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남단 제주와 최북단 함경도, 두 지역은 별 다른 공통점이나 인연이 없어 보이지만 알고보면 옛 언어의 원형이 가장 많이 남아있다는 평가다. 두 지역 모두 중세 어휘의 보고(寶庫)다.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이사장 강영봉)는 5일 오후 5시 한라도서관 시청각실에서 개소 1주년 기념 곽충구 서강대 명예교수 초청 강연회를 개최했다. 강연 주제는 ‘함경도 방언의 체계와 그 특징’이다. 한국방언학회장을 역임하며 국내 대표 북한 언어학자로 손꼽히는 곽 교수는 이날 함경도 방언과 제주어의 공통점을 설명했다.

 

함경도와 제주도는 ‘방언섬’으로 중세어휘가 오늘날까지도 많이 남아 있다. 이런 이유로 국어학과 방언학 연구자들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이다. 특히 함경도 방언과 제주도 방언의 유사점이 많다고 알려졌다.

 

함경도 방언은 함경남도 정평(定坪) 이북 지역의 방언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함경도 방언은 많은 해외 교포들이 사용하는 말의 모국어이다. 예를 들어 중국 조선족자치주를 비롯한 길림성 일대에서는 ‘중국 조선어’의 핵심 방언(연변말)이 바로 함경도 방언이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는 ‘고려말’로 존재한다.

 

곽 교수는 함경도 지역 언어를 3개의 소방언권으로 구분했다. 육진방언, 함경도 방언, 함남 정평 이남 방언이다. 이 가운데 두만강 유역의 육진방언은 정치, 문화, 경제, 지리적으로 중심지와 꽤 멀리 떨어져 있어 ‘고립방언’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곽 교수는 “함경도 육진방언은 음운이나 어휘 면에서 옛 언어의 잔재를 많이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제주 역시 마찬가지다. 함경도 방언처럼 일종의 잔재지역으로 옛 언어가 남아있는 셈이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인 특징 때문에 언어가 매우 특이한 형태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 북한 지도를 보며 함경도 방언에 대해 설명하는 곽 교수. 제주어와 유사하다고 평가받는 평안도 지역은 지도에서 가장 위쪽에 있는 평안북도이다.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