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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부비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9-04-28   조회수 : 9872

98. 부비다

 

‘부비다’는 ‘두 물체를 맞대어 문지르다.’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비비다’에 대응한다. ‘부비다’는 달리 ‘보비다, 비비다’라 한다.

 

①고사리 거끄멍서라 손 부벼불라.(고사리 꺾으면서 고사리밥 비벼버려라.)

②손 베어지믄게 약이 엇인 때난 속  아당 부병 그걸 처메어.(손 베이면 약이 없을 때니 쑥 조금 뜯어다가 비비어 그걸 처매어.)

③돗가레 손으로 딱 그거 쉐로 막 라논 거 딴딴헌 걸 부비멍, 그거 막 부벼근에 골고로 뿌려사 그 보리씨가 골고로 날 거난.(돼지거름 손으로 몽땅 그거 소로 막 밟아 놓은 거 딴딴한 걸 비비며, 그거 막 비벼서 골고루 뿌려야 그 보리씨가 골고루 날 거니까.)

④보리도 물긋물긋헐 때, 이제 궝 부비믄, 불믄 맛 좋아. 거 먹어나믄 입바우가 거멍케 뒈어.(보리도 물긋물긋할 때 이제 구워서 비비면, 불면 맛 좋아. 거 먹고 나면 입가가 거멓게 되어.)

 

예문 ①은 고사리 철에 들을 수 있는 말로, ‘고사리 꺾으면서 고사리밥 비벼버려라.’ 하는 뜻이다. 여기서 ‘거끄멍서라’는 ‘꺾으면서 곧’ 하는 뜻이고, ‘손’은 표준어 ‘고사리밥’에 대응한다. 그러니까 고사리를 꺾는 즉시 고사리손을 비벼버려라 하는 게 예문 ①이 뜻하는 바다. 고사리를 오래 보관하려면 ‘손’을 비벼야 하고, 바로 먹을 거라고 하면 ‘손’을 비비지 말라고 한다. 대체적으로 제주도 사람들은 ‘손’을 비비는데 반해 육지 사람들은 ‘손’을 남겨 두는 것 같다. ‘고사리밥’은 ‘새로 돋아난 고사리에서 주먹 모양으로 돌돌 말려 뭉쳐져 있는 잎’이기 때문에 ‘손’이라 하는 것이다. 달리 ‘고구미, 고보미, 고사리고구미, 고사리손’이라 한다.

예문 ②는 손을 베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말로, ‘손 베이면 약이 없을 때니 쑥 조금 뜯어다가 비비어 그걸 처매어.’ 하는 뜻이다. 약이 귀한 때니 민간요법으로 베인 자리를 치료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속’은 ‘쑥’, ‘’은 ‘조금’, ‘아당’은 ‘뜯어다가’, ‘처메어’는 ‘처매어’를 말한다.

예문 ③은 보리농사에 관한 물음의 대답으로, ‘돼지거름 손으로 몽땅 그거 소로 막 밟아 놓은 거 딴딴한 걸 비비어 그거 막 비벼서 골고루 뿌려야 그 보리씨가 골고루 날 거니까.’ 하는 뜻이다. 보리를 갈기 위해서는 거름을 준비하면서 보리씨를 거름과 함께 섞어서 다져놓는다. 사람의 힘으로 부치면 소의 힘을 빌리기도 하는데, 대체로 소를 이용하여 단단하게 밟는다. 이걸 밭에 실어다가 골고루 뿌려야 하는데, 단단하게 다져진 거름이라 이제는 사람의 손을 이용하여 자잘하게 부수며 밭 전체에 골고루 뿌려야 한다. 그래야만 보리가 밭 전체에 골고루 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돗가레’는 ‘돼지거름’, ‘딱’은 ‘몽땅’, ‘쉐로’는 ‘소로’, ‘라 논’은 ‘밟아 놓은’ 하는 뜻이다.

예문 ④는 예전 보릿고개 때 물보리를 구워먹었던 경험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리도 물긋물긋할 때, 이제 구워서 비비면, 불면 맛 좋아. 거 먹고 나면 입가가 거멓게 되어.’ 하는 뜻이다. 사실 물보리를 구워 손바닥 위에 놓고 비비어 껍질을 후 하고 불어 날린 다음에 한 입에 먹으면 그 맛 고소했다. 구운 보리라 먹고 나면 입가가 거멓게 되어 잘못을 숨길 수가 없다. 여기서 ‘입바위’는 ‘입의 가장자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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