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북동의 오랜 이름이자 오름의 이름이기도 한 '별도'에 대해 질문드립니다.

한자를 바탕으로 한 이름 유래설이 있는데, 이미 한자를 쓰기 훨씬 전부터 지역사람들이 별도를 '벨도'나 '벨뒤'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제주어로 깎아지는 듯한 벼랑을 ‘벨’이라고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칼로 자르듯 깎아지는 듯한 벼랑이 있다고 '벨도'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구요.

그런데 사실 '도'를 칼이라고 해석한 것도 결국 한자어를 기반으로 한 것이잖아요?

그래서 결국 옛 제주도민들이 쓰던 '벨도'나 '벨뒤'의 뜻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별을 '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는데, 혹시 제주어 '벨'이나 '뒤'에서 추측해볼 만한 뜻이 있을까요?

<답변>

우선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별도봉이나 마을 이름으로서 '벨도'의 근원을 확실하게 알기는 어렵습니다.

별도봉인 경우 고문헌에는 別刀岳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물론 禾北岳/化北岳으로 표기되어 있기도 합니다. '벨도'와 관련한다면 別刀岳이겠지요. 그런데 한자로 표기되기 이전에 불렀던 이름이 무엇일까가 자못 궁금합니다.

민간에서는 별도악을 '베리오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오름 동쪽으로 흐르는 내를  '베릿내'라고 합니다. '베리오름'이나 '베릿내'에서 '베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의 <역어유해>(1690)나 <한청문감>(조선 영조때)에는 '벼랑'의 뜻으로 '벼로'라는 어휘가 있습니다. 이 '벼로'를 제주 사람들은 '베리'라고 발음합니다. 붓글씨를 쓸 때 소용되는 도구인 '벼로'를 '베리'라고 하는 데서도 알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는 '베릿내'가 둘 있습니다. 다같이 벼랑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화북동의 '베릿내'이고, 다른 하나는 중문에 있는 '베릿내'입니다. 화북에서는 베리'를 한자 '別刀'라고 해서 '別'로 표기한 것이고(발음으로 표기한 것임), 중문에서는 '星川'이라고 해서 '星'으로 표기(뜻을 빌려 표기한 것임)한 것입니다. '베리(벨)'을 한자 '別'(음) 또는 '星'(뜻)을 빌려 표기한 겁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좀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벨도'의 '벨'은 '벼랑'의 뜻을 지닌 게 아닌가 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덧붙여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