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허부작

‘허부작’은 달리 ‘너부작’이라 하는데, ‘몸을 바닥에 바짝 대고 냉큼 엎드리는 모양’을 뜻하는 말이다. 표준어 ‘넙죽’ 또는 ‘너부죽이’에 해당한다. 표준어 ‘넙죽’과 ‘너부죽이’라는 어휘에는 ‘엎드리는 모양’이라는 뜻 말고도 ‘입을 벌렸다가 이내 닫는 모양’(넙죽), ‘주저하지 아니하고 선뜻 행동하는 모양’(넙죽), ‘조금 넓고 평평하게’(너부죽이)라는 뜻이 있음은 물론이다.

‘허부작’은 ‘엎드리는 모양’을 나타내기 때문에 ‘엎드리다’, ‘절허다’와 어울려서 자주 쓰이는 어휘다.

①돈이 좋아. 돈 마타지난 허부작 엎뎌젼 절허여라게.(돈이 좋아. 돈 받으니까 넙죽 엎디어 세배하더라.)

②죽어지카푸덴 허부작 엎디언 딱허는 사름 나 엇어.(죽을까 싶어서 넙죽 엎디어서 까딱하는 사람 하나 없어.)

③허가 받아지난 지꺼지언 허부작 절허연 둰 삥삥 내아.(허가 받으니까 기뻐서 넙죽 절해 두고는 삥삥 내달아.)

예문 ①은 설날에 벌어지는 광경 가운데 하나다. 세뱃돈을 주기 전에는 ‘세배해라’ 해도 세배를 않더니 세뱃돈을 주니 세뱃돈을 받아 손에 쥐고는 넙죽 엎디어 절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 바로 예문 ①로, ‘돈이 좋아. 돈 받으니까 넙죽 엎디어 세배하더라.’ 하는 뜻이다. 절하는 게 서툰 어린아이고, 세뱃돈을 손에 쥐었기 때문에 세배할 때 바닥에 닿는 부분이 많게 될 터이니, ‘몸을 바닥에 바짝 대고 냉큼 엎드리는 모양’을 쉽게 그려볼 수 있다. 여기서 ‘마트다’는 ‘받다’를 뜻한다.

예문 ②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죽을까 싶어서 넙죽 엎디어서 까딱하는 사람 하나 없어.’ 하는 뜻이다. ‘일어서면 죽는다.’, ‘고개만 들어도 죽는다.’라 했을 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예문 ②처럼 ‘허부작 엎디어서’ 일어서거나 고개를 들지 않을 것이다. ‘죽어지카푸덴’의 ‘-어지카푸덴’은 ‘-ㄹ 수 있을까 싶어서, -ㄹ 수 있을까 보아서, -ㄹ까 싶어서’ 정도의 뜻으로 쓰이는 연결어미다.

예문 ③은 <최진사댁 셋째 딸> 노랫말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건너 마을에 최진사댁에 딸이 셋 있는데 그 중에서도 셋째 따님이 제일 예쁘다던데……그렇다면 내가 최진사 만나 뵙고 넙죽 절하고 아랫마을 사는 칠복이 놈이라고 말씀 드리고 나서 염치없지만 셋째 따님을 사랑하오니 사윗감 없으시면 이 몸이 어떠냐고 졸라봐야지.……웃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어보니 최진사 양반 보이지 않고 구경꾼만 보였네. 아차 이제는 틀렸구나 하고 일어서려니까 셋째 딸 사뿐사뿐 내게로 걸어와서 절을 하네요.” 하는 노랫말 다음 행동이 바로 예문 ③이다. 곧 ‘허가 받으니까 기뻐서 넙죽 절해 두고는 삥삥 내달아.’ 하는 뜻이다. 여기서 ‘삥삥’은 가사처럼 “얼씨구나 좋다, 지화자 절씨구 땡이로구나.” 노래하고 두 팔을 내저으며 커다란 몸동작으로 내닫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예문 ①, ②, ③의 ‘허부작’은 ‘너부작’으로 바꾸어, “돈이 좋아. 돈 마타지난 너부작 엎뎌젼 절허여라게.”, “죽어지카푸덴 너부작 엎디언 딱허는 사름 나 엇어.”, “허가 받아지난 지꺼지언 너부작 절허연 둰 삥삥 내아.” 해도 의미에는 변화가 없다.