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접하는 제주 사투리, 어려웠죠?
강영봉 명예교수, 수필로 읽어보는 '말하는 제주어' 출간

뉴스제주(김명현 기자) 2017년 10월 25일(수)

제주어, 제주도 사투리는 제주도민 외 타 지역 사람들이 처음 들어보면 당췌 알아듣기 쉽지 않다.

 

서술어가 짧아 말이 빠르고, 일부 어휘는 표준어와 전혀 괴리된 단어들이 수두룩하다. 도심지가 아닌 읍면 지역의 노인분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거의 '외계어' 수준으로 들린다고들 한다. 심지어 제주도민 조차도 모르는 사투리를 구사할 정도다.

이 때문에 제주로 이주해 온 타 지역 사람들이 제일 고충을 겪는 부분이 언어이기도 하다.

 

(사)제주어연구소에선 제주어를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수필 형태로 써 낸 책이 최근 발간했다. 연구소의 소장인 강영봉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도서출판 한그루를 통해 <말하는 제주어>를 펴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일상적인 대화에서 사용되는 구어로써의 제주어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서나 교재의 형식이 아니라, 하나의 항목을 생생하고 풍부한 예문으로 드러냈다. 제주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읽히게 돼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원고들은 저자가 2008년 7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6년 반 동안 310회에 걸쳐 제주특별자치도청 인터넷판 <제주도정뉴스>에 '제주어 한마디'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내용이다.

 

310회의 원고 가운데 256개의 원고를 뽑아 오탈자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품사별로 분류한 후 가나다순으로 배열해서 책을 엮었다.

 

▲ 도서출판 한그루를 통해 (사)제주어연구소 강영봉 소장이 펴낸 '말하는 제주어'. ⓒ뉴스제주

 

원고는 동사 116개, 형용사 46개, 명사 57개, 부사 25개, 그리고 감탄사와 관용 표현 12개 등 총 256개 항목을 881개의 예문을 곁들여 언어 수필 형식으로 풀어냈다.

 

가오다, 갈아어프다, 거끄다, 거념허다, 거려먹다, 고리다(동사), 건덥다, 공고롯허다, 버닥지다, 소드락허다, 숨바랍다(형용사), 거느리왕상, 곤죽, 구마리, 낭강알, 독무럽, 벳남석(명사), 마기, 밤새낭, 버버작작, 산득산득, 잘락(부사), 아마떵어리, 어크거(감탄사) 등은 어휘 자체만으로도 낯설고 신기하다.

 

여기에 곁들어진 생생한 예문에 따른 해설과 뜻풀이가 제주어의 말맛과 멋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국어학적 설명은 물론이고 제주의 민속과 문화를 담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흥미롭게 읽힌다.

 

"그 창곰 이 밥방울로 문데경 부찌믄 잘 부틀 거여"
그 창문 구멍 이 밥알로 문대어 붙이면 잘 붙을 거야.

"검질 짓곡 굴너른 밧듸 조라움이 내 벗이로고나"
김 깃고 넓은 밭에 졸음이 내 벗이로구나.

"무사 아니라, 게난 오장가난이주"
왜 아니겠어, 그러니까 답답한 사람이지.

 

이를 테면 이런 표현들이 즐비하다.

소멸 위기의 제주어는 일찍이 본토의 언어와 다르다는 점에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아 왔다.

 

강영봉 소장은 "자연적 장애물인 제주바당으로 인해 제주어가 낯설고 어려운 어휘가 됐지만 결국은 독특한 제주의 언어와 문화를 만들어냈다"며 "이 책이 제주어와 제주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도서출판 한그루. 가격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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