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는 ‘말하는 사람 또는 어떤 출발점을 기준으로 어떤 대상이 그곳에서 다른 곳으로 움직여 자리를 옮기다.’라는 뜻을 기본 의미로 한다. ‘어떤 대상이 다른 사람에게 이르는 상태가 되다.’, ‘대상 또는 물건의 값이 어느 정도에 이르다.’, ‘일이나 작용 또는 기능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과정에 있는 상태가 되다.’, ‘있던 것이 없어지거나 그 작용이나 기능이 없어진 상태가 되다.’ 등의 의미를 지닌다.

①간 보난 아무도 엇어라.(가서 보니까 아무도 없더라.)

②가믄 가는 거고 말믄 마는 겁주.(가면 가는 것이고 말면 마는 거지요.)

③사름은 간 디 심이라마씨.(사람은 간 데 마음이지요.)

④일로 죽 가당 보믄 큰큰헌 소낭이 나옵니다게. 그듸서 단펜으로 돌아상 갑서.(이리로 죽 가다가 보면 커다란 소나무가 나옵니다. 거기서 오른편으로 돌아서서 가십시오)

이 ‘가다’는 일부 명사 곧, ‘드르[野], 실[村], 바르[海]’ 등과 연결되어 합성어를 이룰 때는 ‘카다’로 변한다. 이는 표준어하고는 다른 점이다. 표준어로는 ‘마을가다’이지만 제주어 로 하면 ‘실카다’가 된다. 이처럼 합성어 형성에서 ‘가다>카다’로 변하는 것은 ‘드르, 실’의 문헌 어휘가 각각 ‘들ㅎ, 을ㅎ’로, ‘ㅎ’음을 끝소리로 가지고 있었던 데서 연유한다. ‘드르ㅎ+가다’는 ‘드르카다(주로 들밭에 농사일을 하러 가다)’, ‘실ㅎ+가다’는 ‘실카다(마을가다)’로 형태 변화를 보이는 것이다. 한편 ‘바르카다(해산물을 캐거나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다.)’는 ‘바르[海]+ㅎ+가다’로, ‘ㅎ’음이 삽입된 경우다. ‘바르찹다(>바르+ㅎ+잡다, 바다에서 주로 고둥, 전복, 소라 따위를 잡다.), 바르칠(>바르+ㅎ+질, 바다에서 해산물을 캐거나 물고기를 잡는 일.)’ 등에서도 확인된다. ‘바다[海]’라는 뜻의 문헌 어휘는 ‘바닿, 바’를 확인할 수 있는데, 제주어에서는 ‘바닿>바당’, ‘바>바르’의 변화 과정을 거친 결과인 ‘바당, 바르’가 쓰인다.

⑤오널도 드르캄수강?(오늘도 들에 가십니까?)

⑥나 실카당 오키여, 집직 잘헴시라.(나 마을갔다가 오겠다, 집지킴 잘하고 있어라.)

⑦오널이 물찌난 바르카게.(오늘이 무수기니 해산물 잡으러 가자.)

또 ‘가다’가 ‘-어/아 가다’의 형태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어떤 동작이나 상태의 변화가 계속되어 진행됨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때는 보조용언으로 쓰인 경우다.

⑧쉐다리 착 들런 춤 흘치멍 먹어 가는디 말 볼침이 읏어.(소다리 한쪽 들어서 침 흘리면서 먹어 가는데 참말 볼품이 없어.)

⑨콩닙을 뜯어오니깐 콩닙을 뜯지 않고설란 그냥 줌으로 푹 쥐어설란 보리밥 푹 그레  술 떠 놓고설란 뒌장 아마  반 술닙쯤 탁 놓고설랑 역불 일로부터 먹어 가는디 양 개미로 퍼렁 물이 갈갈 리게 활활 흐망흐망 먹어 가니깐 끄막끄막멍 아 먹어 가니.(콩잎을 뜯어 오니까 콩잎을 따지 않고서는 그냥 줌으로 푹 쥐어서는 보리밥 푹 그리로 한 술 떠 놓고서는 된장 아마 한 반 술쯤 탁 놓고서는 일부러 이리로부터 먹어 가는데 양 입아귀로 퍼런 물이 찰찰 흘리게 ‘활활’ 움쑥움쑥 먹어 가니까 (눈을) 끔벅끔벅하면서 아 먹어 가니.)

⑨의 예문은 ≪한국구비문학대계≫(9-3 제주도 서귀포시⋅남제주군편:478-9)에 나오는 내용으로, 콩잎으로 쌈을 싸 먹는 광경이 그야말로 실감 있게 그려 있다. ‘콩잎쌈’은 세 이파리가 붙은 콩잎을 대여섯 개를 덧포개 그 위에 밥과 젓갈을 얹어 싸면 만들어진다. 콩잎의 비린내 제거는 ‘멜첫(멸치젓)’이 제격이다. 예문에서 ‘활활, 흐망흐망’은 입안 가득 콩잎쌈을 욱여넣어서 씹는 모양을, ‘끄막끄막’은 눈을 끔벅끔벅하는 모양이다.

 

‘가다’가 그 반의어인 ‘오다’와 함께 쓰일 때의 형태도 특이하다. ‘가다+오다’는 표준어에서는 서로 연결되어 쓰이는 일이 없는데 반해, 제주어에서는 어간끼리 연결되어서 ‘가오다’를 형성하고, 그 의미는 ‘다녀오다’로 변한다. ‘오다’가 앞선 ‘오다+가다’는 표준어에서는 어간끼리 연결되어서 ‘오가다’ 또는 보조적 연결어미 ‘-고’가 붙어 ‘오고가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가 되나, 제주어에서는 보조적 연결어미 ‘-라’가 연결되어 ‘오라가다’로 나타난다.

⑩넬랑 서귀포에 가오라시믄 좋키여.(내일랑 서귀포에 다녀왔으면 좋겠다.)

⑪누게 오라간 셍이여, 문 발겨젼.(누구 오간 모양이야, 문 열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