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베창

‘베창’은 달리 ‘벳장’이라 하는데, ‘나무배의 안쪽 바닥’이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뱃장’에 해당한다. ‘베창’의 ‘베’는 고어 ‘[船]’가 ‘>베’의 변화 과정을 거친 형태이며, ‘창’은 ‘바닥’을 뜻한다. 이는 ‘신창, 깔창’ 등에서 확인된다.

또 이 ‘베창’은 ‘배의 밑바닥’이라는 뜻으로도 쓰이는데, 이때 대응하는 표준어는 ‘배밑’이 된다.

①베창에 들어간 누우난 수질이 더 심헤라게.(뱃장에 들어가서 누우니 멀미가 더 심하더라.)

②베창에 물칸이 다 잇어. 산 거 놔둘 땐 뽕을 빠불어.(뱃장에 물간이 다 있어. 산 거 놔둘 때는 봉을 빼버려.)

③우리 가의 베 시껑 뎅길 땐 그냥 같이 눠수께. 벳장에 시끄난게 밥 먹을 땐 그듸 영 그듸 강 앚앙 밥 먹으멍, ‘야, 그만 장 밥 먹으라.’ 경 곡.(우리 걔 배 실어서 다닐 때는 그냥 같이 눴습니다. 뱃장에 실으니까 밥 먹을 때는 거기 이렇게 거기 가서 앉아 밥 먹으며, ‘야, 그만 자고 밥 먹어라.’ 그렇게 말하고.)

④낭벤 터진 베창으로 바당물 들어오믄 라앚는 거난.(나무배는 터진 배밑으로 바닷물 들어오면 가라앉는 거니까.)

예문 ①은 뱃멀미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뱃장에 들어가서 누우니 멀미가 더 심하더라.’ 하는 뜻이다. 뱃멀미하는 사람더러 뱃장에 가 누우면 멀미가 덜하니 그렇게 해 보라는 말에 뱃장에 들어갔지만 멀미가 더 심하더라는 것이다. 여기서 ‘베창’은 표준어 ‘뱃장’에 대응하며, ‘수질’은 ‘멀미’에 해당한다. ‘수질’은 원래 한자어 ‘수질(水疾)’로, 뱃멀미를 뜻하는 어휘가 그 의미 영역이 더 넓어져서 쓰인 경우다. 멀미는 다양하여, 차를 탔을 때는 ‘차멀미’, ‘배’를 타면 ‘뱃멀미’, ‘비행기’를 타면 ‘비행멀미’라 한다. 많은 사람이 모인 데 가면 멀미하기도 하는데, 이를 ‘인멀미’ 또는 ‘사람멀미’라 한다.

예문 ②는 뱃장에 있는 ‘물간’에 대한 이야기로, ‘뱃장에 물간이 다 있어. 산 거 놔둘 때는 봉을 빼버려.’ 하는 뜻이다. 곧 살아 있는 물고기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뽕’을 빼서 바닷물이 뱃장으로 들어오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물칸’은 ‘잡은 물고기가 살아 있게 하기 위하여 바닷물을 넣어두는 간살’로, 표준어 ‘물간’에 대응한다. ‘뽕’은 ‘구멍을 막는 물건’으로, 표준어 ‘봉’에 해당한다. ‘빠불다’는 ‘빼버리다’를 말한다.

예문 ③은 ‘벳장’이 쓰인 경우로, 출가(出稼) 물질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여 죽은 동료 잠녀를 데리고 귀향하는 장면이다. ‘우리 걔 배 실어서 다닐 때는 그냥 같이 눴습니다. 뱃장에 실으니까 밥 먹을 때는 거기 이렇게 거기 가서 앉아 밥 먹으며 ‘야, 그만 자고 밥 먹어라.’ 그렇게 말하고.’ 하는 뜻이다. 곧 살아 있는 사람처럼 대하면서 귀향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시끄다’는 표준어 ‘싣다’, ‘그듸’는 ‘거기’, ‘앚다’는 ‘앉다’, ‘다’는 ‘말하다’에 대응한다.

예문 ④는 ‘베창’이 ‘배밑’의 뜻으로 쓰인 경우다. 곧 ‘나무배는 터진 배밑으로 바닷물 들어오면 가라앉는 거니까.’ 하는 뜻이다. 여기서 ‘낭베’는 ‘나무배’, ‘바당물’은 ‘바닷물’, ‘라앚다’는 ‘가라앉다’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