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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줌치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9-03-17   조회수 : 9704

92. 줌치

 

‘줌치’는 ‘자질구레한 물품이나 돈 따위를 넣고 아가리를 졸라매어 허리에 차거나 들고 다니는 물건’을 말한다. 표준어 ‘주머니’에 대응한다. 이 ‘줌치’는 아가리를 고붙치어 기워서 잔주름을 잡고 끈을 꿰어서 양쪽에서 죄었다 풀었다 하게 되어 있다. 문헌 어휘 ‘줌치’(≪분문온역이해방≫:5)가 그대로 쓰인 경우다.

 

①허리에 차는 줌치 잘 못 봐. 오일장에나 가사 보카?(허리에 차는 주머니 잘 못 봐. 오일장에나 가야 볼까?)

②부인이 는 대로 다 꺼꺼 아전 줌치에 담아놓고 처부모도 이별곡.(부인 이야기하는 대로 다 꺾어 가지고 주머니에 담아놓고 처부모도 이별하고.)

③부쉣줌치엔게 부쉐, 부돌, 부찍 담아져. 이땅 소독도 잇일 때가 잇곡.(부시쌈지에는 부시, 부싯돌, 부싯깃 담겨 있어. 이따금 새꽤기도 있을 때가 있고.)

④호롬줌친 시님덜이 지엉 뎅이는 거라. 이건 주멩기보담은 활씬 커. 뭐 찰리주.(바랑은 스님들이 지어서 다니는 거야. 이건 주머니보다는 훨씬 커. 뭐 자루지.)

 

예문 ①은 ‘줌치’가 어떤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허리에 차는 주머닌 잘 못 봐. 오일장에나 가야 볼까?’ 하는 말이다. ‘줌치’는 좀처럼 보기가 힘들어서 오일장에나 가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오일장에서의 ‘줌치’는 전대(纏帶) 기능을 하는 주머니를 말한다. 앞으로 차기도 하지만 단단한 상인은 몸뻬 속에 집어넣기도 한다.

예문 ②는 문도령과 자청비의 연애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는 <세경본풀이> 한 구절로, ‘부인 이야기하는 대로 다 꺾어 가지고 주머니에 담아놓고 처부모도 이별하고.’ 하는 뜻이다. ‘서천꽃밭’에 가서 환생꽃을 꺾어다 ‘정수남’이를 살리는 장면에서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다’는 ‘말하다’, ‘꺼끄다’는 ‘꺾다’, ‘아지다’는 ‘가지다’에 대응하는 어휘들이다. <세경본풀이>에서 ‘세경’은 ‘농신(農神)’을 말한다.

예문 ③은 ‘줌치’가 들어간 ‘부쉣줌치’ 곧 부시쌈지에 대한 이야기로, ‘부시쌈지에는 부시, 부싯돌, 부싯깃, 담겨 있어. 이따금 새꽤기도 있을 때가 있고.’ 하는 뜻이다. 곧 ‘부시쌈지’ 안에는 ‘부시, 부싯돌, 부싯깃, 새꽤기’ 등이 들어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부쉐’는 부싯돌을 쳐서 불이 일어나게 하는 쇳조각인 ‘부시’를 말한다. 달리 ‘부수, 부세, 부쉬, 푸쉐’라고도 한다. ‘부돌’은 ‘불+돌’ 구성으로, ‘부싯돌’을 말하며, ‘부찍’은 ‘불+찍’ 구성으로, 부시를 치면 불똥이 박혀서 불이 붙도록 부싯돌에 대는 보드라운 물건인 ‘부싯깃’을 말한다. ‘ㄹ’이 탈락하지 않는 ‘불찍’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땅’은 ‘이따금’에 대응하며, ‘소독’은 담뱃대의 ‘통진(댓진)’을 청소하기 위한 것으로, ‘새꽤기’를 말한다.

예문 ④는 ‘바랑’에 대한 설명으로, ‘바랑은 스님들이 지어서 다니는 거야. 이건 주머니보다는 훨씬 커. 뭐 자루지.’ 하는 말이다. ‘호롬줌치’의 ‘호롬’은 ‘호로싸다’에서 온 게 아닌다. ‘호로싸다’란 ‘다잡아 죄다.’는 뜻을 지니고 있어서다. 즉 ‘줌치’란 것이 아가리를 고붙치어 기워서 잔주름을 잡고 그 빈 공간에 끈을 꿰어서 양쪽에서 죄었다 풀었다 하게 되어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뎅이다’는 ‘다니다’에 대응하며, ‘찰리’는 ‘자루’에 맞먹는 어휘로, 달리 ‘잘리, 차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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