)은 24절기의 하나로, 6월 6일이나 6월 7일쯤이다. 그러니 보리 수확은 망종 이전에 다 끝나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예문 ②도 보리농사에 대한 이야기로, ‘곰삭은 보리 ‘복삭해서’ 베기도 어려워.’ 하는 뜻이다. 예문 ①처럼 망종이 지나면 보리는 ‘감삭아서(곰삭아서)’ ‘보리낭(보릿대)’이 주저앉거나, 조금마한 바람에도 이내 누워버리고 만다. 이렇게 되면 보리 베기는 무척 힘들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말이 예문 ②이다. 여기서 ‘복삭허다’는 ‘물건이 심하게 삭거나 썩다.’는 의미로 쓰인 경우다. “낭 지펭이 독 독 지펑 뎅길 땐 어떵 아녀는디 세왕 놔두민 복삭헤 불어마씸.(나무 지팡이 독 독 짚어 다닐 때는 어떻게 않는데 세워서 놓아두면 ‘복삭해’ 버리지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문 ③은 자리돔으로 만든 젓갈에 대한 이야기로, ‘자리젓 먹기 좋게 곰삭았다.’ 하는 뜻이다. 자리돔과 소금 비율이 잘 맞고, 젓 담근 기간도 알맞아 먹기 좋게 곰삭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리젓’은 ‘자리돔으로 담근 젓’을 말한다. ‘가자미’로 담근 젓은 ‘가자미젓’, ‘갈치속’으로 담근 젓은 ‘갈치속젓’, ‘곤쟁이’로 담근 젓은 ‘곤쟁이젓’이라고 한다면 ‘자리돔’으로 담근 젓은 ‘자리돔젓’이 되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자리젓’이다. ‘자리돔젓’이 아니라 ‘자리젓’이 된 것은 한글학회의 ≪큰사전≫(1957:5-2519)에 ‘자리’가 표제어로 올라있고, “자리과(雀鯛科)에 딸린 바닷물고기.”로 설명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국어사전에는 ‘자리’ 대신에 ‘자리돔’을 표제어로 올리고 있는데, 이는 한국동물분류학회의 ≪한국동물명집≫(1997) ‘자리돔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예문 ④는 예전 나무하러 다닐 때 들을 수 있는 말로, ‘곰삭은 나뭇가지는 멀리도 보아도 알 수 있어.’ 하는 뜻이다. ‘감삭은(곰삭은)’ ‘삭다리(삭정이)’를 모아 등짐으로 지고 와서 땔감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여기서 ‘낭가지’는 표준어 ‘나뭇가지’에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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