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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무시거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9-06-02   조회수 : 10157

103. 무시거

 

‘무시거’는 ‘모르는 사실이나 대상을 물을 때, 그 사실이나 대상을 가리키는 말’을 뜻하는 어휘로, 표준어 ‘무엇’에 해당한다. 달리 ‘무신거, 무스거, 무스것, 무슨거, 무슨것’이라 하고, 표준어와 같은 형태의 ‘무엇’이나 그 준말인 ‘뭣’이 쓰이기도 한다. 문제는 ‘무시거’를 붙여서 써야 할까 아니면 띄어쓰기를 해야 할까 하는 데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붙여서 써야’ 한다.

현대국어 ‘무엇’이 어디에서 왔을까?를 생각해 보면 된다. ‘무엇’은 15세기 문헌에서는 ‘므스것’ 또는 ‘므섯’ 등으로 나타난다. ‘므스것’은 그 구조로 볼 때 ‘므스+것’이고, 이 ‘므스+것’이 ‘므스것>므섯>므엇>무엇’의 변화 과정을 거쳐서 ‘무엇’이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한다면 방언형 ‘무시거’를 비롯한 ‘무신거, 무스거, 무스것, 무슨거’ 등은 문헌 어휘 ‘므스것’을 이은 방언형으로 봄이 온당하고, 결과 붙여서 써야 한다. 특히 ‘무신거’는 [무신거] 또는 [무싱거]라 발음되지만 ‘무신거’라 표기해야 한다.

 

①집의선 시방은 무시거 직젠 허민 갈옷을 대소간 입엄쭈.(집에서는 시방은 무엇 만지려고 하면 ‘갈옷’을 대소간 입지.)

②삼베로 베옷은 멘들주게. 멘들아 봄은 허여도 짜는 걸 보나 무시걸 허는 그건 안 봐나서.(삼베로 베옷은 만들지. 만들아 보기는 해도 짜는 걸 보나 무엇을 하는 그건 안 봤었어.)

③필은게 엿날은 무신 마흔 자여 무시거여 허여도 시방은 마흔 자짜리가 엇어.(한 필은 옛날은 무슨 마흔 자야 무엇이야 해도 시방은 마흔 자짜리가 없어.)

④보리 헤나믄 무시거 허영 멕이코 걱정이 뒈어.(보리 하고 나면 무엇 해서 먹일까 걱정이 되어.)

 

예문 ①은 ‘갈옷’은 언제 입느냐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집에서는 시방은 무엇 만지려고 하면 ‘갈옷’을 대소간 입지.’ 하는 뜻이다. ‘대소간’ 곧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아무 일이나 하려면 ‘갈옷’을 입는다는 말이다. 여기서 ‘직다’는 표준어 ‘만지다’에 해당하는 어휘로, ‘무시거 직다’는 '무엇 만지다'의 뜻이나 ‘일하다’의 의미로 쓰인 경우다. ‘직다’는 달리 ‘지다, 치다, 직다’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문 ②는 ‘삼베’에 대한 이야기로, ‘삼베로 베옷은 만들지. 만들아 보기는 해도 짜는 걸 보나 무엇을 하는 그건 안 봤었어.’ 하는 뜻이다. 베옷을 만들었었기 때문에 삼베로 베옷을 만드는 것을 알겠지만 베를 짜거나 무엇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경험이 없어 모른다는 뜻이다. 여기서 ‘멘들아 봄은’은 ‘만들어 보기는’의 뜻이다.

예문 ③은 ‘필(疋)’에 대한 정의로, ‘한 필은 옛날은 무슨 마흔 자야 무엇이야 해도 시방은 마흔 자짜리가 없어.’ 하는 뜻이다. 예전에 ‘ 필’ 하면 ‘마흔 자’였는데, 이제는 ‘마흔 자’짜리가 없다는 것이다. 옷감이나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미녕(무명)’이나 ‘멩지(명주)’는 대개 40자 또는 25자 내외를 한 필로, ‘베’인 경우도 지역에 따라 한 필을 20자~25자로 셈하고 있다. ≪단위어사전≫(박성훈)에는 한 필을 35자로 설명하고 있다.

예문 ④는 보리농사 뒤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리 하고 나면 무엇 해서 먹일까 걱정이 되어.’ 하는 뜻이다. 이는 보리농사가 힘들다는 말과 같다. 너나없이 보리농사를 짓기 때문에 우선 놉이 없고, 탈곡기 순서를 기다려야 하고, 햇볕과 ‘시락(까끄라기)’에 또 곤욕을 치러야 한다. 여기에다 소나기라도 뿌리게 되면 정말 정신이 없다. 보리농사가 끝나면 농한기라 보양식을 생각하게 되니, ‘(닭) 잡아먹는 날’인 6월 스무날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보리 헤나믄’은 ‘보리 하고 나면’ 하는 뜻으로, ‘보리농사가 끝나면’ 하는 의미이고, ‘허영’은 ‘해서’, ‘멕이코’는 ‘먹일까’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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