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 버룽다 | |
|---|---|
|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9-06-09 조회수 : 9780 | |
|
104. 버룽다
‘버룽다’는 ‘물건의 사이가 꼭 맞지 않아 벌어져 있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버름하다’에 대응한다. 달리 ‘베옥다’라 한다.
①자는 척 허멍도 속눈 버룽허게 헤둠서 봠서.(자는 척 하면서도 속눈 버름하게 하고서 보고 있어.) ②멘발로 덜락덜락 뎅기당 보믄 발가락 세가 버룽게 벌어질 때가 셔. 그게 가메기눈 튼 거주.(맨발로 덜렁덜렁 다니다 보면 발가락 사이가 버름하게 벌어질 때가 있어. 그게 ‘가메기눈’ 뜬 거지.) ③보통은 조가 늘고 꼬지락이 나오라도 불체 먹은 건 버룽하게 버룩이 나와.(보통은 조가 가늘고 뾰족이 나와도 재 먹은 건 버름하게 다보록이 나와.) ④버룽헌 딜로 봐도 볼 걸 다 봐.(버름한 데로 봐도 볼 걸 다 보아.)
예문 ①은 꼬마들을 억지로 재우고 난 뒤 벌어지는 광경으로, ‘자는 척 하면서도 속눈 버름하게 하고서 보고 있어.’ 하는 뜻이다. ‘속눈’은 ‘눈을 감은 척 하면서도 조금 뜬 눈’으로, 대개 “속눈은 감고 ‘것눈(겉눈)’은 ‘트고(뜨고)’”라 표현하기도 한다. ‘겉눈’이 ‘조금 떴으나 겉으로 보기에는 감은 것처럼 보이는 눈’이기 때문에 ‘속눈’이나 ‘겉눈’은 결국 같은 눈매를 뜻한다. 여기서 ‘헤둠서’는 ‘하고서’ 또는 ‘하고 있으면서’ 하는 뜻을 지닌다. 예문 ②는 ‘까치눈’에 대한 이야기로, ‘맨발로 덜렁덜렁 다니다 보면 발가락 사이기 버름하게 벌어질 때가 있어. 그게 ‘가메기눈’ 뜬 거지.’ 하는 뜻이다. ‘까치눈’이란 발샅이 벌어진 데를 말하는데, 그 모양이 마치 까치눈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까치눈’을 제주 사람들은 ‘가메기눈’이라고 하는데, 제주도에는 까치가 없기 때문에 까치와 비슷한 까마귀를 빌려 ‘가메기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제주도에 까치가 없다는 것은 ≪동국여지승람≫(1481) <제주목 풍속>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곧 “산에는 사나운 짐승이 없다. 호랑이, 표범, 곰, 승냥이, 이리 등 사람을 해치는 짐승이 없고, 또 여우, 토끼, 부엉이, 까치 등이 없다(山無惡獸 無虎豹熊豺狼害人之獸 又無狐兎鵂鵲之屬).”라고 기록하고 있다. 까치가 없으니 까치를 모를 수밖에 없고, 그와 비슷한 ‘가메기(까마귀)’를 빌려서 ‘가메기눈 트다’라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덜락덜락’은 ‘덜렁덜렁’, ‘뎅기당’은 ‘다니다가’, ‘세가’는 ‘사이가’, ‘가메기’는 ‘까마귀’, ‘트다’는 ‘뜨다’의 뜻이다. 물론 ‘가메기눈’은 표준어 ‘까치눈’에 대응한다. 예문 ③은 조 농사에 관한 이야기로, ‘보통은 조가 가늘고 뾰족이 나와도 재 먹은 건 버름하게 다보록이 나와.’ 하는 뜻이다. 곧 보통 조는 가늘고 뾰족하게 나오지만 ‘불체(재)’를 거름으로 한 곳은 ‘버룩이(다보록이)’이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서 ‘늘고’는 ‘가늘고’, ‘꼬지락이’는 ‘뾰족이’라는 뜻이다. ‘불체 먹은 건’은 ‘재 먹은 건’이라는 뜻으로, ‘재거름을 한 밭은’ 하는 의미다. 결국 재거름을 한 밭의 조는 굵어서 땅이 ‘버름하게’ 벌어지면서 조가 ‘다보록이’ 나오는데 반해 거름하지 않은 밭의 조는 ‘늘고 꼬지락이’ 나온다는 것이다. 예문 ④는 보잘 것 없는 것, 하찮은 것으로도 할 것은 다한다는 것을 말할 때 쓰는 말로, ‘버름한 데로 봐도 볼 걸 다 보아.’ 하는 뜻이다. 작은 구멍이나 틈으로 보아도 볼 수 있는 것은 다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자그마한 것이라고 나무랄 일은 아니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