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휘갈다

‘휘갈다’는 ‘마구 휘휘 젓다.’ 또는 ‘마구 흔들어 어지럽게 하다.’는 뜻을 지닌 어휘로, 표준어 ‘휘젓다’에 대응한다. 달리 ‘후갈다’라 한다.

①먹지 못헐 거 휘갈아나 본다고 막뎅이로 막 휘갈아.(먹지 못할 거 휘저어나 본다고 막대기로 막 휘저어.)

②이젠 궤기도 엇고. 그 소살덜 아졍 뎅기멍 막 휘갈아 노난 이젠 궤기가 엇어.(이제는 고기도 없고. 그 작살들 가지고 다니며 마구 휘저어 놓으니 이제는 고기가 없어.)

③두불게. 박박 땅을 막 파. 막 손으로 무랑무랑 줴멍. 이디 영 골로 싱거주민 나록 트멍마다 나록 이만씩 펄기 민 트멍마다 막 손으로 논을 후갈아, 우리가.(두벌. 박박 땅을 막 파. 막 손으로 물렁물렁 쥐며. 여기 이렇게 골로 심으면 벼 틈마다 벼 이만큼씩 포기 하면 틈마다 막 손으로 논을 휘저어 우리가.)

④귓밥 나오렌 귓고망을 손가락으로 후가는 사름도 셔.(귀지 내려고 귓구멍을 손가락으로 휘젓는 사람도 있어.)

예문 ①은 못된 사람의 심사를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으로, ‘먹지 못할 거 휘저어나 본다고 막대기로 막 휘저어.’ 하는 뜻이다. 놀부심술타령 한 대목 같다. 여기서 ‘막뎅이’는 표준어 ‘막대기’에 대응하는 어휘로, 달리 ‘막데기’라 한다.

예문 ②는 어장 황폐화의 한 원인으로 스쿠버와 작살을 이용한 고기잡이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제는 고기도 없고. 그 작살들 가지고 다니며 마구 휘저어 놓으니 이제는 고기가 없어.’ 하는 뜻이다. 여기서 ‘소살’은 ‘작대기 끝에 미늘 달린 쇠를 박아 만들어, 고무줄의 힘을 이용하여 물고기를 찔러 잡는 기구’를 말하는데, 표준어 ‘작살’에 대응한다. 미늘 달린 쇠는 한 가닥, 두 가닥 또는 세 가닥으로 만들어 쓴다. ‘아졍’은 ‘가지어’의 뜻으로, 기본형은 ‘아지다’이다. 곧 표준어 ‘가지다’의 방언형은 ‘가지다, 지다, 아지다, 앗다, 지다’ 등으로 나타난다.

예문 ③은 논매기에 대한 이야기로, ‘두벌. 박박 땅을 막 파. 막 손으로 물렁물렁 쥐며. 여기 이렇게 골로 심으면 벼 틈마다 벼 이만큼씩 포기 하면 틈마다 막 손으로 논을 휘저어 우리가.’ 하는 뜻이다. 제주도는 논과 밭의 비율이 1대 50으로, 밭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몇몇 지역에서는 논농사를 하는데, 두벌 논매기는 모를 살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벼 포기와 벼 포기 사이에 난 김을 손을 휘저으며 매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두불’은 ‘두벌’, ‘무랑무랑’은 ‘물렁물렁’, ‘줴멍’은 ‘쥐며’이다. 또 ‘싱거주민’은 ‘심어주면’, ‘나록’은 ‘벼’, ‘트멍’은 ‘틈’, ‘펄기’는 ‘포기’를 말한다.

예문 ④는 좀 엉뚱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귀지 내려고 귓구멍을 손가락으로 휘젓는 사람도 있어.’ 하는 뜻이다. 귀이개가 없을 때는 성냥개비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러 새끼손가락의 긴 손톱을 이용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기 위해서는 새끼손가락의 손톱은 부러 키워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서 ‘귓밥’은 ‘귀지’를, ‘나오렌’은 ‘나오라고’의 뜻이지만 ‘내려고’의 의미로 쓰인 경우이다. 곧 ‘후비다’의 의미다. ‘셔’는 ‘있어’의 뜻으로, ‘있다’의 방언형은 ‘시다, 싯다, 이시다, 잇다’ 등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