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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친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9-02-24   조회수 : 9539

89. 친

 

‘친’은 ‘물건을 묶거나 매거나 꿰는 데 쓰이는 가늘고 긴 물건’을 말하는데, 표준어 ‘끈’에 대응한다. 이 친은 ‘메친, 지게친, 허리친’ 등 합성어에 많이 나타난다. ‘메친, 지게친, 허리친’은 각각 ‘어깨끈, 밀삐, 허리끈’에 해당하는 제주어들이다. ‘친’은 문헌 어휘 ‘’이 ‘>친’으로 변화한 어형이다.

 

①그 비치락 친 앙 써사키여.(그 빗자루 끈 달아서 써야겠다.)

②지게친 너무 질어도 못써.(밀삐 너무 길어도 못써.)

③친이 나믄 메친, 두 개믄 어께말.(끈이 하나면 ‘메친’, 두 개면 ‘어깨말’.)

④치메 입엉 일허젠 허믄 허리친으로 확 무껑 일허는 게 편헤.(치마 입어서 일하려고 하면 허리끈으로 확 묶어서 일하는 게 편해.)

 

예문 ①은 빗자루의 끈이 떨어졌을 때 하는 말로, ‘그 빗자루 끈 달아서 써야겠다.’ 하는 말이다. 문장이 뜻하는 바가 ‘끈 달아서 써야겠다’지만 실은 빗자루가 낡았으니 손질해서 써야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비치락’은 달리 ‘비차락’이라 하는데, 표준어 ‘빗자루’에 해당한다. ‘앙’의 ‘다’는 표준어 ‘달다[紘(굉)]’에 대응하는 어휘다.

예문 ②는 ‘지게친’이 너무 늘어지거나 아이가 지게를 졌을 때 하는 말로, ‘밀삐 너무 길어도 못써.’ 하는 뜻이다. 곧 밀삐가 너무 길면 짐 전체가 아래로 쳐져서 힘이 들기도 할뿐더러 ‘밧담(밭담)’ 넘기도 불편하다. 제주도 지게와 육지 지게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지겟다리의 길이에 있다. 곧 육지의 지겟다리는 긴 편이라고 한다면 제주도 지겟다리는 비교적 짧은 편이다. 지게를 지고 ‘밧담’을 넘으려고 하면 지겟다리가 짧은 게 훨씬 유리하니 그렇게 다리가 짧은 것이다. 그런 짧은 ‘지겟가달(지겟다리)’이 ‘지게친(밀삐)’이 늘어져서 아래로 쳐지면 ‘지겟가달’이 ‘밧담’에 걸려 쉽게 넘지 못한다. 그래서 “지게친 너무 질어도 못써.” 하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게친’은 달리 ‘지게끈’이라 한다.

예문 ③은 잠녀들이 물질할 때 입은 ‘물옷’에 대한 설명으로, “(어깨)끈이 하나면 ‘메친’, 두 개 있으면 ‘어께말’”이라 한다는 것이다. 곧 어깨끈이 두 개 있으면 ‘어께말’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예전 잠녀들이 입었던 ‘물옷’을 보면 왼쪽 어깨끈 하나만 있었다. 이를 ‘메친’이라 한다. ‘메친’의 ‘친’이 표준어 ‘끈’에 해당하니 ‘메’는 ‘어깨’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메-’로 시작되는 ‘메다꽂다, 메다붙이다, 메다치다, 메치다, 메어꽂다. 메어박다’ 등이 “어깨 너머로 어찌어찌하다.”는 뜻풀이가 이를 뒷받침한다. 스님이 가사를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로 걸쳐 입는 것을 ‘메밧다’라 하고, 상을 당하여 아직 입관을 하지 못한 경우에도 상복의 한쪽 어깨를 벗어서 입기도 한다. ‘메밧다’는 ‘어깨를 벗다’는 뜻으로, 한쪽 어깨를 벗어 예를 표한다는 말이다. 만일 어깨끈이 둘이면 ‘어께말’ 또는 ‘어께말이’라 하는데, ‘좌우 어깨끈이 달린 물옷이나 속치마 따위’를 말한다.

예문 ④는 잔칫집과 같은 큰일이 있는 집에서 들을 수 있는 말로, ‘치마 입어서 일하려고 하면 허리끈으로 확 묶어서 일하는 게 편해.’ 하는 뜻이다. 사실 치마를 입고 음식을 나르거나 그릇을 씻는 일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그런 경우는 치마를 ‘에우대기어’ 확 ‘허리친’으로 질끈 묶어서 일하는 게 편하다. ‘에우대기다’는 ‘치마폭 따위를 몸에 붙도록 잡아당겨 에우다.’는 뜻으로, 허리끈을 묶으려고 치맛자락을 몸에 붙도록 잡아 두르는 것이다. 허리끈 묶는 것 하나만 봐도 일을 잘 처리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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